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

120% COOOL - 다이어트 코크

by 탄천사랑 2023. 7. 9.

·「야마다 에이미 - 120% COOOL」

 

 

사랑을 잃을 때 나는 그 직전에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 하면 그럴 때 반드시 내 귀가 아파지기 때문이다.
귀의 고막이 무거워지면서 이상한 현실이 느껴진다.
온 세상에 울려 펴지는 모든 소리의 혼란이 마치 실타래가 풀리듯이 귓전에서 무너져서 내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마음의 한 부분에 달라 붙는다.
소리는 선별되고 그것을 튕긴다.
그러면 나는 야릇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사랑을 잃기 전에 내 귀는 언제나 이런 소리를 골라 낸다.

술잔을 들었을 때는 얼음의 맑은 소리만이 들린다. 
재즈를 들을 때는 왠지 색스폰 소리만 귀에 들어온다.
슐슐. 즉 찰리 파커를 좋아하면 좋아할 수록 나의 사랑 편력은 다양해진다는 뜻이다.
생각해 보면 우습지만,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나에게는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매달 치러야 하는 생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일 년에 한 번쯤은 걸리는 독감 정도는 된다.
그렇다고 내가 차갑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비유를 하면 사람들은 진정한 사랑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이란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열병과도 같은 집착, 
그리고 관능.  
이어서 신뢰.  사람은 연애를 이렇게 차례차례 이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수가 많으나,
모든 사람이 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내 사랑에 있어 꿈이나 미래가 도움이 된 적은 없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 일이 나와 남자와의 관계를 만든다.  
그러나 결코 이것이

찰나적인 인생 게임처럼 되지 않는 것은 그 독감이 회복기에는 스스로를 다치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요시키良樹 와의 일은 내 안에서는 매우 흔한 정사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만난 순간에는 흔하다는 말의 존재조차 잊었었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이런 것이리라.
남이 보면 진부한 일이라도 당사자에게는 몸이 떨릴 정도로 충격적인 일일 것이다.
유리창 너머로 그가 먹는 모습,
그것은 지금도 뚜렷이 생각나는 데, 식사라고 할 만큼 고상한 것이 아니고 
내가 난생 처음 보는 먹는다는 행위 그 자체였다. 
나는 그가 먹는 모습을 본 순간 사랑에 빠진 것이다.

나는 록본기六本木를 걷고 있었다.
이곳은 나에게는 낮익은 거리였다.
옛날에는 록본기가 더 좋았다고 회고조로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거리나 동네는 언젠가는 변하는 것이다.
여기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된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었기 때문에 햄버거인에서 멈춰 선 나자신에게 놀란 것이다.
이곳은 너무나도 내 눈에 익숙해서 록본기에 용해된 하나의 풍경 같은 곳이었다.
이이구라 쪽으로 걸어서 집에 가기까지 도로표지,
이제 10분만 가면 아파트 문이다라는 확인을 위한 표시에 지나지 않았다.
식사를 한 적도 없었다.
나는 외국인 상사의 나쁜 영향으로 거의 채식주의자가 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에.

멍하니 밖에 서 있는 나를 요시키는 이상한 듯 보고 있었다.
치즈버거를 든 두 손이 기름으로 번들거린 것 같았으나, 어쩌면 유리창 문에 불빛이 반사되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매우 괴상해 보였을 것이다.
길 가는 사람들은 내가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가게를 들어다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가 먹는 것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그가 들고 있는 치즈버거를 중심으로한 먹는 것에 관한 모든 부분,
즉 손가락이나 입술, 손톱, 이, 계속 움직이는 아래턱, 등등에 마음이 뺏겼던 것이다.

요시키는 웃으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정신이 들었다.
먹는 일을 떠난 손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휘청거리며 햄버거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마치 그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뭐 마실래?" 그는 나에게 물었다.
"다이어트 코크."

내 말에 그는 킥킥거리고 웃었다.
손에 케첩을 묻힌 남자에게 그만큼 안 어울리는 음료도 없었다.

