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어린왕자 / 끝

· 「생텍쥐페리 - 어린왕자」  

27
그래, 그게 벌써 여섯 해 전의 일이다......,
나는 아직까지 이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다. 
나를 다시 본 동료들은 살아 돌아온 나를 보고 대단히 기뻐했다. 
나는 슬폈지만 그들에게는 '피곤해서' 라고 말했다.

이제 난 슬픔이 약간 가라앉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슬픔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가 자기 별에 되돌아간 것을 잘 알고 있다. 
동틀 무렵에 보니 그의 몸은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그리 무거운 몸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밤에 별의 웃음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한다. 
그것은 오억 개의 방울 같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생겼다.
어린 왕자에게 내가 그려 준 굴레에 가죽끈을 달아 주는 걸 잊어 버렸던 것이다. 
그는 그것을 맬 수가 없었으리라.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어린 왕자의 별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까? 
 양이 꽃을 먹어 버렸는지 모를 일이야.......'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그럴 리가 없지! 
 어린 왕자는 매일 밤마다 꽃에 유리 고깔을 씌우고 양을 감시할 거야.......'
그러면 나는 행복하다. 
그러면 모든 별들이 조용히 웃는다.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어쩌다가 방심을 하면 큰일이야!
 어느 날 저녁, 유리 고깔을 잊어 버렸거나 양이 밤에 소리 없이 나가든지 했다면…….'
그러면 방울들은 눈물로 모두 변해 버린다!.......,

이것은 정말 커다란 수수께끼이다. 
역시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에게나 나에게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양이 
어디선가 장미꽃을 먹었는가 안 먹었는가에 따라 세상이 온통 달라지는 것이다.

하늘을 보라.
그리고 물어 보라.

양이 꽃을 먹었을까? 안 먹었을까? 라고
그러면 모두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게 대단히 중요한 것임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끝





이 그림은 나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쓸픈 풍경이다. 
이것은 앞 장의 것과 같은 그림이다.
그러나 당신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다시 그린 것이다. 
이곳이 어린 왕자가 지구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곳이다. 
자세히 살펴보았다가 언젠가 당신이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하게 되면, 
이곳을 확실히 깨닫길 바란다. 
그리고 만약 이 지점을 지나게 되거든, 
부디 서들지 말고 
별 밑에 정확히 서서 기다려 보라! 
그때 미소 지으며, 머리가 금발인,
질문을 해도 대답하지 않는
어린 소년이 나타나면 그가 누구인지 알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면 부디 나를 위로하는 뜻으로
그가 돌아왔다고 나에게 전해주길 바란다.
※ 이 글은 <어린왕자>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저자 - 생텍쥐페리 
역자 - 박용철
덕우 - 1989. 0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