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인천 자유공원
제24장 사랑의 교훈
6.
복잡한 문제들을 파고들다보면 가끔 도달하게 되는 순진한 상식으로 나는 가끔 묻곤 했다.
(마치 답을 봉투의 뒷면 정도에 다 적을 수 있는 것처럼)
"왜 우리는 그냥 서로 사랑할 수 없는 것일까?"
사방에서 사랑으로 고민하는 것을 보면서,
어머니, 아버지, 형제, 자매, 친구, 낮 방송 드라마 스타, 미용사의 불평을 들으면서,
나는 모든 사람이 거의 똑같은 고통 때문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한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공통의 해답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도 했다.
공산주의자들이 국제 자본의 불평등 문제에 답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웅대한 규모로 세상의 로맨스 문제들에 대해서 형이상학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7.
나만 유토피아적인 백일몽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자리에 있었는데,
그들을 낭만적 실증주의자들이라고 부르겠다.
그들은 충분한 생각과 치료법만 있으면,
사랑이 덜 고통스러운, 오히려 겅강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들 분석가, 설교자, 구루(원래 힌두교의 스승을 가리키는 말/역주), 치료사,
작가들은 사랑이 문제로 가득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진정한 문제에는 진정한 해결책이 틀림없이 있다고 생각했다.
낭만적 실증주의자들은 감정 생활이 비참한 사람과 마주하면 우선 원인을 파악하려고 하고,
(자존심 콜플렉스, 아버지 콜플렉스, 어머니 콜플렉스, 콜플렉스 콜플렉스,)
그런 다음에 치유책을 내놓는다. (퇴행치료, <신국> 독서, 원예, 명상)
융 학파의 훌륭한 분석가가 있었다면 햄릿의 운명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셀로도 치료실의 소파 위에서 자신의 호전성을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이다.
로미오도 중매 회사를 통해서 좀더 적합한 짝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오이디푸스도 가족 치료를 통해서 문제를 공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8.
예술은 사랑에 수반되는 문제들에 병적인 강박감을 가지는 반면,
낭만적 실증주의자들은 고뇌와 상심의 가장 일반적인 원인을 예방할 수 있는
매우 실제적인 조치에 초점을 맞춘다.
서양의 로맨스 문학의 많은 부분에 나타나는 비관적 견해들과 비교해볼 떄
낭만적 실증주의자들은 좀더 용감한 사람들로 보인다.
인간의 경험이라는, 전통적으로 타락한 화가나 정신병에 걸린
시인의 우울한 상상력에 맡겨 두었던 영역에서
좀더 계몽되고 자신에 찬 접근방을 옹호하기 때문이다.
9.
클로이가 떠난 직후
나는 역의 서점 가판대에서 낭만적 실증주의 문헌의 고전이라고 할 만한 책과 마주쳤다.
페기 니얼리 박사의 <괴로운 마음> 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나는 그 책을 샀다.
그 분홍색 표지에 적힌
'사랑을 하는 것이 반드시 고통스러운 일이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이런 수수께끼에 감히 답을 하겠다고 나선 이 여자,
페기 니얼리 박사는 누구일까?
책의 첫 페이지에서 나는 그져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 오리건 "사랑과 인간관계' 연구소 졸업.
현재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거주하며 정신분석, 아동 치료, 결혼 조언을 하고 았다.
감정적 중독만이 아니라 음경 선망, 잡단 역학, 광장공포증에 대해서 수 많은 책을 쎴다.
10.
<괴로운 마음>은 무엇에 대한 책일까?
이 책은 어울리지 않는 짝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와 여자,
상대를 잔인하게 대하거나 감정적 불만족 상태에 빠뜨리는 사람들,
술이나 폭력에 의존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행하지만 낙관적인 이야기이다.
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사랑과 고통을 연결시키며,
그들이 사랑하게 된 어울리지 않는 유형의 짝이
변화를 일으켜서 그들을 제대로 사랑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들은 천성적으로 그들의 감정적 요구에 응답할 수 없는
사람들을 바꿀 수 있다는 미망에 빠져서 인생을 망치게 된다.
니얼리 박사는 제 3장에서 문제의 근원이 결함 있는 부모라고 밝힌다.
부모는 이 불행한 낭만주의자들이 감정의 과정을 왜곡되게 이해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주 어린 시절의 감정적 애착 경험을 통해서
사랑이 보답받지 못하는 것이며 잔인한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그들에게 잘해주는 사람들을 절대 사랑할 수 없다.
