홈 스위트 홈 (제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23년) - 최진영 외 /문학 사상 2023. 02. 10.
폐가를 고쳐서 살겠다는 내 계획을 들었을 때도 엄마는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아픈 사람일수록 생활이 편리하고 큰 병원이 가까이 있는 도시에 살아야 한다고,
병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어째서 시골의 다 쓰러져 가는 집에 기어들어 갈 생각을 하는 거냐고,
불길하다고, 제발 정신을 차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매매 가능한 폐가나 주택부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엄마의 지인들은 다시 지인들에게 부탁했다.
같이 폐가를 보러 다니면서도 엄마는 이건 말도 안 되는 짓이라고 했다.
나는 병원에서 죽고 싶지 않아. 집에서 죽고 싶어.
왜 죽을 생각부터 해 병원에 가면 살 수 있는데.
살 수 있다는 생각만 하다가 죽고 싶진 않단 말이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는 거야.
내가 할 일은 건강을 되찾는 거야.
건강을 어디 맡겨 둔 것처럼 말하지 마.
아픈 사람이 어떻게든 나을 생각을 해야지.
아픈 사람이란 말 좀 그만해, 엄마. 나는 나을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더 행복해질 수는 있어.
우리는 차 안에서 자주 다퉜다.
다투지 않을 때는 하나 마나 한 말이지만 하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말을 나눴다.
산을 보면 산이 참 높다고,
바다를 보면 바다가 참 넓다고,
꽃을 보면 꽃이 참 곱다는 말들.
그리고 어느 날 엔 이런 이야기들.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를 쓸 거야.
자연스럽게 떠날 수 있도록 두라는 뜻이야.
내 몸에 어떤 튜브도 넣지 말고 나를 살리겠다고 나의 가슴을 짓누르지도 말란 뜻이야.
엄마, 잘 기억해.
나는 꼭 작별 인사를 남길 거야.
마지막으로 내가 한숨을 쉬면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비명을 지르면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간신히 내뱉는 그 어떤 단어든 사랑한다는 뜻일 거야.
듣지 못해도 괜찮아.
나는 사랑을 여기 두고 떠날 거야.
같은 말을 어진에게도 했다.
사랑을 두고 갈 수 있어서 나는 정말 자유로울 거야.
사랑은 때로 무거웠어.
그건 나를 지치게 했지.
사랑은 나를 치사하게 만들고, 하찮게 만들고, 세상 가장 초라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했어.
하지만 대부분 날들이 나를 살아 있게 했어.
살고 싶게 했지.
어진아, 잘 기억해.
나는 이곳에 그 마음을 두고 가볍게 떠날 거야.
그리고 하나 더.
※ 이 글은 <홈 스위트 홈>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23.04.11. 20230409-174238-3]
'내가만난글 > 단편글(수필.단편.공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 넓게 더 아름답게 (0) | 2023.11.28 |
---|---|
홈 스위트 홈 (8) (0) | 2023.05.13 |
홈 스위트 홈(6) (0) | 2023.04.11 |
홈 스위트 홈(5) (0) | 2023.03.30 |
홈 스위트 홈(4) (0) | 2023.03.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