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 2022. 4월호. 세상을 바꾸는 시각」
처음 보는 것인데, 웬지 전에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를 기시감(旣視感)이라고 표현하는데,
보통 사람들에게는 데자뷔(Deja vu)라는 프랑스어가 좀더 친숙한 표현일 것입니다.
처음 본 것을 이미 본 것처럼 느끼거나,
최초의 경험을 이미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뜻하는말입니다.
그런데 데자뷔를 거꾸로 읽어 만든 신조어도 있습니다.
뷔자데(VuJade)입니다.
낯선 것에서 익숙함을 보는 데자뷔와는 정반대로,
익숙한 것에서 낯설고 새로운 것을 보는 일입니다.
이런 말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뷔자데가 혁신의 속성을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혁신과 창의는 무(無)에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은 늘 원래 있던 것을 뒤집고 나옵니다.
문자를 주고받는 일은 2G폰이 사용된 이후 계속 있었던 것이지만,
카카오는 이것을 메신저 앱으로 혁신했습니다.
음식을 주문해 배달시키는 일도 아예 없던 일이 아니었습니다.
배달 서비스 앱은 이 익숙한 일을 스마트폰 시대의 방식으로 새롭게 만든 결과입니다.
이렇듯 혁신은 늘 익숙하게 사용하던 것들에서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뷔자데의 역량에서 비롯됩니다.
저는 뷔자데를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새롭게 정의하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내 삶과 내 업(業)의 맥락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개념화하는 것입니다.
쉽게 '이름 바꾸기'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사망보험'이란 보험 상품이 처음 나왔을 때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죽어야 보험금을 받는다'는 것은 이해했지만,
상품 이름에 붙은 '사망'이란 말은 아무래도 내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망보험은 곧 생명보험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죽어야 보험금을 받는다는 것은 그대로지만,
이름 하나 바꾼 것 만으로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필스적인 보험 상품이 됐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는 과거 한 상업 광고에 등장해 크게 유행한 문장입니다.
나이에 관해 이렇게 절묘한 정의가 또 있을까요?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 문장은 더욱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시나브로 '환갑잔치'란 말은 사라졌고, '은퇴 설계' 보다는 '인생 후반전 설계'라고 표현합니다.
게다가 신중년을 넘어 신노년이란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나이가 삶의 영역을 제한하는 장벽이 아니라,
삶을 확장시킬 기회이자 도전의 자양분으로 정의 내린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을 바꿔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만의 새로운 정의를 내리면 할 일이 달라집니다.
나의 삶을 새롭게 정의하면, 다른 삶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
남은 내 삶에 다른 제목을 붙일 때 거기에 담길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은 자신의 시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말합니다.
언제부터인가 4월이 되면 누구나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 시구가 됐습니다.
시인은 왜 생명이 움트고 피어나는 봄,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정의 내렸을까요?
이 시구를 두고 후세의 평론가들은 저마다의 해석과 이유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찾는 일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나만의 정의 내리기가 더 필요한 일입니다.
- 구범준 세바시 대표 PD.
'문화 정보 > 책(일간.월간.사보.잡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샘터 - 조금의 노력만으로도 (0) | 2022.05.05 |
---|---|
케리 월터스-아름답게 사는 기술/용기 (0) | 2022.04.07 |
케리 월터스-아름답게 사는 기술/감사 (0) | 2022.04.03 |
케리 월터스-아름답게 사는 기술/믿음 (2) (0) | 2022.03.28 |
아름답게 사는 기술 - 믿음(1) (0) | 2022.03.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