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자끄 상뻬 - 「얼굴 빨개지는 아이」
꼬마 마르슬랭 까이유는 다른 많은 아이들처럼 아주 행복한 아이로 지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불행이도, 마르슬랭은 어떤 이상한 병에 걸려있었다.
그 아이는 그래,
혹은 아니, 라는 말 한마디를 할 때에도 쉽게 얼굴이 빨개졌다.
물론 여러분은,
그 아이만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얼굴을 쉽게 붉힌다고 얘기 할 것이다.
아이들이란 겁을 먹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대개 얼굴이 빨게지게 마련이라고,
그런데 마르슬랭에게 있어 심각한 문제는 아무런 이유 없이 얼굴이 빨개진다는 것이었다. (p5)
어느 날,
마르슬랭은 여느 때처럼 얼굴이 자주 빨개지면서 집에 돌아오다가 계단에서 재채기 소리 비슷한 것을 들었다,
2층에 다다랐을 때,
마르슬랭은 또 한 번 그 재체기 소리를 들었고, 3층에서도 다시 그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서, 마르슬랭은 한 꼬마 남자아이를 발견했다.
바로 그 아이가 그런 재체기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너 감기 걸렸니?" 하고 마르슬랭이 물어 보았다.
그 아이의 이름은 르네 라토였고, 마르슬랭의 이웃이었다.
꼬마 르네 라토는 아주 매력적인 아이였고,
우아한 바이올린 연주자였으며, 훌륭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르네는 갓난아이 때부터 아주 희한한 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것은 전혀 감기 기운이 없는데도 자꾸만 재체기를 하는 병이었다. (p37)
내가 여러분을 우울하게 만들 생각이었다면,
이제부터 여러분에게
이 두 친구가 자신들의 일에 떠밀려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을 것이다.
사실, 삶이란 대개는 그런 식으로 지나가는 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연히 한 친구를 만나고,
매우 기뻐하며,
몇 가지 계획들도 세운다.
그리고는,
다신 만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기 때문이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며,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이다.
혹은 다른 수많은 이유들로.
그러나 마르슬랭과 르네는 다시 만났다.
게다가 그들은 아주 자주 만났다.
마르슬랭은 어디든 도착하면,
곧바로 르네가 있는지를 물어 보았다.
마찬가지로,
르네 라토도 항상 마르슬랭 까이유를 찾았다.
그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이 되면,
영원히 성공할 것 같지 않을(그리고 해롭지도 않을) 사냥을 나갔다.
또 여전히 짓궂은 장난도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함께 있으면서 결코 지루해 하지 않았으니까. (p121)
※ 이 글은 <얼굴 빨개지는 아이>에 실린 일부 단락들을 필사한 것임.
장자끄 쌍뻬 - 얼굴 빨개지는 아이
역자 - 김호영
열린책들 - 1999.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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