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선 - 지선아 사랑해」
저는 '지선이의 주바라기'라는 이름으로 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티즌들 사이에 조금씩 소문이 나고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기독교 언론뿐만 아니라 여러 신문과 잡지, 방송 등
대중매체를 통해서도 제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지요.
생각해 보면 아주 소박하고 작은 마음에서 시작한 홈페이지인데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물론 여러 모양의 반응과 대답들을 마주하면서 간혹 마음 상하고 눈물 흘리는 날들이 있긴 했지만...,
결코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은....,
하나님은 분명 이 홈페이지 마저도 당신의 귀한 도구로 사용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화상둥이 지선이에게 사랑과 평안을 부어주시는 도구,
또 그런 화상둥이 지선이를 예쁘다 하며 격려하고 사랑해 주시는
고운 마음의 여러 분들에게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보여주는 도구로 말입니다.
홈페이지를 만든 것은 사람의 손이었지만,
그 홈페이지를 쑥쑥 자라게 하시고 생수가 넘쳐 흐르는 축복의 근원이 되게 하신 것은....,
분명 주님의 맑은 눈동자와 온기 넘치는 사랑이었습니다.
주바라기의 시작은 지금의 세련된 홈페이지가 아니라
클릭 몇 번만으로도 뚝딱 만들어지는 아주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지금의 홈페이지는
처음의 어설픈 홈페이지가 선을 보인 지 6개월 뒤인 2001년 10월에 탄생했지요.
사고 이후 교회 식구들이나 친구 등 저의 수술 소식과 상황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매번 궁금한 마음에 전화를 하는 것도 어려우셨을 테고,
부모님 역시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지요.
그리고 제게 개인적으로 격려를 해주고 싶으신데
그 마음을 전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의 출발은 여기서부터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마음이 강렬하게 들었던 것은
저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전하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얼마만큼 고생했는지 자랑하기 위함도 아니고 사람들을 울리기 위해서,
동정을 받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 병실에 제 병실에 와서 받으시는 충격과 아픔,
걱정 앞에서 '저 정말 괜찮아요.'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걸 일일이 말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그냥 걱정 끼치지 않으려고 일 부려 그러는 거려니.... 하며
더 마음 아파하시는 분들도 계셨기에
글을 통해 더 자세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상황은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하나님이 그 마음을 주시는데 어떡하겠어요.
적어도 눈에 보이는 데로,
귀로 들리는 소식으로 걱정하고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랐습니다.
그냥 넘겨 짚으며 하게 되는 걱정과 동정은 정말 아무 소용도 필요도 없었으니까요.
저를 불쌍히 여겨주셔야 할 분,
긍휼히 여겨주셔야 할 분은 하나님 오직 한 분뿐이니까요.
하나님 한 분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생각은...,
조금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유명해져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이런 모습의 제가 세상에 알려지면 적어도 길에서 마주치는 여러 사람들에게
'몰이해'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에서였지요.
저런 얼굴, 저런 손, 저런 모습이라면 당연히 불행하고 괴롭고 힘들 것이라는....
겉모습처럼 그의 인생도 우울하고 답답할 것이라는...,
순전히 자기네들 입장에서만 나온 생각들....
'쯧쯧쯧, 저러고 어떻게 사나.' 하는 말과 눈빛들이 너무나 부담스러웠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과 말, 눈빛을 '몰이해'라고 부릅니다.
힘들지 않았다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저런 모습이니 이제 쟤는 아무 것도 못 하겠다.'
'앞으로 어떻게 사나.'
'죽는 게 낫지, 인생 끝났네.'라는 식으로 당사자의 마음과는 상관도 없는
자기들만의 생각으로 남의 인생에 종지부를 찍어버리는 '몰이해'가 정말 싫었습니다.
분명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 역시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이제 정말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걸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모습이라도 날마다 소망을 꿈꾸며 하나님을 기다리는 행복을 누립니다.
또 세상이 결코 줄 수 없는 평안함을 누리고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동정 거리 밖에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제가 하나님께 받은 위로를 통해 제 이야기가 정말 값지게 쓰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 상처와 제 못난 외모와 짧은 손가락이
그저 장애로만 남지 않게 하시는 하나님의 법칙에 감사드립니다. (p242)
※ 이 글은 <지선아 사랑해>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이지선-지선아 사랑해
이레 - 2003. 05. 07.
월드컵공원 [t-23.11.19. 20231119-0808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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