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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

잭 앤더슨-음모/18

by 탄천사랑 2022. 8. 2.

 

 

같은 월요일 저녁 

로스앤젤레스 서부 지역에 있는 캐빈의 아파트에서 8Km도 안 떨어진 곳에 있는 엘리너와 존 우즈 부부의 

브랜트우드 저택에는 침실에서 약간 떨어진 수영장의 바닥에 켜 놓은 불빛만이 물결을 따라 일렁이고 있었다.
그 시각에 엘리너와 존이 주로 접촉동작을 통해 벌이고 있던 일에는 그 정도의 불빛만으로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인근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저택처럼 이 저택도 옛날 소유주가 개조하고 확장한 부분이 더러 있는데 
주인 부부의 침실 바로 바깥에 있는 수영장도 이렇게 덧붙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수영장은

사람의 시선이 미치기 어려운 곳에 위치를 정했기 때문에 커튼만 치면 은밀한 사생활이 노출될 걱정이 없었다.
존 우즈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뿜어나오는 긴 한숨을 내쉬면서 벌렁 드러누웠다.

"휴우."
"좋았어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평소만큼 좋았소."
"요즘 우리 지역구 유권자로부터 내가 받는 평가보다 후한 점수를 주는군요.
  내 동료는 말할 것도 없구요."    엘리너가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잠시 동안이라도 믿지 않아요.  상원의원님."   두 사람은 다정한 침묵 속에 누워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좋아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불과 며칠밖에 안 된다 해도 말이예요."
"당신이 집에 돌아오니 나도 좋소."

이제 백발이 다된 남편 존 우즈는 포갠 두 팔을 베개삼아 베고 누워 있었다.
엘리너는 남편의 외모가 아직도 준수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튼튼한 체구는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올해 62세였지만 아직도 정열적인 연인이었다.
다만 횟수가 줄어들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대륙의 양쪽 끝으로 갈라져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녀의 정치적인 상황이 
두 사람의 부부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하고 그녀는 생각해 보았다

의회가 회기 중일 때 한 달에 두세 차례 워싱턴을 찾아오는 존은 
그녀가 임명된 초선의원이기 때문에 의회 출석을 착실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가 65세에 은퇴하게되면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워싱턴으로 이사할 거요."  

 

남편이 엘리너에게 한 약속이다.
그러나 그것은 엘리너가 재선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그녀는 남편에게 지적해 주었다.

"당신은 재선될 거요.  사람들은 좋은 것을 보면 그 가치를 알아보게 마련이거든."

엘리너는 자신의 장래를 그처럼 낙관할 수가 없었다.
얼마 후 존이 물었다.

"당신 동료와의 일은 어떻게 되었소?"

엘리너 우즈는 남편의 질문을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보다인 상원의원의 격한 반응과 재노위치, 프레스노의 홀링 스위스 시장 등 

여러 사람들이 건 전화와 전보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녀는 청문회에서 일어난 일을 간략히 설명했다.
자신이 수수께끼에 싸여 있는 0기금에 관해 국무장관 그래바우에게 비교적 악의 없는 질문을 던진 일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이렇게 설명을 끝맺었다.

"나는 이 문제의 진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요.  내가 진상을 모른다는 것이 진짜 문제라면 문제지요."
"당신은 그 기금에 관해 어떤 정보도 캐 내지 못했오?"
"알맹이가 있는 것은 아무것도 알아 내지 못했어요.
  일본 경제를 지배했던 몇몇 족벌과 그들이 소유한 큰 은행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재건을 돕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만든 기금이라는 것 정도밖에 알아 내지 못했어요.
  자생적으로 만든 마셜플랜 같은 것이지요.
  미국은 당시 유럽과 일본의 구제계획을 동시에 추진할 여력이 없었거든요."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구려.
  왜 지금에 와서 보다인이 그 문제로 걱정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래바우와 일본인을 포함한 다른 여러 사람이 우려를 하는 이유가 무얼까?"
"나는 알아요.  무슨 알려지지 않은 내막이 있지만----,"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몸을 뒤척여 침대 모서리로 발을 늘어뜨렸다.
그녀는 일어셨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나이트가운을 집어 아직도 사랑의 행위로 더워져 있는 몸에 걸쳤다.

