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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부부로 산다는 것

1 - 010 그의 친구들을 존중해 주는 것

by 탄천사랑 2007. 6. 9.

·「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1 -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어주는 배려


009

그의 친구들을 존중해 주는 것
남편 친구들의 모임이 있었다.
집구석구석 그들이 남기고 떠난 흔적이 어지럽다.
그녀 부부를 포함한 다섯 부부,
거기에 아이들까지 20여 명이 주말 저녁을 왁자지껄하게 보냈다.
남자들의 술판과 여자들의 수다가 넘쳐났다.

남편 친구들은 고등학교 친구 사이.
그들끼리 만난 지 20년이 넘었는데 이제는 가족까지 가세해 대규모 모임으로 발전했다.

독수리 오형제 같은 남자들,
누구 하나 번듯하게 성공한 사람도 없고, 비슷비슷하게 살아가는 이 땅의 40대들이다.

"정말 닮았어."


그녀는 청소를 하다가 말고 웃는다.
부부란 살아가면서 닮는다고 하더니 남편을 보면 아내가 그려지고,
아이들을 보면 부모가 보인다.

늦둥이 자랑에 입이 귀에 걸린 태호네,
늘 큰손에 음식 솜씨 대단한 상우네,
얌전한 주형이네,
언제나 기쁨조 역할을 하는 주희네는 없어서는 안 될 서금 같은 맛이다.

그중 왕언니라 불리는 상우 엄마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다.
마음 씀씀이 하나하나에서 배울 점이 많은 언니다.
엄한 시아버님을 모시고 살아온 결혼 생활도 그렇고,
친구들 중 제일 먼저 결혼을 했기에 
친구들의 신혼집 급습과 주정을 모두 감수한 일이 전설처럼 전해져 온다.
웬만한 여자 같으면 기겁을 하고 도망갔을 법한데 그 배포가 놀랍다.
결국 시아버님께서 그 사실을 알고는 친구들에게 한동안 금족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술에 떡이 된 무리들이 
또 신혼 방에 쳐들어가 밤새 퍼마시고는 새벽에 도망을 쳤는데,
하필이면 그 중 하나가 시아버지 신발을 신고 가는 바람에 더 큰 곤혹을 치렸다고 한다.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대학은 각자 다른 곳을 나왔음에도,
그리고 하는 일이 제각각 다르면서도 20년 이상 만나며 어울리는 남편 친구들의 모임,
한 친구를 보면 다른 네 명도 알 듯하다.

한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란 형제도 각기 다른데 이들은 다섯이 똑같다.
생김이나 성격은 다른데 추구하는 인생관이 같고 철학이 같다.

그중 한 사람이 곤경에 처해 지자 나머지 친구들이 꽤 큰 금액을 빌려주었지만
그 누구 하나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몇 년째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도 언제 받을지 모르는 돈이지만 
모임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없다.
부인들도 마찬가지, 속이 타면서도 남편을 몰아세우지 않는다.

술잔이 오가고 살아온 세월을 안주로 취기가 도니,
옛날에 장난쳤던 일들이 고스란히 나온다.
보기 좋은 모습, 
저런 게 우정이란 걸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가슴으로 와닿는 뭔가가 있는 게 우정이 아닐까.
세월 속에 켜켜이 쌓인 먼지 같은 
작은 추억의 입자들이 모여서 말하지 않아도 얼굴만 봐도 느껴지는 정.

그녀는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반성한다.
손님을 초대한답시고 음식 장만에,
장보기가 힘겨워 남편에게 짜증 아닌 짜증을 냈던 스스로가 미워진다.

'진짜 보기 좋았어.
 여자들은 결혼하고 나면 남자들처럼 우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서로 경쟁은 할지 몰라도,
 나를 대신해 남편이라도 그렇게 우정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 참 다행이지.
 나도 덩달아 즐거우니 말이야.
 다음에 만나면 우리 모임의 이름을 지어보자고 해야겠어'

자신도 남편의 친구 관계에 한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속이 훈훈해졌다.

'그저 우리들만 만나고 헤어질게 아니라,
 회비를 걷어서 봉사도 하고 뭔가 보람있는 모임으로 만들자고 해야겠지.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이 모임을 이어받으면 정말 좋지 않겠어?' 


잘 따지고 보면 남편의 우정을 이어가는 것은 여자들의 힘입니다.
결혼 이후 남자들의 우정은 여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부인이 남편의 친구 관계를 좌우하게 됩니다.
여자들끼리의 다툼이 남자들의 관계를 단절시켜 놓기도 합니다. 그의 친구들을 존중해 주세요.
세상은 가족만을 의지하고 살기에는 너무 큽니다.
그의 친구들을 세심하게 챙겨주세요.
그를 외롭게 하지 마세요.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06.09.  20210626-17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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