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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 1/1 치세 治世, 리더로 산다는 것의 의미

by 탄천사랑 2023. 10. 9.

·「정진홍 -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

                                                                                                                                     애버랜드 주차장


억지로 하지 않아도 저절로 다스려지는 '무위지치 無爲之治'의 경지,
이것은 오직 덕으로 다스릴 때만 다다를 수 있는 경지다.


1. 치세 治世, 리더로 산다는 것의 의미
역사라는 거울로 현재를 비춰라.
중국 당나라의 실질적인 창건자이자 제2대 황제인 당태종 이세민 李世民,
그는 아버지인 고조 이연 李淵을 도와 돌궐족을 만리장성 밖으로 몰아내고 남부 지방을 정복하며 
당나라 창건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왕이 될 처지의 인물은 아니었다.
태자인 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태자로 책봉된 형 건성 建成과 그 일파를 모두 죽이고 
'현무문 玄武門의 변'을 일으켜 황제 자리에 오른다.

이렇듯 변란을 통해서 황제 자리에 올라 정통성이 결여된 인물들은 
역설적이게도 더 열심히 '치세 治世'에 공을 들이기 마련이다.
당시 중국은 정치, 경제, 문화, 예술, 군사 모든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발달하고 치밀한 조직 체제를 지니고 있었는데,
후세 사가들은 당태종의 치세(627~649년)를 '정관 貞觀의 치 治'라 불렀다.
참으로 잘 다스린 시대였던 것이다.

어느 정도로 잘 다스렸는가 하면, 
당시 당나라의 수도 장안은 바그다드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교역 장소로 이름을 떨쳤다.
그 당시 장안의 감옥은 텅 비어 있었고,
상인이나 여행객은 벽지에서 투숙하더라도 강도를 만나지 않았으며,
말과 소는 산과 들에 방목하고 외출할 때는 몇 개월씩 문을 잠그지 않았다.
해마다 풍년이 들었고 쌀 한 말이 3, 4전에 불과했다.
나그네는 입을 것과 먹을 것을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후하게 대접받았다.

이러한 태평성대에 당태종과 그의 신하들이 정치에 관해 나눈 중요한 언행을 
당태종 사후 약 50년이 지난 무렵 사관 오긍 吳兢이 기록한 책이 있다. 
바로 동양 리더십의 고전이 된 <정관정요 貞觀政要>다.

그런데 왜 오긍은 당태종 사후 약 반세기가 지난 시점에서 이 책을 편찬하게 된 것일까.
직접적인 계기는 측천무후 였다.
즉 오긍이 <정관정요>을 편찬하게 된 동기에는 측천무후의 전횡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사관은 측천무후의 전횡을 마음에 새기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는 생각에서 <정관정요>을 썼다고 한다.

잘 알다시피 무측천은 뛰어난 미모로 나이 14세에 태종의 후궁이 된 인물이다.
그녀 나이 25세에 당태종이 죽자 궁의 예법상 비구니가 되어 감업사에서 2년간을 지내다 
태종의 아들인 고종이 즉위하자 다시 입궁하여 황후 왕  씨를 몰아내고, 
655년 그 자리를 차지한 야심 많고 정략적인 여인이다.

무측천이 태종의 병간호를 하던 때,
태자인 고종이 아버지를 보러 왔다가 눈이 맞았던 것인데, 
그때 고종은 무측천을 잊지 않기로 약속했고 이를 지킨 것이다.
36세에 고종이 병약해지자 무측천은 대신 정사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는데,
그리하여 81세로 죽을 때까지 40년도 훨씬 넘게 실권을 쥐었다.

그녀에게도 자식이 있긴 했다.
고종과의 사이에 아들이 4명 있었다.
첫째 태자 홍은 문헌상 죽었다고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어미가 죽인 걸로 되어 있고,
둘째 태자 현은 폐위당하고 자살했다.
그 와중에 무측천 나이 59세 때인 683년에 고종이 죽는다.
고종보다 세 살 연상이었던 그녀는 그 후 나머지 두 아들을 짧게나마 황제의 자리에 얹히지만,
결국 둘 다 내쫓는다.
66세에 그녀는 나라 이름을 당 唐에서 주 周로 바꾸고 스스로 황제가 되어 15년간 다스렸는데,
그녀는 중국 역사상 유일무이한 여제였다.
그리고 705년 장간지가 정변을 일으켜 중종을 복위시키고 
당왕조를 다시 세우는 격변을 겪은 후 병사한다.

