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 - 2023. 11. 09」
은퇴자를 위한 묵언 ABCD
D(Dream): 인생 2막, 꿈꾸기를 멈추지 말라.
조급증? NO… 성공에서 성숙으로
머리 위에 잡히지 않는 ‘별’을 두라
투자 유혹과 사기 함정에 빠지지 않기
인간은 태어날 때 죽음의 DNA를 함께 지니고 태어난다고 한다. 삶은 한 차례만 공연된 후 죽음이라는 엔딩으로 끝나는 비장한 연극이다. 하지만 죽음에는 죽음 이상의 상징이 숨겨져 있다. 그 속에는 또 다른 생명이 심겨져 있고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 있다.
우주 생태계는 자신을 죽여 새 생명을 일으키는 순환의 영속체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죽은 고목에서 꽃이 피어나고, 애벌레는 나비로 변태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것이 자연의 신비이고 생명의 원리이고, 따라서 절망 중에도 꿈을 꿀 수 있는 것이다. 은퇴자가 꿈을 꾸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은퇴자는 어떤 꿈을 꾸어야 할까?
◇ 젊은이들과는 다른 꿈… ‘꿈'꾸기를 멈추지 말아야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고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고 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지고한 가치를 추구하며 삶의 의미를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고 한다. 반면 롭 브륵스 같은 진화 생물학자는 인간을 생존하고 번식하기 유리한 조건을 찾아가도록 설계된 존재로 본다. 형이상학적 가치 추구보다 생존과 번식에 좋은 조건을 만날 때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두 견해 모두 일리가 있다. 우리는 한편으로 생존에 필요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면서도 자신의 존재 의미와 지고한 가치 실현의 꿈을 꾸는 존재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이런 인간의 다양한 욕구들을 크게 하위단계 욕구인 생리적, 안정의 욕구와 상위단계 욕구인 존재적, 자아실현의 욕구로 분류하고 각각의 특성을 정의했다. 하위 욕구는 충족되는 순간 해소되거나 감소한다. 따라서 하위욕구를 한없이 충족시킨다 해서 만족감이 계속 증가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상위 욕구는 충족시키면 시킬수록 오히려 증가한다. 따라서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한 비결은 하위욕구는 적정수준에서 절제해 만족시켜주면서, 상위욕구를 최대한 계발하고 충족시키는 것이다. 시간과 자원의 한계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 조건을 설계해야 한다.
◇ 물질적 욕구 추구 vs 자아실현의 욕구
은퇴자는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 먼저 자신의 욕구가 옳은지 평가하고 준비상태를 잘 점검할 것을 권한다. 욕구 유형별로 객관적 시각으로 점검하고 부족한 정도를 평가해야 한다. 가급적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노후준비지원프로그램’으로부터 체계적 도움 받기를 권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와 권고를 적극 참고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욕구와 꿈에 기초해 자신만의 인생2막을 설계해야 한다.
둘째, 무엇보다 직업관과 노동관을 확고히 해야 한다.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다. 자신의 행복과 자신의 존재감을 스스로 만들 결심을 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직업은 소명이 될 수 있고, 어떤 노동에서도 통찰과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셋째,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노후소득 준비가 부족해도 지나치게 비관하지 말아야 한다. 조급증은 투자 유혹과 사기함정에 빠지는 첩경이다. 여유를 갖고 자세를 낮춰 찾으면 자립할 길이 보인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수입계획이 아닌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쉽고 지혜로운 전략이다. 그 다음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끝으로 좋은 꿈을 꾸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적 욕구를 찾아내는 것이다. 자신이 꼭 해보고 싶은 일이나 소명을 찾기 위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때로는 집을 떠나 무작정 걷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두문불출 책에 파묻히기도 한다. 글을 쓰면서 잊고 있던 자신을 만나 울기도 한다. 인생 선배와 밤늦도록 차를 마시다가 생장점이 터지기도 한다. 이는 버킷리스트를 만드는 일이고 꿈을 꾸는 작업이다. 손에 잡히지는 않아도 항상 하늘에 떠 있어 나를 지켜주는 별처럼, 가슴에는 꿈이 보석처럼 빛나야 한다.
◇ 소풍날을 기다리듯 자신의 존재욕구를 찾아 떠나기
원초적 질문을 다시 해보자. 우리는 과연 꿈을 꿀 수 있을까? 장삼이사로 평범하게 살다가 나이만 먹은 우리가 별을 바라보는 것이 격에 맞는 일일까? 그저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족한 것 아닌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영화 ‘버킷리스트’ 주인공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 영화에서 말기 암 환자 케일과 에드워드는 미루기만 했던 버킷리스트를‘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결심한다. 그리고 하나하나 모두 실행에 옮긴다. 힘에 부침에도, 순간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며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증명하며 감동한다. 서로 깊은 우정을 나누며 아름답게 삶을 정리하고 세상을 떠난다. 그렇다. 침대에 누워 산소 호흡기를 차고 죽을 것인가, 자신의 꿈을 위해 치열하게 살다 죽을 것인가? 온전히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 꿈으로 준비하는 인생 2막, 감동은 도처에 감추어져 있어
은퇴 이후의 꿈이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일, 하고 싶어지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을 찾아 하나하나 실행하면 된다. 평생 안 해 본 단순 노동을 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문학과 음악, 미술 등 심미적 세계에 빠질 수도 있다. 장애인이나 호스피스 봉사도 좋다. 집수리 기능 자격 취득이나 운동, 외국어 공부도 설레는 일이다. 국토 종주나 히말라야 트래킹에도 도전해 보자. 그러는 동안,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되고, 알지 못했던 삶의 가치와 의미도 깨닫게 된다. 뜻밖의 곳에서 자신의 가능성과 열정을 발견하고 놀랄 수도 있다. 감동은 도처에 감추어져 있다. 선입견 없이 두근거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 오직 이기적 삶에서 이타적 삶으로, 성공에서 성숙으로, 분주한 삶에서 몰입의 삶으로 변신하고자 하는 진심어린 노력만이 필요하다.
은퇴자의 꿈은 젊은이들의 그것과 같지 않을 것이다. 그 꿈은 눈물과 고통과 허무의 산을 넘어 아무도 없는 길에 홀로 서 본 자들만이 꿀 수 있는 꿈이다. 그 꿈은 어두운 밤이면 더욱 밝게 빛나는 별이다. 은퇴의 길에 접어든 자들이여, 마음속에 꿈을 심어라. 손에 잡히지 않지만 결코 배반하지 않을 ‘별’ 하나를 꼭 심어두라.
글 - 이지현 기자
출처 : 금융경제신문 http://www.fetimes.co.kr
[t-23.11.15. 20231114-0933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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