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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유아 어린이/생텍쥐페리

· 7-8. 생텍쥐페리 - 어린왕자

by 탄천사랑 2007. 5. 8.

「생텍쥐페리 - 어린왕자」



7
닷새째 날, 
또 양 때문에 어린 왕자의 삶의 비밀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말 없이 생각한 것의 결과 인듯, 갑자기 밑도끝도 없이 나에게 물었다.

"양이 작은 나무를 먹으면 꽃도 먹을 수 있어?"
"양은 아무거나 먹지."
"가시 있는 꽃도?"
"그렇단다. 가시 있는 꽃도."
"그럼 가시는 뭘 하는 거야?"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나는 그때 내 기관의 빡빡한 볼트를 빼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나는 고장이 아주 심한 것 같아서 걱정되었고 먹을 물이 얼마 없어 최악의 상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시는 어디에 쓰지?"

한 번 질문을 하면 어린 왕자는 그것을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었다. 
나는 볼트 때문에 화가 나서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가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야.
 꽃이 괜히 심술부리는 거지."
"그래?"

그러나 잠시 후 그는 원망스러운 듯 나에게 이런 말을 툭 던졌다.

"그렇지 않을 거야.
 꽃들은 약하거든.
 천진난만하구, 그래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가시를 가지고 겁주는 거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놈의 볼트가 계속 말썽이면 망치로 두들겨 비틀어 버려야지'
어린 왕자가 다시 내 생각에 방해했다.

"그럼, 아저씬 꽃들이----,"
"아냐, 아냐, 생각해서 대답한 게 아야.
 아무렇게나 대답한 거야.
 난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  그는 어리둥절해져서 나를 바라보았다.
"중요한 일이라고?!"

그는 기름 때문에 시커멓게 된 손에 망치를 들고 
아주 이상하게 보이는 어떤 물건에 몸을 기울이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저씬 어른들같이 말하네!"

그 말에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인정사정 없이 그가 덧붙였다.

"아저씬 모든 걸 다 엉망으로 만들어--- 엉터리로 만드는 거야,"

그는 정말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그의 금발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내가 아는 어떤 별에 시뻘건 사람이 사는데 그는 꽃 향기는 맡아 본 적도 없고, 
 별을 바라보지도 않고 누굴 사랑해 본 적도 없어.
 그리곤 계속해서 덧셈만 하고 있는 거야.
 하루 종일 아저씨처럼 난 성실한 사람이야,
 난 성실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면서, 그리고 그것 때문에 매우 잘난 척 만해.
 하지만 그는 사람이 아냐, 버섯이지."
"뭐라고?"
"버섯이란 말야!"

어린 왕자는 화가 나서 얼굴이 핼쑥해졌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은 가시를 키워 왔어. 
 양들이 꽃들을 먹는 것도 수천만 년 전부터야.
 꽃들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가시를 왜 그토록 애를 써서 만드는가 하는 걸 알아보는 게 그래 중대하지 않단 말이야?
 양과 꽃들의 싸움이 그래 중요하지 않아?
 그 시뻘건 사람의 덧셈보다 중요하지 않아? 
 내 별을 빼면 다른 어느 곳에도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이 있는데, 
 조그만 양이 무언지도 모르고 한번에 그걸 먹어 버릴지도 모르는데,
 그래 그게 중요하지 않단 말야?"

그는 얼굴이 빨게가지고 계속했다.

"수천만의별 중에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누군가 사랑한다면 그 별을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히 행복해질 거야. 
 내 꽃이 저기 어디에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말이야.
 그런데 양이 그 꽃을 먹어버리면, 그에게는 갑자기 그 모든 별들이 빛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래 그게 중요하지 않단 말이야?"

그는 말을 계속하지 못하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밤이었다.
나는 연장들을 내팽거쳤다.
망치니 볼트니 갈증이니 죽음 따위가 다 시들해졌다. 
어떤 별, 내가 사는 지구 위에는 달래줘야 할 어린 왕자가 있는 것이다.
나는 그를 껴안았고 달래며 말했다.

"네가 사랑하는 꽃이 다치지 않게 양에게 굴레를 그려 줄께----.
 꽃에게 입힐 갑옷도 그려 주고---- 난----"

나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될지 알 수 없었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어떻게 그를 위로하고,  어디가야 그의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눈물의 나라란 그렇게도 신비한 것이다.

