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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

· 15-16. 생텍쥐페리 - 어린 왕자

by 탄천사랑 2007. 5. 12.

「생텍쥐페리 - 어린 왕자」

이미지 다음에서



15
여섯 번째 별은 열 배나 더 넓은 별이었다. 
거기에는 대단히 큰 책을 쓰고 있는 한 노인이 살고 있었다.

"야! 탐험가가 하나 왔다!"

그는 어린 왕자를 보자 이렇게 소리쳤다.
어린 왕자는 책상 위에 앉아서는 숨을 약간 헐떡이었다. 
벌써 얼마나 많이 여행을 했는가!

"어디서 오니?"  노인이 물었다.
"이 커다란 책은 뭐예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여기서 무얼 하세요?"
"난 지리학자야."  노인이 말했다.
"지리학자가 뭔데요?"
"바다, 강, 도시, 산, 사막이 어디 있는가를 아는 학자지."
"이건 정말 재미있겠네요.
 이제야 직업 다운 직업을 보게 되었네요."

이렇게 말하고서 그는 지리학자의 별을 한 바퀴 훑어보았다. 
그렇게 훌륭한 별을 이때까지 그는 본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 별은 참 아름답네요.
 큰 바다도 있나요?"
"나야 알 수 없지." 지리학자가 말했다.
"그래요? (어린 왕자의 기대 밖이었다) 산은요?"
"나야 알 수 없지." 지리학자가 말했다.
"도시와 강과 사막은요?"
"그것도 알 수 없지."
"할아버진 지리학자라면서요?"
"그렇지.
 하지만 난 탐험가는 아니야.
 나에겐 탐험가가 하나도 없단다.
 도시나 강, 산, 바다, 사막을 세러 다니는 건 지리학자가 하는 일이 아니야.
 지리학자는 아주 중요하니까 돌아 다닐 수가 없는 거야.
 서재를 떠나지 못하는 거지.
 하지만 탐험가들을 만나 보지.
 그들에게 질문을 하고 그들이 여행에서 회상해 내는 것을 기록해 두는 거야.
 그들 중의 어느 하나가 회상해 낸 것에 관심이 있으며 지리학자는 그 탐험가의 인격을 조사시키지."
"왜요?"
"탐험가가 엉터리로 말하면 지리책에 일이 생기니까 그러는 거지.
 그리고 탐험가가 술꾼인가 아닌가도 조사시키지."
"왜요?"
"술꾼들은 물건을 둘로 보니까 그러는 거지.
 그렇게 되면 실제로 산은 하나밖에 없는데 둘을 기록할 것 아니겠니"
"좋지 못한 탐험가가 될 만한 사람을 전 알고 있어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럴 수 있지. 
 그래서 탐험가의 인격이 갖추어진 경우 그가 발견한 것을 조사시키는 거야."
"직접 가 보나요?"
"아니야, 
 그건 너무 복잡해. 
 그래서 탐험가에게 증거물을 내보이라고 요구하지.
 예를 들어 큰 산을 발견했다고 하면 큰 돌을 가져 오라고 요구하는 거야."

지리학자는 갑자기 흥분을 했다.

"그런데, 넌 멀리서 왔지! 
 탐험 가지! 
 네  별 이야기를 해다오."

그러고는 지리학자는 장부를 펼쳐 놓고 연필을 깎는다.
우선 탐험가들의 이야기는 연필로 적어 둔다. 
탐험가가 증거를 제시하여야만 잉크로 적는 것이다.

"그래서?"  지리학자는 물었다.
"오, 제 별은 흥미 있는 게 못 돼요. 
 아주 작아요.
 화산이 셋 있는데 둘은 불을 뿜는 화산이고 하나는 죽은 화산이에요.
 하지만 알 수야 없죠."
"알 수야 없지."  지리학자가 말했다.
"꽃도 하나 있구요"
"꽃은 기록하지는 않는단다."

지리학자가 말했다.

"왜요? 
 제일 예쁜 건데."
"꽃은 순간적이니까."
"<순간적>이라는 게 무슨 뜻이에요?"

지리학자가 말했다.

"지리 책은 모든 책 중에서 가장 귀중한 책이야.
 그건 유행을 타지 않는단다.
 산이 자리를 옮기는 일은 거의 드물잖니?
 큰 바다에 물이 없어지는 일은 드물잖니"
 우리는 영원한 것만 쓴단다."
"죽은 화산이 되살아날 수도 있잖아요"."

어린 왕자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순간적>이라는 게 무슨 뜻이에요?"
"죽은 화산이건 불 뿜는 화산이건 우리에겐 마찬가지야."

지리학자가 말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산이야. 
 그건 변하지 않아."
"하지만 <순간적>이라는 게 무슨 뜻이에요?"

한 번 질문을 던지면 포기하는 법이 없는 어린 왕자가 되풀이해 물었다.

"그건 곧 없어질 위험이 있다는 뜻이야."
"내 꽃은 곧 없어질 위험이 있나요?"
"그렴."

<내 꽃은 순간적이다>라고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을 보호하는데 가시 네 개가 있을 뿐이지!
 그런 꽃을 혼자 내버려 두었단 말이야!'
그는 처음으로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용기를 되찾았다.

"할아버지 생각으로 제가 어딜 가 봤으면 좋겠어요?"  그가 물었다.
"지구라는 별 이지."

지리학자가 그에게 대답했다.

"그 별은 평판이 좋으니까-----"

그래서 어린 왕자는 자기 꽃을 생각하며 길을 떠났다.

 

16
그러니까 일곱 번째 별이 지구였다.
지구는 보잘 것 없는 별이 아니다!.
거기에는 백 열 하나의 왕과 (물론 흑인 왕들도 포함해서) 칠천 명의 지리학자와 
구십만의 상인과 칠백 오십만의 술꾼, 삼억 일천 백만 명의 허영꾼,
다시 말해 거의 20억의 어른들이 살고 있다.

지구가 얼마나 큰가 하는 걸 알려 주기 위해 
나는 전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통틀어 육 개 대륙에 사십 오만 이천 오백 십 일명의 
점등인 대대가 필요했다는 것을 말해야 하겠다.
얼마간 떨어져서 보면 그건 대단한 광경이었다.
그 점등인들의 움직임은 오페라의 발레단들처럼 질서 정연했다. 
우선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점등인들 차례였다. 
그들이 등불을 켜고 잠을 자러 가면, 
이번에는 중국과 시베리아의 점등인들이 춤을 추러 들어왔다. 

그들이 무대 뒤로 사라지면 이번에는 러시아와 인도의 점등인들 차례였다. 
그러고는 아프리카와 구라파의 점등인들,
그러고는 남아메리카의 점등인들,
그들이 무대에 나타나는 순서가 틀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웅장한 광경이었다. 
단지 북극의 하나밖에 없는 가로등을 켜는 점등 인과 
남극의 하나밖에 없는 가로등을 켜는 그의 친구 점등인만이 한가하게 
그리고 천하태평으로 살고 있었다.
그들은 일 년에 두 번밖에 일하지 않았다.
※ 이 글은 <어린 왕자>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저자 - 생텍쥐페리 
역자 - 박용철
덕우 - 1989.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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