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축척을 믿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 서서히 쌓이는 것의 힘, 그것의 강함과 무서움을 안다.
보이지 않는 축적은 오늘 내가 순간적으로 꾹 참은 콜라 같은 것이다.
진짜 하기 싫었는데 억지로 내 몸을 연습 방에 쑤셔 넣은 딱 한 시간 같은 것이다.
건너뛰고 싶었지만 결국 잘 차려 먹은 한 끼의 식사다.
미운 말이 튀어나올 뻔했는데 그냥 따뜻한 말로 바꿔 건네고 끊은 엄마와의 전화다.
무심코 지나치고 싶었는데 자꾸 눈에 밟히는 어느 강아지 보호소에 보낸 후원금이다.
갑자기 생긴 좋은 식재료를 좋아하는 친구와 나누자니 재료 양도 애매하고 집도 좀 멀지만
'뭐 그래도 이참에 다녀오지'하고 나서는 걸음이다.
진짜 움직이기 싫지만 눈 꼭 감고 펴는 요가 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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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어떤 사건 때문에,
어떤 순간의 결정 때문에 인생이 뒤바뀌고 사람이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그 순간이 너무 강력하니까.
하지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사실 인생을 바꾸는 건 삶의 이면에 쌓인,
보이지 않는 시간의 축적이다.
옳지 않게 쌓여 버린 시간의 축적은
어느새 인간과 사회를 비뚤어지게 만들고 세대를 병들게 한다.
옳게 쌓인 시간의 축적은 그렇게 휘어지는 사회 속에서도 버티며 살아가다가
필요한 순간 빛을 발하는 단단함이 된다.
우리는 종종 겉으로 보이는 것에 깜빡 속아 넘어간다.
순간순간 쉽게 좌절하고 치욕스러워하고 우쭐하고 자만한다.
그럴 일이 아니다.
그 순간은 잠깐일 뿐이다.
- 이자람의 '오늘도 자람'에서.
[t-24.05.08. 20240508-145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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