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학 -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학습능력
머릿속 지혜는 생존의 무기 / 자녀의 뒤뇌 계발은 부모 책임이다.
꿀로 쓰는 알파벳, 수수께끼로 배우는 단어
유대인 부모들은 오래전부터 ‘수수께끼와 농담은 머리를 날카롭게 가는 숫돌’이라고 여겨서 교육에 적극 활용하였다.
그들의 경전인 《탈무드》에도 수수께끼로 표현된 지혜들이 대부분이다.
“사람의 눈동자는 흰 부분과 검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째서 검은 부분을 통해서만 사물을 볼 수 있을까?”
“인생은 어두운 곳을 통해서 밝은 곳을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인생은 희로애락의 긴 여정이다. 살다 보면 어둠과 밝음이 함께하기 마련이다.
인생에는 반드시 위기나 실패 등 어두운 부분이 있고, 우리는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맞서 살아가야 한다.
자녀들은 부모들이 내는 재미있는 수수께끼를 통해서, 이렇듯 오묘한 인생의 진리를 깨달아간다.
미국의 유대인 교육심리학자 벤자민 블룸은 1980년대 초 세계적인 수준의 피아니스트와 수영선수, 테니스 챔피언,
수학자, 신경과학자, 조각가 등 120명을 대상으로 '천재들이 어떤 교사에게서 배웠는지'를 연구했다.
그런데 의외로 이들을 맨 처음 가르친 교사들은
전문성이나 경력 면에서 특별히 내세울만한 점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다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격려와 칭찬으로 학생들의 잠재력에 불을 지르고 그 불꽃이 계속 타오르도록 했다.
한마디로 제자들에 대한 사랑과 교육의 열정이 넘치는 교사들이었다.
"배움의 첫 단계에서 이런 식의 가르침을 받은 학생은 자기도 모르게 흥미를 느끼고 사로잡히며 열중한다.
(자신이 배우는 피아노, 수영, 수학 등에)
그리고 점차 더 많은 정보와 전문적인 교육을 원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필요한 수준으로 발전한다.
아마도 교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초기의 학습을 즐겁고 보람찬 활동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학습은 시작단계에서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교사들은 아이의 능력을 긍정적으로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유대인 교사들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처음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공부는 사탕과 같이 달콤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를 위해 손가락에 꿀을 찍어서 22자의 히브리 알파벳 글자를 따라서 쓰게 한 다음 손가락을 빨아먹게 한다.
히브리 알파벳 모양을 본떠 만든 과자를 준비해 먹이기도 한다.
공부는 과자처럼 달콤하고 즐거운 일이라는 이미지를 배움을 시작하는 나이부터 각인시켜 주는 것이다.
이런 전통은 중세 시절에도 있었다.
아이가 세 살이 되면 꿀로 만든 칠판에 히브리어 알파벳을 적어 어린이들이 그 글씨를 혀로 핥으며 깨우치게 하거나
꿀과자로 만든 알파벳으로 글자를 익히게 했다.
어릴때부터 배우고 익히는 것, 지식을 확대하는 것은 꿀처럼 달콤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풍습이다.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다.
지식정보화 사회가 될수록 '평생학습'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배움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마라톤을 너무 일찍 시작한다.
마라톤 코스를 완주하려면 충분한 체력과 워밍업이 필요하다.
페이스도 고르게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마라톤을 하기에 적당한 몸과 정신이 갖춰지지도 않은 아이들을
마라톤 출발선으로 밀어내는 게 한국 학부모들이다.
그러니 빨리 지쳐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학생들의 중, 고등학교 학업 성적은 세게 최고 수준이지만,
이런 학생들이 모인 대학이 세계적인 수준에서 한참 뒤처져 있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한국 학부모처럼 조급증을 내지 않는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춰 차근차근 지평을 넓혀간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등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는 지긋지긋한 것,
힘들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쌓는 우리 아이들과는 대조적이다.