"당신 괜찮소?"
"괜찮아요---
  지금 당장은 잠이 올것 같지 않아요.  당신 뜨거운 초컬릿 드시겠어요?"

"나도 일어나리라.  당신 말벗이나 해 주게."   

 

존이 대답했다.
양아욱을 띄운 김이 오르는 초컬릿 잔을 앞에 놓고 엘리너는 자신의 착잡한 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입을 다문 채로 다른 초선의원들처럼 남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재노위치가 말하는 것처럼 만약에 내가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적도 안 만들고 남은 임기를 마친다면 
  내 힘으로 재선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게 되면 나는 6년 임기를 보장받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존 우즈는 애정어린 떠뜻한 시선으로 아내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어떤 풍파도 안 일으키고 다른 사람과 원만하게 지내겠다니,  나와 결혼할 당시의 당신답지가 않소."
"여보, 나는 아무것도 확실한 기반이 없어요.
  다만--- 지금 느끼고 있는 직감만 있을 뿐이예요.
  나도 페레즈나 마찬가죠.
  내가 그 질문을 하자 그래바우의 얼굴에 나타난 그 표정을 보았을 때 
  등골이 오싹했던 기분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그에 이어 나는 요즘 이처럼 요란한 반응을 겪고 있는 거예요.
  재노위치가 전화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어요.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에서는 대표단까지 파견하겠다며 시간약속을 요구하는 거예요.
  프레스노시에서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고요.
  거물급 로비스트 두세 사람이 전화를 했어요.
  그리고 국무부의 부차관은 전화를 걸어 잘못 알고 있는 정보가 국민을 오도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항의를 하더군요.
  정보를 잘못 알고 있다고?  정말 어처구니 없어요.
  나는 질문 하나를 던진 죄밖에 없다구요!"
"분명히 좋은 질문을 했던 거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그 질문에 대한 반응을 누가 관현악단을 지휘하듯이 일사분란하게 유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반응도 각계각층에서 광범위하게 일고 있어요.  사방팔방에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러한 배경에는 과연 누가 도사리고 있는 것일까.  행정부일까?"
"내가 그것을 알 수만 있다면---,"
"이번 미-일 정상회담과 이번 일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요.
  여보, 일본인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아무것도 양보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그러한 일본인들이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이 요구해 왔던 것을

  지금에 와서 갑자기 입장을 양보하여 모두 들어 주겠다고 하는 걸까요? 
  곤경에 처한 것은 우리 미국이란 말예요.
  일본 통산성이 갑자기 착한 사람들이 된 걸까요?"
"상원의원, 그래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작정이오?"
"가만히 보다인의 규칙대로 게임을 하면서 
  좋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아 재선에 나가 당선될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겠지요." 
"음, 당신이 상원의원 직을 맡은 것은 이 나라 국민들이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의 정치형태에 신물을 내고 있기 때문이고

  당신은 그들에게 뭔가 신선한 것을 제공하기 위해서였소,
  즉시성, 정직, 성실, 자기 이익옹호, 상식, 공동체 의식 등이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일깨워 주자는 목적 때문이오."
"그건 아니오."   

 

남편 우즈가 힘주어 말했다.

"그것은 단지 계기였소.  당신은 인간 됨됨이와 능력으로 인해 임명된 것이오."

이 캘리포니아주 출신 소장의원은 푸른 눈동자로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래서 당신은 나 자신에게 충실하고 결과에는 개의치 말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로군요."
"바로 그 말이오."   

 

엘리너는 남편에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서야 내가 왜 당신과 결혼했는지 이유를 알겠군요,  의사 선생님."   (p223)
※ 이 글은 <음모>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잭 앤더슨 - 음모
역자 - 오성환 
한국경제신문사 - 1994. 1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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