사관 오긍은 '동 銅으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단정하게 할 수 있고,
고대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천하의 흥망과 왕조 교체의 원인을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기의 득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라는 태종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정관정요>를 편집했다.
그래서 <정관정요>는 포폄 褒貶의 전형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근거를 찾는 것이 역사다.
동양에서 역사를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오늘의 난제를 역사에 상고해서 과거의 사례로 풀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정관정요>를 통해 역사 속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군주는 어떤 처신을 해야 하는지 거울 들어다 보듯이 하게 된다.

많은 군주들이 <정관정요>를 읽었다.
정치의 실전 지침서이자 재완 학과 참모학의 성전 聖典 이기도 한 이 책은 당나라의 현종,
문종이 애독하였고, 선종은 병풍에 써서 읽었다.
송나라의 인종, 요나라의 흥종도 애독하였으며, 금나라의 세종은 책으로 인쇄 출간해 읽도록 권장했다.
원나라의 세조 쿠빌라이 역시 애독하였고, 명의 헌종과 신종도 애독했다.
청나라의 건륭제 역시 애독자였고, 우리나라에서는 대대로 왕의 필독서였다.
일본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애독하면서 민간에도 널리 읽도록 장려했다.

<정관정요>는 오랜 인생 경륜으로 읽어야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 속의 활자로 평면화되어 있는 지식을 살아 있는 입체적 지혜로 세워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야 생활 속에서 몸에 익힐 수 있다.
이 <정관정요>야 말로 글 줄로 읽지 말고 온몸으로 세워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만큼 현실 감응력이 뛰어난 책인 <정관정요>의 핵심 요체는 군주의 자세다.
여기서는 군주의 자세를 12가지로 나누어 살펴본다.


문제는 밖이 아니라 안이다.
1. 문제는 밖이 아니라 안이다.
모름지기 군주는 남을 탓해서는 안 된다.
몸이 곧은데 그림자가 기울고, 
윗사람이 훌륭히 다스리려고 노력하는데 아랫사람들이 혼란스러운 경우는 없다.
늘 상 자신을 상하게 하는 요소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욕심에 있다.

2. 군주가 되려면 끊임없이 공부하라.
당태종은 말한다.
"나는 과거 수많은 적들이 평정되지 않아 동으로 서로 싸우러 다니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었다.
  지금은 천하가 태평해져 궁궐 안에 있긴 하지만,
  직접 책을 잡기 어려워 다른 이에게 읽도록 하여 듣고 있다."

배우지 않는 것은 담벼락을 마주하는 것과 다름없다.
군주와 신하, 아버지와 아들의 도, 정치 교화와 인의의 도가 모두 책 속에 있다.

3. 풀을 베고 나무 하는 사람에게도 물어보라.
군주는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시장에서 지게 짐 지는 사람에게는 지게 지는 요령이 있다.
그걸 알려면 지게꾼에게 물어봐야 한다.
군주는 자고로 스스로를 낮추면서 끊임없이 상대 이야기를 들으려 해야 한다.  

경청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듣기 때문에 영 명 해지는 것이고,
자기 생각을 고집하고 듣지 않으려 한다면 아무리 똑똑한 리더라도 편협해지고 바보가 되는 것이다.
어리석은 군주는 자기가 더 이상 들을 것이 없다고 한다. 
자기의 단점을 끌어안고 어리석어지는 것이다.
현명한 군주는 항상 자기에게 단점이 있음을 생각해 나날이 좋아지지만,
어리석은 군주는 자기 단점을 옹호해 영원히 어리석어진다.

4. 덕행을 쌓아라.
나무를 무성하게 키우려면 뿌리를 튼튼하게 해야 하고,
물을 멀리 흐르게 하려면 원류를 깊게 해야 하며,
나라를 오랫동안 평안히 다스리려면 군주가 많은 덕행을 쌓아야 한다.
덕을 쌓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자기를 근심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근심하는 것이다.
리더는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서도 누군가 자신이 베푼 것을 갚아줄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 진짜 리더다.

5. 사람을 대함에 있어 정성을 다하라.
사람을 대함에 있어 정성을 다하면 호 와 월 越 같은 오랑케라도 한 몸처럼 단결하게 되지만,
뜻을 얻은 후 다른 이들을 경멸하면 뼈와 살을 나눈 형제라도 곁을 스쳐가는 거리의 사람처럼 멀어진다.

6. 인재 모으기에 힘써라.
당연히 군주에게는 첫째도 둘째도 사람이다.
인재를 어떻게 모으느냐가 군주의 자기 생존 방식이 된다.
창고를 채우는 일에 관심을 갖지 말고 인제를 축적하는 일에 힘을 쏟으라.
이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만고의 진리다.
인재경영을 잘하면 지금 내가 곡간에 쌓아놓은 것의 백배 천 배를 가져 올 수 있다.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
7. 신상필벌 信賞必罰을 분명히 하라.
공과 죄, 상과 벌은 분명히 해야 한다.
다스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 있는 포상과 징벌이다.