요시카는 이렇게 만났다.
햄버거 집에서 사랑에 빠지다니 마치 십대 애들 같다.
나는 순수한 사랑이라는 말을 싫어 한다.
상대방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은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라고 생각했었다.
상대방을 원하는 것은 자신을 원하기 때문이다.
아주 드물게 상대방을 위해서 죽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죽음조차도 마다않는 자기가 사랑스럽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유우코는 쿨하니까." 

요시키는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그렇지 않아라고 나는 중얼거렸다. 
나는 뜨거워질 때의 나도 잘 안다.
그와 동시에 사람은 뜨거움을 잊는다는 것도 잘 안다.
냉담해진 연인을 보고 책임을 묻는 일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
서로에게 열중했다는 그 사실만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우리가 함께 잔 것은 두번째 만남 때였다.
약속장소는 처음 만난 그 햄버거인이었다.
서로에 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관계를 만들어 가려고 하는 남녀는 반드시 처음 만난 장소에서 다시 만날 약속을 한다.
공통의 기억이 그곳에만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곧바로 햄버거인을 나와 아오야마묘지 쪽으로 걸어갔다.
봄바람이 불고 있었다.

"넌 돈 많은 커리어 우먼 같은데, 
 고상하고 멋있어. 그런데 그때 왜 나를 쳐다보았어?"

네가 먹는 모습에 마음을 빼얐겼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나는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다.

"배 고팠었니?"

나는 볼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나를 보았다.
입술 끝을 아래로 끌어당기고 있는 폼이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농담이야. 
 나, 왜 그랬는지 알아."
"왜 그랬는데?"

내가 걸음을 멈추자 동시에 그는 나를 껴안았다.
나는 잠시버둥거렸으나 물론 그것은 의식儀式 같은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 되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내 머리 속에 손을 넣고 만지작거리다가 한숨을 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여자 있어. 
 일도 하지만 거의 얹혀먹고 있는 셈이야. 그래도 돼?"

나는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내 입술을 그에게 갖다 대려고 했으나 그의 키가 너무 커서 닿지 않았다.

"이 바보. 여기야."

그는 구부려서 나를 안고는 입술이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었다.
그것을 신호로 우리는 모든 것을 양해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시작했다.
나는 정신없이 그의 입술을 뺏으면서 왜 봄인가라는 엉뚱한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
정말로 왜? 왜 하필이면 봄인가.

나와 요시카는 서로 상대방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잘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둘은 상대방의 사적인 것은 전혀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둘이서 만든 기억만이 전부였다.
나는 거짓말을 싫어한다.
묻지 않으면 거짓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완벽하게 충실한 연인이었다.

나는 요시키 이외의 남자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나의 아파트에 자주 왔다.
문 너머 그의 모습이 보이면 나는 문을 열어 주는 짭도 아까워 손이 떨릴 정도였다.

"뭐가 그리 급해."

그는 그렇게 말하고 웃으며 나를 껴안았다.
우리는 향상 침대까지 가기가 너무 멀어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마룻바닥에서 사랑을 나눴다.
몸을 빼고 나서 비로서 서로를 쳐다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 후에 침실로 이동하기 때문에 내 침대에는 마치 공원의 벤치 같은 대화가 가득했다.

그는 언제나 내가 먹는 것에 대해 불평했다.
새의 모이 같다는 것이다.

"이런 거 먹고 어떻게 섹스할 때의 그런 애너지가 나오니."
"자기 관리가 몸에 배었거든,
 하지만 관리할 수 없는 욕망도 있지."

그는 내 말에 어깨를 으쓱하고 사 온 햄버거나 감자 튀김 등의 패스트푸드를 먹었다.

"맥주 없어?"
"없어. 우리집에는 삼페인하고 백포도주밖에 없어.
 밖에서는 진하고 보드카만 마셔, 
 정해져 있어."
"여피 같다."

그는 기가차서 나를 본다.
나도 이런 나 자신에 기가 찬다.
나는 사랑에 빠지기 쉬운 나 자신을 용납하기 때문에 몸에 1그램이라도 군살이 붙는 것이 싫은 것이다.
나는 언제나 남자의 욕망의 대상이고 싶다.

