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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를 위한 묵언 ABCD - C

by 탄천사랑 2023. 10. 30.

·「금융경제신문  -  2023.10.21」

 

 

은퇴자를 위한 묵언 ABCD
C(confidence): 자신을 신뢰하라 

은퇴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나라로 떠나는 여행과 같다. 그 길을 떠날 때 절대 잊지 말고 챙겨야 할 필수품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에 대해 신뢰’가 아닐까 한다. 미지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자신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 버릴 수 없는 꿈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 속에 그 꿈을 꾸게 하는 힘의 원천이 있음을 확고히 믿는 마음이 ‘자신에 대한 신뢰’이다. 그건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자신과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단이며, 인생 경기의 후반전에 반전과 역전을 반드시 이루어 내겠다는 열망과 의지의 표현이다.

◇ 은퇴는 미지의 나라로 떠나는 여행, 자신에 대한 신뢰가 중요
낮선 나라로의 여행은 기대와 설렘도 있지만 불안과 두려움도 공존한다. 그곳은 말도 통하지 않고, 기후와 음식도 다르며, 사람들의 가치와 습성도 다르다. 생각지도 못한 위험이 도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그곳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얻으며,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차근차근 준비하다보면 불안과 두려움이 어느새 기대와 설렘으로 바뀐다. 실제로 노후대비 제도가 잘 정비돼 있고 시민들의 은퇴준비 의식이 높은 서구유럽 국가들의 은퇴예정자들은 그런 마음으로 정년퇴직의 날이 오기만을 기다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중장년들의 형편은 어떠한가? 정년이 오기 훨씬 전부터 강제퇴직의 불안에 시달린다. 은퇴시기가 가까워 오면 정년이 연장돼 일 년이라도 더 일할 수 있기를 학수고대한다. 은퇴에 필요한 4대 영역 준비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노후소득조차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몫 돈을 마련한 사람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노후 소득은 ‘안정성’과 ‘지속성’이 관건이다. 그것을 보장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 첫째, 공적연금이고 둘째, 사적연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적, 사적 연금을 막론하고 연금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연금에 대한 인식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연금제도가 자유시장경제의 부작용을 시정해 국민의 노후생활안정에 기여할 때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애써 간과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 복지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 중장년들은 은퇴 날을 두려워해
더군다나 연금 이외의 사회보험제도와 정치 환경도 은퇴자들에게 비우호적이다. 정년퇴직으로 소득이 사라진 자들이 건강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한다. 65세 이상 고령 근로자들은 고용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년퇴직 나이와 공적연금 수급개시연령 차이로 퇴직 후 연금을 최장 5년이나 받지 못해 노후소득 절벽에 내몰린다. 재취업을 하려 해도 좋은 일자리는 노인들에게 배타적이다. 노인 단체는 막강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만 제도적 안전망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하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 결국 노인들은 사회적 생산과 분배 시스템에서 소외되고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그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노인빈곤률과 자살률을 보면 알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 노인빈곤률과 자살률은 OECD국가들 중 독보적 최고를 15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

◇ 노후소득 ‘안정’과 ‘지속’ 관건, 공·사 연금제도 적극 활용해야
그렇다면 누가 나의 노후 30~40년을 책임져줄 것인가? 자식인가? 아니다. 자신밖에 없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을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정치적 권리를 적극 행사해야 한다.

게다가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현재의 공·사 연금제도를 지혜롭게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제도만 탓하면서 가입을 회피하거나 여타의 노후준비를 소홀히 하면 그 위험은 모두 자신에게 돌아온다. 인생2막이 불행해진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대학교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노후준비 진단, 상담, 컨설팅 과정과 기타 노후준비 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가급적 이른 시기에 자신에게 맞는 노후를 설계해 적극 실천해야 한다. 은퇴설계를 생애설계의 한 부분으로 보고 청소년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제대로 된 은퇴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다. 은퇴이후의 삶의 환경은 은퇴 이전과 크게 다르고 다양한 위험들과 도전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에게 비우호적인 나라에서 은퇴자들은 자칫 사회적, 가정적 소외는 물론 자칫 자신으로부터의 소외까지 당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삶의 목적과 목표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하고 전략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는 성공과 성취만을 위해 달려왔다면 앞으로는 성숙하고 숙성되기 위해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답을 찾아갈 줄 알아야 한다.

◇ 자신에 대한 신뢰가 은퇴준비의 시작, ‘나는 누구인가?’ 답을 찾아야
그렇다면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인생질문은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나는 누구인가?”일 것이다. 자신을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면 알수록 자신에 대한 수용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자신의 밝은 면 뿐 아니라 어두운 면, 강점 뿐 아니라 약점의 원인과 배경을 알게 되면 자신의 모습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자신의 불안과 분노의 근원을 이해할 수 있고 내면의 속박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래야 진정으로 ‘자기 수용력’이 생긴다. 자신이 살면서 겪은 성공과 실패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삶의 과정에서 얻은 상처와 눈물, 기쁨과 좌절의 점들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다. 자신과 화해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남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다. 전반전 경기가 끝난 후 하프타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찾는 일이다. 그러면 삶의 목적과 목표, 전략을 다시 세울 수 있다. 또한 그에 기반하여 매 순간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 낼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을 찾기 위한 첫걸음이 ‘자신에 대한 신뢰’인 것이다. 논어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백성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은 인생의 길에 바로 설 수 없다. 자신을 신뢰하는 것이 자신을 알아가는 첩경이다. 은퇴를 준비하는 자들이여, 부디 잊지 말라. 자신을 신뢰하라. 



글 - 이지현 기자
출처 : 금융경제신문  http://www.fetimes.co.kr

 [t-23.10.30.  20231029-075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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