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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부부로 산다는 것

2 - 013 결혼기념일 선물을 먼저 챙겨주는 것

by 탄천사랑 2007. 6. 21.

·「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원하는 사람이 되어주는 기쁨

013

 


결혼기념일 선물을 먼저 챙겨주는 것
"여권 좀 줘봐."
"내 여권? 왜?"

출근준비를 하던 그가 갑자기 그녀의 여권을 찾았다. 

'느닷없이 내 여권은 왜 찾지?' 그녀는 궁금해하며 서랍 속을 뒤져보았다.
하지만 여권은 나오지 않았다. 

"그것 봐. 평소에 물건을 아무 데나 두니까 그렇게 못 찾는 거 아냐?"
"무슨 소리? 도대체 여권을 쓸 일이 있어야지.
 언제 나 데리고 해외여행 한 번이라도 가봤어? 신혼여행 빼고 말이야."

그녀는 

"도대체 여권은 왜 찾느냐"면서 쏘아붙였다.
"여권 시효가 5년이야. 그러니까 갱신해야 하는 거라고, 회사에 다녀올 테니까 다시 찾아봐."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그녀가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는 결혼 5주년 기념으로 남편과 해외여행을 간다며, 
그녀가 결혼할 때 구입한 고급 여행 가방을 빌려달라고 했다.
친구의 말에 '아!' 하고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때 그 친구는 그녀보다 하루 먼저 결혼했기 때문에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었다.

'그렇다면 나도 올해가 결혼 5주년인데?’ 
그녀는 급하게 전화를 끊고 옷장과 책상을 샅샅이 뒤진 끝에 여권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날 저녁, 퇴근한 그에게 여권을 보여주었다. 
그는 반가워하며 
“어디서 찾았어?” 한 마디 하고는 여권을 양복 안주머니에 넣는 것이었다.

‘분명 뭔가 있어. 갑자기 내 여권을 왜 챙기는 거지?’
그녀는 여권과 결혼 5주년 기념일의 상관관계를 떠올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무리하게 집을 사느라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이자를 갚느라 생활비가 빠듯했다.
시어머니 치과에도 보내드려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여웃돈이 없는데 왜 여권을 찾는 것일까.

'혹시 회사에서 모범사원으로 뽑혀서 해외여행 상을 받은 것 아냐?'
어쨌거나 그가 그녀 몰래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그냥 모르는 척하고 기다려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그날부터 어쩐지 기분이 좋은 것이, 똑같은 일상 속에서도 신바람이 났다.

그런데 결혼기념일이 점점 다가왔지만 그에게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미리 알아봐야 하고,
해외여행을 가려면 친정이든 시댁이든 아이 맡길 곳도 미리 알아봐야 하고,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내 여권 어떻게 했어?” 

남편은 두말없이 양복 주머니에서 여권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여권뿐이었다.
여행 상품권이나 돈이 든 봉투 같은 것을 아무리 봐도 없었다.

"이것뿐이야? 다른 건 없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해외여행 가려고 내 여권 가지고 간 거 아냐?” 
“갑자기 무슨 해외여행이야?”
“다음 주가 우리 5주년 결혼기념일이잖아. 그럼 아무 데도 안 가?” 

어이없다는 듯 멍청하게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에게, 그녀는 꽥 소리를 질렀다.

"그럼 내 여권은 왜 들고 갔어?"

그는 자기 여권도 갱신할 때가 되었는데, 
마침 회사에서 가족 것까지 무료로 갱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랬다며 설명을 해주었다.

"그럼 그렇다고 미리 말을 하던지. 
 여권 갱신하는 데 얼마나 든다고 사람을 이렇게 실망시키고 그래?
 차라리 내 돈 들여서 하고 말지."

그는 낙심한 그녀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사연을 말해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그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크게 웃어댔다. 

드디어 결혼기념일. 
마침 일요일이라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그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아침준비를 하고 있었다. 
미역국을 끓인 것이었다.

“누구 생일도 아닌데 미역국은 왜 끓였어?” 그녀가 물었다.
“내 생일이잖아. 나 다섯 살이야. 
 자기 만나서 5년 전에 결혼하던 날, 세상에 다시 태어났어.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좋아. 사랑해.”



결혼기념일 선물은 꼭 챙겨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항상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결혼은 혼자서 한 것이 아닙니다.
선물을 달라고 조르기 전에, 먼저 준비해 보세요. 상대방이 놀랄 만한 깜짝 선물을 말입니다.
반드시 값비싼 것이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결혼 당시의 맹세를 떠올릴 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06.21.  20220625-1747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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