"그렇지만 네가 기름기 많은 페스트푸드를 먹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아.
 난 그런 것을 먹는 너를 보는 게 좋아.
 어딘지 육식인종 같은 느낌이 들거든."
"제멋대로라니까"

나는 남자가 나처럼 자기관리하는 것은 싫다.
고기를 먹고 기름기로 손가락이 번들번들거리는 그런 사람이 좋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고, 내뿜는 연기로 내 시야를 흐리게 하는 그런 동물이 좋다.

"육식동물의 먹이가 되고 싶단 말인가."
"그럴지도 몰라."
"유우코는 정말 제멋대로야."
"왜"
"초식동물인 척해서 자기를 약한 것처럼 보이니까."
"그럼 나는 정말로 강하다는 거야."
"그런 것 같아.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아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무엇인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엇인가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경험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만 사랑에서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경험은 그 사람 안에 두려워해야 할 것을 차곡차곡 모아 둔다.
나는 겁쟁이인 것 같다.
왜냐 하면 사랑을 잃는 것에 뒤따르는 고독을 남들보다 더 잘 알기 때문에.
고독을 어루만져 주는 것은 어느 때는 시간,
어느 때에는 다른 남자,
그리고 아주 적은 확률이지만 일일 수도 있다.
친구는 소용이 없다.
친구의 따뜻함은 홀로 있는 고독을 더욱 짙게 할 따름이다.
이런 것들을 노력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싶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야채를 먹고 다이어트 코크나 비타민을 섭취하고 헬스기구를 이용한다.

우리는 열정적으로 사랑했다.
서로의 몸 구석구석을 탐했다.
그는 내 귀라든가 손가락이나 발가락 같은 몸의 끝부분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 귀의 습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치 중대한 고백을 하듯 속삭이며,
그 후로 그는 나를 안고 귀에 입을 맞출때마다 물었다.

"어때? 아직 아프지 않니?"

나는 웃었다.
물론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찰리 파커의 존재조차 잊고 지냈다.
봄의 사랑에는 재즈 같은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그의 입의 움직임을 칭찬했다.
이따금씩 보이는 햐안 이라든가, 
존재는 알고 있으나 별로 본 적이 없는 혀나 윤활유 같은 타액 등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육체 또는 거기에서 나오는 생리 등에 관해 사랑하는 남녀는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으나 우리는 진작에 이런 수치심은 내던져 버렸다.
왜냐 하면 아무리 숨기려 해 보았자 우리는 동물이니까.

입은 여러 가지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사용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관해서 생각해 본다.
물론 먹는 것, 이야기 하는 것, 입맞춤, 섹스,  그러고 보니 그는 이로 소포의 끈도 끊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재능은 내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입술에 관련된 모든 부분에 나는 늘상 매료되어 있었다.

나는 이상한 일만 기억한다.
보통 가 버린 사랑의 기억을 더듬을 때 여자는 보다 감상적인 뉘앙스로 포장된 것을 떠올리지 않을까.
요의 주름이라든가 남자가 입었던 청남방이 의자에 걸려 있던 모습이라든가 
충만한 침대 위에 드리워진 블라인드의 그림자 같은 것들 말이다.
내가 떠올리는 것은 그의 입술에 묻은 감자튀김의 소금이라든가 
드레싱으로 더럽혀진 종이 내프킨이라든가 피클에 꽂힌 이쑤시게 등이다.
그와 함께 있었을 때 나는 꽤나 배가 고팠었나 보다.
그렇지 않다면 사용한 뒤의 낡은 것에만 일부러 주의를 기울였었기 때문인가.

'낡은' 이라는 말을 빌린다면 그의 몸도 다른 여자에 의해 이미 사용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는 혀를 찰 만한 가치조차 없는 일이었다.
나는 완전히 이 일을 잊고 있었다.
그의 몸은 익숙했고 따뜻하기만 했다.
내가 그와 함께 사는 여인을 생각한 것은 
그녀가 어디서 어떻게 알아냈는지 내 방을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대단히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그녀는 나에게 그와 헤어져 달라고 했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다.
그녀는 매우 지쳐 보였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그런 종류의 여자였다.
나는 헤어지겠다고도 헤어지지 않겠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나 때문에 그녀가 그의 별볼일 없는 부분만 갖게 된다면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바란 것은 5년이라는 세월이 만들어 내어 추출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녀에게 그에 대한 내 마음을 설명할 수 없었다.
일반적인 표현으로는 육체의 관계, 장난으로 만나는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나와 그의 관계에는 알맞는 어휘가 없었다.
몸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그녀에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여자 둘이서 한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의논하는 것은 아무런 뜻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그녀의 방문을 요시키에게 알리지 않았다.
물론 그는 알고 있었으리라.
그는 이삼일 동안 내 앞에서 울적해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남자와 여자관계는 항상 궤도를 벗어나기 때문에 수정 따위는 불가능하다.
그냥 놔둘 것, 이 방법이 최고다.
누군가가 자기 상처를 고칠 것을 원하면 그를 위한 방편이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아직 상처가 없었다.

