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 최재천 스타일」
아버지
나와 내 아들에게
덜 가지고 나누는 마음이 뭔지 몸소 알려주신 분.
이타적 유전자
나는 이타적 행위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왜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이 자기보다 더 없는 사람을 돕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서 늘 연구 중이다.
내가 동물이나 사람들의 이타적 행위에 관심을 두게 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군인 출신인 아버지는 언제나 정확하고 틀림없는 반듯한 분이셨다.
평생을 모범적이고 청렴한 모습으로 사셨다.
그래서 술도 될 수 있으면 멀리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하루는 아버지가 술을 많이 마시고 흐트러진 모습으로 들어오셔서
"세상이 어떻게 꼭 이래야 하느냐?"라고 한탄하셨다.
아버지의 설명인즉
"테이블 위에 사과가 있는데 난 차마 손을 뻗어서 못 잡겠더라.
그래서 망설이는데 그러는 동안 누구는 사과를 세 개씩 집어가더라.
나도 하나 집을라치면 이미 없어져 있고.
세 개 집은 놈이 뒤돌아보며 '바보같이 그거 하나 못 집었냐, 하냐 주랴?'
그러는데 내가 그걸 받아먹어야 하는 거냐?"
어떤 일 때문인지 정확히 짐작할 순 없었지만 술에 취한 아버지의 넋두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평소 반듯하시던 아버지였기에 그날의 모습이 더욱더 인상적이었다.
우리 사회는 방식이 어떻든 일단 움켜쥐는 데까지는 문제 삼지 않는다.
그렇게 거머진 자더러 뒤늦게 남과 나누라고 조를 뿐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나눠 가지면 안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얼마 전 지금은 대학생인 아들의 에세이를 보다가 놀랐다.
그때의 아버지와 비슷한 말을 써놓았던 것이다.
본인이 나고 자라면서 가진 게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애초부터 덜 가지는 편을 택해왔다는 아이의 자기 고백이었다.
당시 아들과 다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던 나는 아들 녀석의 글을 보고 다소 충격을 받았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요즘 세대의 아이들이 공생이나 소통,
공감에 우리보다 훨씬 탁월한 감이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이렇게 아버지의 마음이 나에게로 또 아들에게로 이어진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p75)
※ 이 글은 <최재천 스타일>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최재천 - 최재천 스타일
명진출판사 - 2012. 07. 12.
[t-23.09.08. 220901-15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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