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 「자존심의 파워」
부부관계에서처럼 자존심이란 단어가 많이 쓰이는 관계도 아마 드물 것이다.
어떤 주부는 변호사인 남편애개 매를 맞으면서도 헤어지지 않는 이유가 자존심 때문이라고 했다.
부인과 다투고 밤늦게 들어가는 남편도 자존심 때문에 일찍 안 들어간다고 한다.
부부 싸움 후 상대방이 말을 걸 때까지 침묵으로 버티는 것도 자존심 때문.
남편에게 도움이 필요한데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것도 자존심 상하고 치사해서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부부생활에 자존심이 안 걸리는 문제가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자존심이 이처럼 왜곡되는 경우가 또 있을까?
분명한 것은 행복한 결혼생활이 부부 각자의 자존심을 북돋워주는 반면
결혼생활의 불만은 남편과 아내의 자존심을 모두 떨어뜨린다는 사실이다.
가정에서 왕처럼 대접받는 남편은 밖에서도 자신있게 행동할 수 있지만
아내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편은 직장에서도 패배자처럼 행동하게 된다.
남편의 사랑을 담뿍 받는 아내의 삶에는 기쁨과 만족이 있지만
남편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부인의 얼굴에는 항상 어두운 그늘이 있다.
결혼생활의 행복이 부부의 자존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역으로 부부의 자존심이 어떻게 결혼생활의 행복을 결정하는지
그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부부의 자기 이미지와 배우자의 선택부터 애기해 보자.
자기 이미지는 우리 스스로에 대해 갖는 영상, 생각, 또는 느낌으로
우선 자기 이미지가 부정적인 사람은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부터 잘못했을 가능성이 많다.
스스로를 무시하고 비하시키거나 성격상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내 팔자는 그러려니,
내 주제에 이 정도면 됐지 하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배우자를 골랐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부부들은 각자의 가슴 속에 성장배경, 교육수준, 외모, 사회적 지위 등에 관한 자기 이미지가 있어
어느 정도 열등의식의 소지를 갖고 결혼생활에 들어선다.
특별히 어느 한쪽이 열등의식을 갖고 그것에 집착하게 되면 사사건건 불화의 씨앗이 된다.
남편의 경우 소위 출세를 못 했다거나, 부인보다 돈을 못 번다거나, 처갓집이 너무 부자라거나.
부인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흔히 열등의식을 느낄 수 있다.
부인들의 경우에는 시집올 때 해온 게 없다든지, 아들을 못 낳았다든지,
다른 부인들처럼 일을 해 가계에 보탬을 주지 못한다든지,
아니면 교육을 남만큼 못 받았다든지 하는 등의 것이 열등의식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열등의식을 갖게 되면 남편들은 때로 무력을 행사하며 자신의 열등의식을 보상받으려 한다.
연악한 아내를 구타하고 자녀들을 공포에 몰아넣음으로써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려 한다.
또 물리적 폭력이 아니더라도 언어의 폭력이나 침묵으로써 의도적으로 아내를 무시하고 기를 죽일 방법을 찾는다.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폭력을 쓰는 남편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자존심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초라한 자기 이미지를 가진 아내와 사는 것도 매맞고 사는 것 이상으로 힘든 일이다.
남편은 아무 말 하지 않는데도 괜히 자신이 약점으로 생각하는 것에 집착하게 되면
남편이나 시댁 식구가 무심코 한 말도 뼈있는 말이려니 하고 고깝게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매사에 따지고 의심하고 비약해서 생각하니 가정이 편안할 리가 없다.
이런 것들이 쌓이다 보면 부부는 더 이상 대화를 피하고 각자의 세계를 마련하여 그 속에서 평화를 찾으려 한다.
남편은 일이 끝나도 집에 일찍 들어오는 대신 술집을 전전하고 아내는 아내대로 도박과 춤에 빠지거나
종교에 몰두하여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는 경우도 있다.(이것은 종교활동에 열심인 주부들이 모두 가정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말은 아니다)
따라서 행복한 결혼생활은 두 사람 다 건전한 자기 이미지를 갖는 데서 출발한다.
자신을 존중하기 때문에 자신과 더불어 가정을 꾸려나가는 배우자의 인격을 존중한다.
상대방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기 때문에 약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이해하려 하고 조건없는 사랑을 실천한다.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말이나 행동을 미리 삼가고 더 나아가 상대방이 자신감을 갖도록 그 장점을 칭찬한다.
설령 순간적으로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더라도 금방 사과할 줄도 안다
이들은 상대방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변화할 것을 강요하지 않고 그들이 독창적으로 개성을 발휘하는 것에 기뼈한다.
아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남편도 있을 수 없고 남편을 단순히 돈을 벌어오는 사람으로 생각할 아내도 없다.
이들은 항상 서로를 고마워하며 상대방이 될 수 있는 가장 휼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음에 기뼈한다. (p55)
※ 이 글은 <자존심의 파워>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김은영 - 자존심의 파워
디자인하우스 - 1994. 04. 01.
'내가만난글 > 스크랩(대담.기고.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자유, 그 빈 여백/상상력이라는 괴물 (0) | 2008.03.10 |
---|---|
뇌 (0) | 2007.07.20 |
코넬大에서 만난 아프리카 학생 이야기/조세미(인재전략 국제컨설턴트) (0) | 2007.04.22 |
KBS 경영협회보-이 한권의 책/다니구치 지로 [열네 살] (0) | 2007.04.16 |
이종태-장하준.정승일의 격정대화/박정희의 개발 독재를 어떻게 볼 것인가. (0) | 2007.04.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