"유우코, 우리 이제 그만둘까."

그가 안젠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런 때도 나는 오로지 그의 입술을 만지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나는 몸을 과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불안도 없었다.
내 귀는 아직 아프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둔다는 것. 그 자체가 두 사람 몸에 불을 당기는 애무와 같았다.

나는 요시키의 습관 모두를 좋아했으나 
어디서 구하는지 가끔씩 하얀 가루를 내 방에서 들이마시는데, 그것만은 싫었다.
그렇게 말하고 항의하면 그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이게 나의 다이어트 코크야."

내가 막연히 무엇인가를 항상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에게도 두려워하는 것이 있음이 확실했다.
서로 그것이 무엇인지 이야기 할 기회는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둘 다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야기했더라면 그는 내 눈에 매우 비참한 남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에게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어느 날 우리는 신경증에 걸린 커플처럼 지그소퍼즐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눈이 빨갛게 된 채 밤새도록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왜 이런 것을 시작했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도 지겨워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의 얼굴을 보고 생각했다.
우리는 자신들이 지구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고 했는지 모른다.
삼분의 이정도 퍼즐을 매운 상태에서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판을 뒤집어엎어 버리고 울기 시작했다.
그칠 수 없었다.
나는 소리질렸다.
같은 퍼즐에 집중해서 어쩌겠다는 거야!?

내가 침대에서 멍하게 있을 때 요시키가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말야, 
 처음 봤을 떄 왜 그렇게 나를 쳐다봤니?
 한눈에 반했다는 것은 알지만, 도대채 나의 어디가?" 

나는 그때의 나 자신이 생각나서 웃었다.

"몰라, 
 먹히고 싶었었나. 그 왕성한 식욕을 보고."
"이렇게?"

그는 말하고 내 손가락을 입에 물었으나, 나는 정말로 그랬을까 생각했다.
아니 먹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나머지 꼼짝도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알고 싶었다.
그것은 분명하다.

"있잖아, 같이 사는 사람은 어떻게 안아?"
"...., 관 둬, 그런 얘기는."
"궁금해, 단순한 호기심. 나한테 하는 것처럼 해?"
"아니,  그녀와 유우코는 전혀 다르니까."
"먹는 법, 달라?"  
"그야 당연하지."

그는 더 이상의 질문을 피하려는 듯 내 입을 막았다.

그렇게 하면 반사적으로 내 머리는 그의 팔 안으로 이동하고 싶어진다.
나는 그와의 관계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참는다는 경험을 한다.
우는 것보다도 눈물을 참으려는 노력 쪽이 훨씬 사랑에 가깝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목소리가 젖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문다.
그렇게 하면 귀가 아파 온다.
나는 먹히고 있다.
고기나 뼈에 대표되는 무엇인가가 씹히는 소리가 들려 오고 정말로 귀가 아프다.

