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 「장하준.정승일의 격정대화 쾌도난마 한국경제」
저성장, 저투자, 고용불안은 필연적
장하준 : 일시적인 것이 아닙니다.
최근의 형상은 한국 경제가 신자유주의적 구조로 바뀐 결과입니다.
신자유주의의 기본 특징이 바로 저투자, 저성장, 고용 불안이에요.
예컨대 고용이 불안하니까 노동자(소비자)들은 돈이 생겨도 쓸 수가 없습니다.
모아둬야 하니까요.
또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든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신자유주의의 특징인 적대적 M&A(인수합병)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적대적 M&A로 경영권이 불안해지니까 수익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주나 사들이는 거죠.
때문에 어느 나라나 신자유주의 체제로 들어가면 성장률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우리도 이제 그런 체제로 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p16)
박정희의 개발 독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장하준 : 우리가 지난번 대화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1970~1980년대에는 종속 이론에 바탕해서
'박정희가 한국 경제를 외세에 종속시켰다.'는 주장들을 많이 했는데,
냉정하게 따져 보면 1997년 이후 훨씬 더 종속되었다고 말입니다.
저도 학생 때 종속 이론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종속 이론의 논리라는 것이 주변국 국가들에서는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설사 외관상 경제 발전이 이루어진 것같이 보여도
기실 외국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 아닙니까?
따라서 386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1960년대 이후의 경제발전이) 실패로 보이는 겁니다.
이건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정승일 : 그런 점에서 박세일 의원의 주장, 즉 386 정치인들이 '반시장, 반민주,
반민족' 세력이라는 견해는 옳지 않습니다.
먼저 반시장에 관해 말한다면, 저는 경제 개발에 관한 한 박정희가 성공했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그가 시장 주도형이 아닌 국가 주도형 경제 개발 노선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시장주의 덕분에 경제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386 정치인들이 박정희의 경제 개발 방식을 줄곧 공격해 온 점을 감안하면
그분들의 입장은 친시장이지 반시장이 될 수가 없습니다.
둘째로 반민주에 대해 말한다면,
박정희 세력은 경제 개발 과정에서 민주화 세력을 엄청나게 탄압한 반민주 세력이었습니다.
이런 박정희 식 정치 체제를 반대하는 386 정치인들이 반민주 세력일 리는 없겠죠.
셋째로 반민족에 대해 말한다면
386 정치인들이 박정희 시대의 한국 경제를 식민지로 간주했던 인식은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박정희 체제는 경제 문제와 관련 오히려 종속당하지 않기 위해
상당히 민족주의적인 입장을 표방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p47)
개방, 자유화가 곧 경제 발전인가?
정승일 : <이코노미스트> 유의 시장주의자들은
후진국들도 개방하고 자유화해야 경제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요.
남미가 좋은 사례입니다.
개방하고 자유화하다가 수출 주도형 공업화에 실패하게 된 거니까요.
자동차 같은 산업의 경우 남미 국가들 중 자력으로 생산해서 수출할 역량을 갖춘 나라가 한 군데도 없습니다.
장하준 : 수출은 합니다.
예를 들어 멕시코에서는 요즘 자동차 수출을 많이 하거든요.
그러나 멕시코 내엔 미국 기업이 투자한 조립 공장만 있습니다.
미국 회사 측이 멕시코에 들어가 조립해서 수출하는 거죠.
정승일 : 중요한 건 수출 여부가 아니라,
그 나라의 국적 기업을 키워 냈느냐는 거죠.
즉 그 기업이 자국의 투자율과 고용,
소득을 높이고 국민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가의 문제라는 겁니다.
....그에 비해 한국은 1970-1980년대 내내 개방은 커녕 엄격한 수입규제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니 벤츠나 도요타 자동차가 아무리 좋으면 뭐해요.
우리나라에 들여오지를 못하는데... .
이런 식으로 국내 시장을 보호하면서 수출 주도형 공업화를 추진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국적 기업들을 키워 내는 데 성공한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성장한 국적 기업들이
경쟁력을 얻고 난 이후엔 마음껏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고요. (p67)
※ 이 글은 <쾌도난마 한국경제>에 실린 일부를 필사한 것임.
이종태 - 장하준.정승일의 격정대화 쾌도난마 한국경제
도서출판 부키 - 2005. 0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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