 

8
나는 그 꽃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의 별에는 전부터 꽃잎이 한 겹만 있는 아주 단순한 꽃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도 않았고 사람을 괴롭히지도 않았다.
그것들은 어느 날 아침 풀 속에 나타났다가는 저녁이면 사그라져버렸다.
그런데 어느 날 어디서 날아 왔는지 알 수 없는 씨에서 싹이 텄는데 
어린 왕자는 다른 싹과 다른 그 싹을 아주 가까이서 살폈다.

새로운 종류의 바오밥나무인지도 몰라. 
그러나 그 어린 나무가 이내 자라기를 멈추고 꽃피울 준비를 했다. 
대단한 꽃봉오리가 맺는 것을 지켜 본 어린 왕자는 거기에서 어떤 신비로운 것이 나타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꽃은 계속해서 푸른 방 속에 숨어 단장만 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색깔을 고르고, 천천히 옷을 입고 하나하나 자기 꽃잎을 다듬었다. 
헝클어진 채 나타나기가 실었던 모양이다. 
한창 아름다울 때 나타나고자 했다. 
정말이지 무척 까다로운 꽃이었다.
신비스러운 단장이 그래서 여러 날을 두고 계속됐다. 
그러더니 어느 날 아침, 
바로 해가 뜰 시간에, 그 자태를 드러냈다.
아주 정성들여 치장을 한 그 꽃은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오! 겨우 깨어났군---- 미안해요----아직도 머리가 온통 헝클어져 있어요."

어린 왕자는 그때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렇지요?" 라고 꽃이 조용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전 해와 함께 태어난 걸요----." 

어린 왕자는 그 꽃이 겸손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꽃은 매우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침 식사 시간 같아요?"라고 그 꽃이 곧 덧붙였다.
"내 생각을 좀 해주시겠어요?"

어린 왕자는 잠시 어리둥절했다가 찬물 한 통을 가져다가 꽃에 뿌려 주었다.

이렇게 해서 그 꽃은 자기의 변덕 많은 허영심으로 어린 왕자의 마음을 괴롭혔다.
예를 들자면 어느 날 자기의 네 개의 가시 이야기를 하면서 그 꽃은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호랑이들이 발톱을 내밀고 달려들어도 전 무섭지 않아요!"
"이 별에는 호랑이가 없어요."라고 어린 왕자가 반박했다.
"그리고 호랑이는 풀을 먹지도 않아요"
"전 풀이 아니에요." 그 꽃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미안해요----."
"호랑이는 무섭지 않아요--- 하지만 바람부는 건 싫어요. 
 병풍 가지신 것 없어요?"

'바람부는 것이 싫다고--- 풀치고는 운이 좋지 않군' 이렇게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저녁에는 고깔을 씌워 줘요. 
 당신 별은 너무 추워요. 
 살기에 좋은 것 같진 않아요. 
 제가 있던 곳은----"

그러나 그 꽃은 갑자기 말을 끊었다. 
씨 모습으로 왔지 않은가.
그러니 다른 곳을 알 턱이 없었다. 
그렇게 곧 들통이 날 거짓말을 하려고 했다는 걸 들킨 데 대해 속이 상해 
그 꽃은 잘못을 어린 왕자에게 돌리고 싶어서 두세 번 기침을 했다.

"병풍은요?"
"가지러 가려던 참인데 당신이 말을 하고 있어서---"

그러자 꽃은 어린 왕자에게 가책을 느끼게 하려고 기침을 심하게 했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랑을 갖고 있었으나 그 꽃을 의심하게 되었다. 
그는 아무 뜻도 없는 말도 심각하게 생각하여 그것 때문에 아주 불행하게 되었다.

어느 날 그는 나에게 털어놓았다.

"꽃의 말을 듣지 않았어야 할 걸 그랬어. 
 꽃이 하는 말은 들어선 안 돼.
 그냥 바라보고 향기를 맡아야 했어.
 내 꽃도 내 별에 향기를 떨치고 있었는데 난 그걸 즐길 줄 몰랐거든.
 내 마음을 상하게 했던 발톱 이야기도 가엾게 생각했어야 되는 건데----" 

그는 계속 털어놓았다.

"그때는 아무것도 이해를 못했어.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지 말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거였어.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풍겨 주고 내 맘을 환하게 해주었어. 
 도망가서는 안 되는  건데 그랬어! 
 그 하잖은 꾀 뒤에 사랑이 있는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꽃들이란 맘에 없는 말도 하니까!
 하지만 너무 어려서 사랑해 줄 줄을 몰랐지."
※ 이 글은 <어린왕자>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저자 - 생텍쥐페리 
역자 - 박용철
덕우 - 1989.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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