샴페인, 유럽 콘플레이크, 종이 내프킨 등을 사려 메이지야에 갔을 때의 일이다.
5미터쯤 떨어진 곳에 요시키와 그 여인이 있었다.
나는 무의식중에 몸을 숨겼으나 그런 내 행동이 우스웠다.
내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그들 뒤를 따라갔다.  
우유, 부뤼 치즈, 스테이크 쇠고기, 저런 것들로 그의 단백질이 만들어 지는구나.
이 생각은 나를 편하게 했다.
그러나 요시키가 부엌용 스펀지를 잡는 순간, 나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그것은 나와 그와의 관계에서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 몸짓이었다.
평소에는 그렇게도 음탕한 짓만 하면서 스펀지를 손에 들고 있다.                               
문득 보니 점원이 수상쩍다는 듯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나는 어깨를 들썩이고는 그 자리를 떠나 요시키들이 모르게 계산을 마쳤다.
밖에 나오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자기 자신에게 타이르고 있었다.
그는 아까 그 부엌용 스펀치를 가지고 섹스를 하는 것은 아니잖니, 하고

도리이자카를 자나자 나이 든 부부가 걸어오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한 우산을 받치고 있었다.
남편은 커다란 우산을 양손으로 받치면서 조심조심 걷고 있었다.
부인은 허리가 굽고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지나치면서 남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여보, 괜찮아?"

나는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았다.
정말로 괜찮을까.
어느새 두 사람의 모습이 작게 보였다.
빗줄기가 굵어져서 뛰어서 아파트로 돌아왔다.
머리는 젖고 쇼핑백도 찢어질 것 같았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괜찮아, 자기?'

그 후 얼마 있다가 나와 요시키와의 관계는 끝났다.
그날이 마지막이 될 것임을 알 수가 있었다.
우리는 그날도 같이 잤다.
주말의 늦은 오후였다.
이렇게 내가 기억하는 것은 그가 테이블 위에 널려 있는 

다음주의 브리핑을 위한 서류를 집어 들고는 우와 어렵겠다라고 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였기 떄문이다.
나는 어느덧 그 앞에서 그런 것을 펄치게 되어 있었다.

우리는 같이 목욕을 했다.
서로의 몸을 씻어 주고 목욕 소금으로 눈이 따가워지게도 하고 비누방울을 만들어 놀기도 했다.
둘 다 어떻게해서든 시간을 오래 끌려고 목욕탕에 너무 오래 있어서 나중에는 어지러울 지경이였다.
그래도 좋았다.
그 뒤에는 아직 잠자리가 남아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요는 차갑고 기분이 좋았다.
그가 너무나도 오랫동안 귀에 입맞춤을 해서 나는 웃었다.

"내가 가여워서 그래?"
"응, 들리니? 특별한 소리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키스 소리, 그것이 가장 내 귀를 아프게 해.
그는 내 몸을 그 어느 때보다 칭찬했다.
속삭임이 내 고막을 흔들었다.

"왜 이렇게 돼 버렸는지 나도 모르겠어.
 왜 우리는 시작했을까."
"무서웠기 때문일 거야."
"뭐가 ?"

글쎄, 나도 잘 몰라.
설마 우리 모두 다이어트 코크를 필요로 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없고.

우리는 어두워질 때까지 침대에 있었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체념했던 것 같다.
그러자 그가 이제까지 중에서 가장 사랑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했다.
이젠 끝인데.

그는 담배를 한 개비 태우고 나서 내 방을 나갔다.
불은 꺼졌는데도 언제까지나 연기가 일렁였다.
그대로 어두운 방에 누워 있었다.
내 몸에 기억이 하나 더 추가되었을 뿐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데 하룻밤을 몽땅 썼다.

그 뒤 며칠 동안은 우울했지만 역시 시간은 편리했다.
나는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 없이 일에 몰두하고 새로운 만남을 기다렸다.
그런데 왜 불쑥 햄버거인에 들렀는지 나도 알 수 없다.

정신이 드니 나는 거기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치즈버거를 먹고 있었다.
매우 배가 고팠었나 보다.
다이어트 따위 저리 가라는 심정이었다.
나는 요시키 생각이 나서 우스웠다.
그가 이런 나를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언제부터 육식동물이 되었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창 밖에서 외국 남자가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도 몹시 의아한 표정으로.
뭘 저렇게 보나, 생각했다.
입가에 케첩이라도 묻었나.
황급히 종이 내프킨으로 입을 닦으려다 나는 그때야 알았다.
내가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면서 먹고 있었다는 것을.  (P166)
※ 이 글은 <120% COOOL>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입니다.

 

 

야마다 에이미 - 120% COOOL
역자 - 박정윤
웅진출판 - 1994. 12. 16.

 [t-23.07.09.  230707-17434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