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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유아 어린이/생텍쥐페리

1-2.생텍쥐페리 - 어린왕자

by 탄천사랑 2007. 5. 5.

「생텍쥐페리 - 어린왕자」

이미지 다음에서

1
내가 여섯 살 적에 한번은 '체험한 이야기'라고 하는,  원시림에 대한 책 속에서 대단한 그림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은 어떤 짐승을 삼키고 있는 보아 구렁이 그림이었다.

그 책에는 이렇게 쓰어 있었다. 
'보아 구렁이는 먹이를 씹지도 않고 송두리째 삼킨다. 
그리고 나서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것을 소화시키느라고 반 년이나 잠을 잔다'

그때 밀림의 모험애 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한 뒤에, 이번에는 내가 색연필로 나의 첫 그림을 끄적거렸다. 
나의 첫 번째 그림, 그것은 이러했다.

나는 나의 걸작품을 어른들에게 보여 주고 그림을 보니까 두렵지 않느냐고 물어 보았다.

어른들은 '모자가 왜 두렵니?'라고 대답했다.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 구렁이였다.
그래서 그 보아 구렁이의 속을 그려 주니까 그때야 이해하는 것이었다.
어른들은 항상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나의 두 번째 그림은 이러했다.

어른들은 속이 보이고 안 보이고 하는 보아 구렁이는 그만두고 
차라리 지리나 역사, 셈, 문법에 관심을 가져 보라고 나에게 충고를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여섯 살에 화가라는 대단한 직업을 포기해 버렸다. 
나는 첫 번째 그림과 두 번째 그림이 성공하지 못한 것에 영 기가 죽었던 것이다. 

어른들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언제나 매년 어른들에게 설명을 해 준다는 것은 어린이들로서는 맥이 빠지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나는  비행기 조종법을 배웠다. 
나는 여기저기 거의 안 다녀본데가 없다.
지리가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나는 단번에 중국과 아리조나를 구별할 줄 알았다. 
밤에 길을 잃었을 때 그것은 아주 쓸모가 있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살아나가면서 상당한 수의 성실한 사람들과 교제를 하었다. 
나는 그들을 아주 가까이서 보았다. 
그러나 그들이 내 생각을 많이 고쳐 놓지는 못했다.
조금이라도 머리가 좋은 것같이 보이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는 내가 계속 가지고 다니던 첫 번째 그림으로 대화를 가져 보았다. 

그러나 항상 어른들은 '모자로구먼' 이라고 대답했다.
그럴 때 나는 보아 구렁이니, 원시림이니, 별이니 하는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그리곤 그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브릿지니, 골프니, 정치니, 넥타이니 하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면 어른들은 아주 사리 밝은 사람을 알게 되었노라고 대단히 만족해 했다.



2.
나는 이렇게 육년 전,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가 고장을 일으킨 때까지 가슴을 터놓고 이야기할 만한 사람도 없이 혼자서 살아왔다.
기관에 무엇인가 결판이 난 것이 있었다.
그때엔 기계공도 승객도 없었으므로, 혼자서 어려운 수선을 해 볼 생각이었다.
나로써는 그것이 생사의 문제였다.
마실 물이 겨우 일주일 분밖에 없었던 것이다.

첫날 저녁 나는 사람이 사는 곳에서 수만리 떨어진 모래 밭에서 잠이 들었다.
나는 바다 한복판에 뗏목을 타고 있는 파선객보다도 훨씬 더 외로운 신세였다.
그러니 해가 뜰 무렵 이상한 꼬마 목소리를 듣고 잠이 깨었을 떄 내가 얼마나 놀랐겠는가 말이다.
그 목소리는 이러했다.

"저....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뭐?"
"나 양 한 마리만 그려 줘요....,"

나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나는 눈을 비비고 자세히 바라보았다.
정말로 이상야릇한 한 꼬마가 보였는데 그는 나를 점잖게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있는 것은 내가 나중에 그린 그의 제일 잘 된 초상화이다.
물론 내 그림은 모델보다 훨씬 아름답지 못했다.
그건 내 잘못은 아니다.
나는 여섯 살 때 어른들 때문에 화가라는 꿈을 버렸었고 
속이 안 보이기도 하고 보이기도 한 보아 구렁이를 제외하고는 그림이라고는 전혀 배운 일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놀라 눈이 휘둥그래져 가지고 그 유령을 쳐다보았다.
내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서 수만 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 꼬마는 길을 잃은 것 같지도 않았고,
몹시 피곤해 한다거나 배가 고프거나 목마르거나 무서워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수만 리 떨어진 사막 한복판에서 길을 잃은 아이다운 빛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마침내 입을 열고 내가 말을 했다.

"그런데.... 넌 여기서 뭘 하고 있니?"

그러자 그 꼬마는 
아주 중요한 일이나 되는 것처럼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같은 말을 되뇌이었다.

"저....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상상할 수 없는 신비로운 일을 당하게 되면 감히 그것을 거역할 수가 없는 법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수만 리 떨어진 곳에서 죽을 뻔한 위험에 처해 있는 나에게 
그것이 도무지 이치에 닿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은 되었으나, 나는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과 만년필을 꺼냈다.
그러나 내가 열심히 배운 것은 지리, 역사, 셈, 문법이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그래서 그 꼬마애개 (약간 퉁명스럽게) 난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고 말했다.
그 꼬마가 대답했다.

"괜찮아.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양은 그려본 적이 없어서 내가 그릴 줄 아는 그 두 가지 그림 중의 하나를 다시 그려 주었다.
속이 안 보이는 보아 구렁이 그림을 그렸는데 그 어린 친구가.

"아냐! 아냐! 
 보아 구렁이 속에 있는 코끼리가 아니야.
 보아 구렁이는 너무 위험해.
 코끼리는 너무 크단 말이야.
 우리 집은 아주 작거든,
 난 양이 필요해.
 양 한 마리만 그려줘." 라고 대답을 해서 나는 감짝 놀랐다.

그래서 나는 양을 그렸다.
그 꼬마는 자세히 들어다보더니

"아냐!
 이 양은 이미 병이 든 걸.
 다른 걸 그려 줘." 라고 말했다.

나는 또 그렸다.
그 꼬마는 알 수 없는 웃음을 웃었다.

"이거 봐, 아저씨.
 이건 양이 아니고 숫양인데. 
 뿔이 난 걸 보니까."

나는 그래서 다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그것도 앞의 것과 마찬가지로 퇴짜를 맞았다.

"이건 너무 늙은 걸.
 오래 살 양이 필요하단 말야."

기관을 급히 뜯어 내기 시작해야 했으므로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이 그림을 되는 대로 끄적거려 놓았다.
그리곤,

"이건 상잔데,
 네가 갖고 싶은 양은 그 안에 있어." 하고 내밀었다.

꼬마 친구의 얼굴이 밝아지는 것을 보고 나는 정말 놀랐다.

"바로 이거야.
 이 양은 풀을 많이 주어야 할까? 아저씨."
"왜?"
"우리집은 너무 작거든."
"이거면 될 거야.
 조그만 양을 준 거니까."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림을 들여다 보았다.

"그렇게 작지도 않은 걸.... 이것 봐! 잠을 자고 있네.....,"

이렇게 해서 나는 그 어린 왕자를 알게 된 것이다.
※ 이 글은 <어린왕자>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저자 - 생텍쥐페리 
역자 - 박용철
덕우 - 1989.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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