공부를 꿀처럼 달콤한 것으로 여기며 즐겁게 공부하는 아이들과 오로지 대학입시를 위해
억지로 재미없는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어떻게 될지는 명약관화하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천부적이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미지의 세계에 대해 왕성한 탐구욕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때는 '배움은 괴롭고 힘든 일이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라는 점을 일깨워줘야 한다.
이렇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가는 첫 배움의 단계에서 가장 유용한 도구는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에게 처음 사주는 책이 그림동화책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대인은 어느 민족보다 이야깃거리가 풍성하다.
유대인 정신의 핵심인 <토라> 자체가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이집트에서 노예로 핍박 받던 유대인들을 탈출시킨 예언자 모세,
돌팔매질로 적의 장수 골리앗을 쓰러뜨린 소년 다윗, 잠든 틈에 머라털이 잘려 괴력을 잃어버린 장사 삼손,
고래 뱃속에 들어겄다 나온 요나, 가족과 짐승들을 방주에 태워 대홍수를 피한 노아,
아기를 반으로 나누라는 판결을 통해 진짜 어머니를 가려낸 현인 솔로몬,....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보고다.
유대인들은 이런 풍성한 이야깃거리들을, 배움은 꿀처럼 달콤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십분 활용한다.
"뭐가 좋은 교육이냐고? 아이의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 아닐까?
배움이란 생활을 더 즐겁고 다채롭게 해주는 취미와도 같은 것이니까.
배움 때문에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무거운 압박감을 주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해." (- 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
만약 우리 자녀들이 공부를 스트레스로 여기지 않고 즐거운 취미로 여긴다면, 학습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에게
'공부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지식의 습득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고 있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수확은 몇 점 나왔니?"
"몇 개 틀렸어? 몇 점 받았는데?"
"그래서 몇 등이야? 네 위에 누구누구 있어?"
부모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 자녀들은
자연히 경쟁자들의 점수와 학급 내 자신의 위치에만 온통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배움에 흥미를 느끼고 즐기기보다는 공부가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유대인 부모들은 수수께끼를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사람들은 대게 틀에 박힌 생활을 하기 때문에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성 있는 얘기를 들으면 정신적인 긴장을 느끼고,
이런 정신적 자극은 어휘력 향상과 두뇌 계발에 큰 도움이 된다.
유대인 가정에선 퇴근한 아버지가 저녁 식탁에서 자녀들에게 수수께끼를 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수수께끼는 간단한 질문 하나로 아이에게 상상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눈높이에 맞는 질문을 자주 던지면, 어휘력과 연상능력이 몰라보게 좋아진다.
그래서 유대인 엄마는 아기가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는 생후 한 살 무렵부터 수수께끼 놀이를 시작한다.
주로 사물의 명칭과 쓰임을 가르치는데,
신체의 일부를 가리키며 '이게 뭘까?' 하고 질문을 던지는 '신체 수수께끼' 놀이가 대표적이다.
아기가 어느 정도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만 2세가 되면
아기에게 '기쁘다, 슬프다. 아름답다'등의 추상명사를 가르쳐준다.
'많다'의 반대말이 뭘까?'
'춥다'의 반대말은?' 이렇게 부모와 아기가 주변의 사물을 가리키며 묻고 답하는 방법으로 반대 개념을 읽힌다.
아기들이 더 자라서 추상적 사고와 비유의 개념이 생기면 아이와 본격적으로 '스무고개' 놀이를 시작한다.
"깎으면 깎을수록 커지는 건 뭘까?" (답. 구멍)
"어느 나라 말이나 다 할 수 있는 건 누구지?" (답. 산울림)
아이가 좀 더 크면 사고의 영역을 더 넓혀야 풀 수 있는 어려운 수수께끼로 진화한다.
"사람은 귀도 두 개고 눈도 두 개인데 왜 입만 하나일까?"
(답. 입으로 말하기 전에 두 배 더 잘 듣고, 두 배 더 잘 관찰하기 위해서)
※ 이 글은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의 일부를 필사한 것임.
[t-22.04.09. 2220407-1555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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