그러나 치료과정에 들어가 유년시절을 다시 짚어보면 자신의 매저키즘의 뿌리를 이해하게 되고,
어울리지 않는 짝을 변화시키려는 욕망이 사실은 문제 있는 부모를
제대로 된 부모로 바꾸던 어린 시절의 공상의 잔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11.
그 책을 읽기 며칠 전에 <마담 보바리>를 읽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어처구니 없게도 니얼리 박사가 묘사한 사람들의 곤경과
플로베르의 위대한 소설의 여주인공인 비극적 엠마 보바리의 상황을 비교하고 있었다.
엠마 보바리는 누구인가?
그녀는 프랑스의 시골 지방에서 살아가는 젊은 여자로,
그녀를 사랑하는 남편과 결혼했으나 그녀는 사랑을 고통과 연결시키게 되면서 남편을 혐오한다.
그 결과 그녀는 어울리지 않는 남자들과 간통을 하게 된다.
그 남자들은 그녀를 잔인하게 대하는 비겁한 사람들이며,
그녀의 낭만적인 갈망을 충족시켜줄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엠마 보바리는
이 남자들이 변해서 그녀를 제대로 사랑해줄 것이라는 희만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병이 든다.
그러나 로돌프와 레옹은 그녀를 가벼운 오락거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불행하게도 엠마는 치료를 받을 기회가 없었고
자신의 매저카즘적 행동의 기원을 깨달을 수 있을 만큼 자의식을 지니고 있지 못했다.
그녀는 남편과 자식을 소흘히 했으며,
가족의 돈을 텅진했으며,
결국에는 어린 자식과 제정신이 아닌 남편만 남기고 비소를 먹고 자살한다.
12.
때때로 현대적인 해결책이 적용되었다면
상황이 어떻게 다르게 전개되었을까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마담 보바리가 니얼리 박사와 문제를 의논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낭만적 실증주의가 문학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 가운데 하나에 개입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엠마가 니얼리 박사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진료실에 들어갔다면 대화가 어떻게 진행되었을지 궁금하다.
[보바리, 긴 의자에 앉아 흐느끼고 있다]
니얼리 - 엠마, 내 도움을 받고 싶으면 뭐가 문제인지 말해야 해요.
[보바리 부인은 고개를 들지 않고 수 놓인 손수건에 코를 푼다]
니얼리 - 우는 것은 긍정적인 경험이에요.
하지만 50분 내내 울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보버리 - [울먹이면서 말한다]
그이가 편지를 쓰지 않아요.
그이가...... 편지를 쓰지 않아요.
니얼리 - 누가 편지를 쓰지 않는다는 거죠, 엠마
보바리 - 로돌프 말이에요. 편지를 쓰지 않아요.
편지를 쓰지 않아요.
그이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나는 파멸한 여자예요.
망가진 여자, 처랼하고, 비참하고, 아이 같은 여자예요.
니얼리 - 엠마,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이미 말했잖아요.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보바리 - 왜 창피하게 그렇게 멍청한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 거죠?
니얼리 -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당신에게 감정적 고통을 안겨주는 남자들에게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보바리 - 하지만 그때는 무척 좋았어요.
니얼리 - 뭐가요?
보바리 - 거기 있는 게요. 그이 옆에 있는 게요.
그이와 사랑을 나누고, 내 옆에서 그이의 살갗을 느끼고,
숲속으로 말을 달리는 게, 아주 생생했어요.
정말 살아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내 인생은 끝장이에요.
니얼리 -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것은 그 시간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아에요.
당신이 당신 남편을 싫어히는 것은
그 사람이 당신이 하는 모든 말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당신은 편지에 답장을 하는 데에 두 주나 걸리는
그런 남자를 사랑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어요.
아주 솔직히 말해서, 엠마, 당신의 사랑에 대한 관점을 보면 강박과 매저키즘이 드러나요.
보바리 - 그래요? 나는 그런 건 모르는데.
그게 다 병이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내가 원하는 것은 다시 그 사람에게 입을 맞추는 것이고,
그가 나를 품에 안아주는 것이고, 그의 살 냄새를 맡는 것뿐이에요.
※ 이 글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알랭 드 보통-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역자 - 정영목
청미래 - 2002. 07. 15.
인천 자유공원 [t-23.11.05. 20231101-122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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