8. 좋아하는 바를 함부로 드러내지 말라.
리더는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너무 드러내면 못 쓴다.
제나라 환공이 자주색 옷을 즐겨 입자 온 나라 사람들이 같은 색깔의 옷을 구하느라 힘들었고,
초왕이 허리가 가는 미녀를 좋아하자 궁녀들이 이에 맞추느라 굶어 죽었다고 한다.

9. 마음으로 다스려라.
가혹한 형벌로 감찰하고 위엄과 분노를 떨쳐도 사람들은 모두 모면하려고만 할 뿐 군주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
겉으론 공경하는 체하지만, 마음속으론 복종하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으로 다스려라.

10. 스스로를 경계하라.
군주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춘추전국시대 상반되는 성격의 두 인물이 있었는데,
서문표라는 인물은 성격이 급하기로 유명했고 동안우는 너무 느긋한 게 탈이었다.
서문표는 급한 성격을 자제하기 위해 무두질 가죽을 끊임없이 자기 허리에 차고 다녔다.
가죽을 무두질 하듯이 참고 서두르지 않기 위해서였다.
또한 동안우는 너무 느긋함을 경계해서 허리에 활을 차고 다녔다.
활의 쏜살같음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남명 조식 선생이 방울과 칼을 차고 다니며 스스로를 경계했다.
방울소리로 스스로를 깨우고 칼과 같은 마음으로 자기를 단속했던 것이다.

우리도 리더십의 지표를 찾아볼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마음의 허리에 차 보는 것이 어떨까
스스로를 경계하는 데 괜찮은 방법 아닌가.

11.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말라.
관포지교의 포숙이 말했다.
"제환공은 거 莒 나라로 도망갔을 때의 일을 잊지 말며,
  관중은 전쟁에 패하여 노나라에 체포되어 곤욕을 치른 때를 잊지 말며,
  영척은 가난하여 수레 아래에서 소에게 먹을 것을 주던 때를 잊지 말라."
어려웠던 과거를 잊는 것은 헤쳐가야 할 미래를 잃는 것이다.

12. 거안사위 居安思危.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
이것은 <정관정요>의 가르침 중 핵심의 핵으로서, 군주의 최고 덕목이다.
예로부터 나라를 잃은 군주는 나라가 편안할 때 위험했던 지난날의 일을 잊어버리고,
정사가 바로잡혔을 때 어지러웠던 지난 일을 잊어버린 사람이다.
그러니 편안할 때 위기와 위험을 생각하라.
나라를 다스리는 일과 질병을 다스리는 일에는 어떤 차이도 없다.
건강을 자만해 목숨을 잃듯이 천하가 안정될수록 더욱 조심하고 삼가야지, 
안정되고 평화롭다 해서 자칫 교만하거나 사치스러워지면 틀림없이 멸망한다.


이상 언급한 군주의 자세는 바깥이 아닌 안, 
남이 아닌 나를 경계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은 거안사위,
즉 편안할 때 더욱 위태로움을 경계할 것을 당부하는 말로 끝이 난다.

다음 10가지는 *위징이 당 태종에게 군주가 지켜야 할 일오 상주한 것이다, 
*위징 (魏徵. 당나라 초기의 공신이자 학자로 재상을 지냄)
이른바 군주의 '십사 十思' 이다.

01. 탐나는 것이 있을 때는 지금 가진 것을 생각해 만족함으로써 스스로를 경계할 수 있아야 한다.
02.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킬 때는 가능한 일만 하고 그칠 때를 알아야 한다.
03. 위태로운 일을 할 때는 겸손함으로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04. 자만해서 배타적이 되기 쉬운 때는 거대한 강과 바다의 포용력을 생각해야 한다.
05  유희와 사냥의 기쁨에 도취할 때는 고대의 선왕들이 일 년에 세 차례만 유희와 사냥을 했던 것을 생각해야 한다.
06. 나태해져 일 처리가 느슨해질 때는 신중하게 처리할 것을 생각해야 한다.
07. 신뢰가 단절될 우려가 있을 때는 마음을 비우고 상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08. 참언과 간사한 무리가 걱정될 때는 먼저 자신의 언행을 살펴서 간사함이 깃들 여지를 없애야 한다.
09. 상을 베플 때는 기분으로 하지 말아야 하며 반드시 일의 근거를 생각해야 한다.
10. 처벌할 때는 일시적인 노여움으로 징벌을 남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p29)
※ 이 글은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정진홍 -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
21세기 북스 - 2008. 07. 15.

{t-23.10.09.  231008-0808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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