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임 - 인생을 현명하게 사는 지혜」
여의도
옛날에 지혜가 뛰어난 한 스님이 있었다.
어느 날, 스님이 마을로 시주를 나가게 되었다.
이 스님은 시주를 얻을 때 가난한 집보다는 부잣집을 주로 찾아갔는데,
이날도 어느 부잣집 대문 앞에 서서 목탁을 두드렸다.
그런데 대문 안에서 집주인이 나오더니 느닷없이 스님의 따귀를 한대 올려 붙이는 것이었다.
주인은 황 부자라는 아주 고약한 자였다.
"아니, 이런....,!"
스님은 갑자기 봉변을 당하자 화가 나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당장 관가로 갑시다!"
스님은 주인을 관가로 끌고 갔다.
관가에 도착하자 사또가 까닭을 물었다.
"무슨 일인데 스님이 관가에까지 다 오셨소? 아니, 황부자는 또 웬 일로 여길...,"
사또는 황 부자를 보자 깜짝 놀라 말끝을 흐렸는데 황 부자가 사또와는 친척지간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알 길 없는 스님은 사또에게 바로 조금 전의 상황을 설명했다.
"허어, 그렇소이까? 그럼 이 판결을 어찌하면 좋겠소?"
사또는 스님 몰래 황 부자에게 눈을 찡긋해 보이며 말했다.
"과거에 아무 이유 없이 빰을 때린 자를 처리한 판례가 있다면 그대로 처리 처리해 주시오."
스님의 말에 사또가 대답했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있어서 판결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빰을 맞은 사람이 가난한 사람이어서 엽전 한 냥을 받는 것으로 끝이 난 적이 있소이다만....,"
"뭐요? 엽전 한 냥이라고...."
스님은 기가 막혀 말문이 막혔다.
"그건 너무 불공정한 판결이 아니오?"
"하지만 정작 그때 빰을 맞은 자는 아주 고마워하며 돌아갔소이다."
사또는 또 다시 황 부자에게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제야 스님은 사또와 황 부자 간에 뭔가 연줄이 있음을 눈치챘다.
하지만 모른 척하고 말했다.
"정 그렇게 판결을 내리겠다면야 할 수 없는 일이지...."
스님은 사또가 앉아 있는 마루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그러고는 갑자기 사또의 빰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아니, 이런 고약한 중놈이 있나? 감히 사또의 빰을 치다니!"
사또는 엉겁결에 맞은 빰을 두 손으로 감싸며 호통을 쳤다.
"사또, 왜 그러시오? 뭐가 잘못되었소?"
스님이 태연스레 말했다.
"이놈의 중이 갑자기 돌았나? 멀쩡히 있는 사람의 빰을 때려놓고 뭐가 잘못되었냐니?"
사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스님에게 주먹을 들이댈 참이었다.
"허어, 사또 진정하시오. 나는 분명 사또에게 그 따귀 값을 치를 테니까."
"따귀 값이라니?"
"방금 사또의 입으로 이 고을에서는 따귀 한 대에 겨우 엽전 한 냥이라고 하지 않았소?"
"뭐, 뭐라고?"
"내가 이 자에게 엽전 한 냥을 받을 게 있으니, 그걸 받아서 가지도록 하시오.
그렇게 되면 계산은 공평하게 된 것 아니오?"
그 말에 사또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그저 속으로만 분을 삭일 뿐이었다 (p60)
※ 이 글은 <인생을 현명하게 사는 지혜>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김원임 - 인생을 현명하게 사는 지혜
새론북스 - 2005. 06. 10.
여의도 [t-23.10.15. 231001-064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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