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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책방(소설

· 11-12. 생텍쥐페리 - 어린왕자

by 탄천사랑 2007. 5. 10.

「생텍쥐페리 - 어린왕자」

이미지 다음에서

 


11
두 번째 별에는 허영꾼이 살고 있었다.
"아! 아! 
 숭배자가 하나 찾아오는군!"

라고 어린 왕자를 보자마자 멀리서 허영꾼은 소리질렸다.
왜냐하면 허영꾼에게는 다른 사람들이란 모두 숭배자들이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이상한 모자를 쓰고 계시네요."
"인사하기 위한 거지."  허영꾼이 대답했다.
"사람들이 나에게 환호와 갈채를 보낼 때 인사하기 위한 거야. 
 불행하게도 이곳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아, 그래요?"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했으면서도 어린 왕자가 말했다.

"박수 쳐봐."  그래서 허영꾼이 충고를 했다.

어린 왕자는 박수를 쳤다.
허영꾼이 점잖게 모자를 벗으며 인사를 했다.
'이건 왕을 방문한 것보다는 낫군' 어린 왕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는 다시 손을 마주쳤다. 
허영꾼이 다시 모자를 벗으며 절을 했다. 
오 분쯤 이렇게 하고 나니 어린 왕자는 놀이가 단조로와 싫증이 났다.

"어떻게 하면 모자가 떨어지나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러나 허영꾼은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허영꾼들이란 칭찬 외엔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법이다.

"넌 정말로 나를 숭배하니?"  그가 어린 왕자에게 물었다.
"숭배한다는 게 뭐야?"
"숭배한다는 건 내가 이 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옷을 잘 입고, 가장 부자고, 
 제일 똑똑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말이야."
"그렇지만 이 별에는 아저씨 혼자뿐이잖아요?"
"제발 날 즐겁게 해 다오. 
 어쨌든 날 숭배해다오!"
"전 아저씨를 숭배해요."  

어린 왕자가 약간 고개를 흔들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게 아저씨한테 무슨 소용이 있지요?"

그리고는 어린 왕자는 그 별을 떠났다.
어린 왕자는 길을 가는 동안, 
어른들은 이상야릇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12
다음 별에는 술꾼이 살고 있었다.
이번 방문은 아주 짧았으나 그것은 어린 왕자의 마음을 대단히 언짢게 하였다.

"거기서 뭘 하세요?"

그 술꾼은 아무 말 없이 빈 병 한 무더기와 가득 찬 병 한 무더기를 앞에 놓고 앉아 있었다.

"술 마시지."

몹시 침울한 얼굴로 술꾼이 대답했다.

"왜 마셔요?"  어린 왕자가 그에게 물었다.
"잊어 버리려고."  술꾼이 대답했다.
"무얼 잊어 버리려고요?"

벌써 그 술꾼이 측은해져서 어린 왕자가 물었다. 

"부끄럽다는 걸 잊어 버리려고"

고개를 숙이며 술꾼이 털어놓는다.

"무엇이 부끄러운데요?"

그를 도와 주려고 어린 왕자가 물었다.

"술 마시는 게 부끄럽지!"

그 말을 마치고 술꾼은 입을 열지 않았다.
난처해 가지고 어린 왕자는 그 별을 떠났다.

'어른들은 정말 너무 너무 이상하군'이라고 여행을 하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 이 글은 <어린왕자>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저자 - 생텍쥐페리 
역자 - 박용철
덕우 - 1989.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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