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유아 어린이/생텍쥐페리

3-4.생텍쥐페리 - 어린왕자

by 탄천사랑 2007. 5. 6.

「생텍쥐페리 - 어린왕자」

 

 


3.
그가 어디서 왔는지 아는 데는 오랜 시일이 걸렸다.
그 어린 왕자는 나에게는 여러 가지를 물어보면서도 내가 묻는 말에는 들은 척도 않는 것 같았다.

우연히 하는 말을 통해서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내 비행기를 처음 보았을 때에 그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비행기는 그리지 않겠다. 나에겐 너무 복잡한 그림이니까)

“이건 뭐야?”
“이건 뭐냐면 날아다니는 거야.
 비행기야, 내 비행기.”

나는 내가 날아다닌다는 것을 그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러자 어린왕자는 소리쳤다.

“뭐라구! 
 그럼 아저씬 하늘에서 떨어졌어?”
“그래.”  나는 겸손한 말투로 대답했다.
“야! 거 참 재미난다....,.”

그리고 어린 왕자는 아주 유쾌하게 깔깔대며 웃었다.
그것이 내 비위를 건드려 나는 대단히 화가 났다.
나는 사람들이 내 불행을 같이 슬퍼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그가 말을 이었다.

“그럼 아저씨도 하늘에서 왔어? 
 어느 별에 있었는데?" 

나는 그의 신비로운 존재를 알아내는 데에 어떤 서광이 비침을 깨닫고 급히 물어보았다. 

“넌 그럼 다른 별에서 왔니?”

그러나 그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내 비행기를 바라보면서 머리를 까딱까딱 했다. 

“저걸 타고서는 멀리서 오진 못하겠군, 
 정말......,”

그리고 그는 잠시 동안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내가 그려 준 양을 꺼내더니 보물을 보듯이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다른 별들'이란 말에 나는 궁금하여 매우 속이 탔다. 
그래서 나는 좀더 알아보려고 애를 썼다. 

"꼬마야, 넌 어디서 왔니? 
 네 집이 어디야? 
 네 양을 어디로 데려갈 거니?”

그는 묵묵히 무엇인가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아저씨가 준 이 상자는 밤에 양의 집으로 쓸 수 있어 좋아." 
“물론이지.
 말을 잘 들으면 낮에 매 놓을 수 있게 끈도 그려줄께.
 말뚝도.”

그 말은 어린왕자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 같았다.

“매 놓다니? 참 이상한 생각인데.....,”
“매 놓지 않으면 제멋대로 가버릴 것 아냐.
 그럼 잃어버리거든."

그러자 내 찬구는 다시 깔깔대고 웃었다.

“아니 어디로 간다는 거야?"
“아무 데나, 곧장 앞으로....,.”   그러자 어린 왕자는 진지하게 말했다.
“괜찮아, 
 우리 집은 아주 작으니까"  그러더니 약간 서글픈 생각이 좀 들었는지,

“곧장 가 봐야 멀리 갈 수도 없는 걸." 하고 덧붙여 말했다.


4.
나는 이렇게 해서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은 그의 별이 집 한채보다도 클까말까 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걸 알고 크게 놀라지 않았다.

지구, 목성, 화성, 금성같이 사람들이 이름을 붙인 별들 말고도 수 많은 별들이 있는데,
어떤 경우에는 망원경으로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별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천문학자가 그런 별을 하나 발견하면 이름 대신에 번호를 붙인다. 
예를 들면 '소혹성 325' 하는 식으로 부르는 것이다.

나는 어린 왕자가 살던 별이 소혹성 B612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그 소혹성은 1909년에 터키 천문학자가 망원경으로 한 번 보았을 뿐이다. 
그는 그때 국제 천문학 총회에서 그가 발견한 별에 대해 굉장한 증명을 해 보였지만
옷 때문에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어른들이란 그 모양인 것이다.

소혹성 B612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다행스럽게도 
터키의 한 독재자가 국민들에게 양복을 입지 않으면 사형에 처한다고 강요를 했다. 
그래서 그 천문학자는 아주 우아한 옷을 입고 1920년에 다시 증명을 했다. 
이번에는 모두가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내가 소혹성 B612 대해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은,
게다가 그 번호까지 일려 주는 것은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여러분은 어른들에게 새 친구에 대해 말할 때,
그 어른들이 본질적인 것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봤는가?
----

그러나 삶을 이해하고 있는 우리들은 숫자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 이야기를 옛날 얘기처럼 시작하고 싶었다. 

'옛날에 저보다 클까 말까한 별에 살고 있는 어린 왕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양이 필요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삶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훨씬 진실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들이 내 책을 무관심하게 읽어치우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이 추억을 이야기하자니 슬픔이 북받쳐 오른다. 
이미 육년 전에 내 친구는 양을 가지고 가고 없다. 

여기에다가 그를 그려 보고자 하는 것은 그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친구를 잊어버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누구에게나 옛날에 친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도 숫자 외에는 관심이 없는 어른들처럼 될 수도 있다. 
내가 그림 물감 상자와 연필을 산 것도 이것 때문이다.
여섯 살 때에 속이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한 보아 구렁이를 제외하고는 
그림을 그려 보지 않은 내가.
이 나이에 다시 그림을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가급적이면 가장 비슷한 초상을 그려 보도록 애를 쓰겠다. 
그러나 과연 성공할는지 정말 자신이 없다.

어떤 그림은 흡사하고 어떤 그림은 닮지 않았고 키도 조금 틀린다.
어떤 것은 어린 왕자의 키가 너무 크다.
또 어떤 것은 너무 작다. 
나는 그의 옷 색깔에 대해서도 망설여진다. 
그래서 이럭저럭 그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려 본다. 
끝으로 아주 중요한 어떤 부분들을 잘못 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용서해 주어야겠다. 
내 친구는 설명을 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아마 나도 자기 같은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는 상자 속에 있는 양을 볼 줄 모른다. 
어른들하고 약간은 같은 모양이다. 
아마 늙었나 보다.
※ 이 글은 <어린왕자>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저자 - 생텍쥐페리 
역자 - 박용철
덕우 - 1989. 06. 25.

'유아 어린이 > 생텍쥐페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9-10. 생텍쥐페리 - 어린왕자  (0) 2007.05.09
· 7-8. 생텍쥐페리 - 어린왕자  (0) 2007.05.08
5-6.생텍쥐페리 - 어린왕자  (0) 2007.05.07
1-2.생텍쥐페리 - 어린왕자  (0) 2007.05.05
미소  (0) 2007.04.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