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 - 「나는 말하듯이 쓴다」
글을 쓰기 전에 독자가 무엇을 궁금해할지 물어야 한다.
그러려면 평소에 끊임없는 질문 속에서 살아야 한다.
묻지도 않은 것을 쓰는 것은 가렵지 않은 데를 긁어대는 것처럼 의미 없다.
나는 주로 네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모르는 내용이다.
둘째, 의문이다.
셋째, 반문이다.
넷째, 자문자답이다. (p20)
“받아 적지 말게.
지금은 받아 적어봤자 소용없네. 그냥 잘 듣게.”
그러다 어느 순간 “지금부터”라는 말과 함께 받아 적기 시작하면 말이 아니라 글이었다.
그전까지는 말이 아니라 생각이었다.
그분은 말로 생각하고, 말로 글을 썼다. (p90)
“셋째, 말은 꾸미거나 욕심 부릴 여지가 없어서 쉽다.
말은 핵심으로 곧장 들어간다.
물에 빠진 사람은 “사람 살려”라고, 도둑을 본 사람은 “도둑이야”라고 외친다.
군더더기가 없고 생생하다.
그러나 글은 다르다.
더 아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잘 쓴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궁리한다.
그래서 글은 말보다 자연스럽지 않고 배배 꼬인다." (p91)
왜 글을 못 쓰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잘 쓰기는 어렵지만, 누구나 쓸 수는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이미 누군가 써놓은 글이 있다.
남과 다르게 쓰기는 어려워도 남처럼 쓰는 건 힘든 일이 아니다.
그것이 배우기나 본받기건, 또는 흉내 내기나 베끼기건 거리끼지 말고 모방하자. (p107)
“평소에 쓸거리를 만들어두는 방법이 메모다.
하나하나가 글의 조각이 되니 메모를 일상화해야 한다.
글쓰기는 아이들 블록 놀이와 같다.
다양한 모양의 블록 조각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블록조각만 많으면 집도 짓고 자동차도 만든다.
글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만들어둔 블록을 써먹는 게 글쓰기다." (p166)
“메모할 거리가 생각났다는 것은 내 뇌가 ‘착한 일’을 한 것이니, 즉시 칭찬해줘야한다." (p167)
"유식하고 똑똑하게 보이려고 용쓰지 말고 성격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대화에서는 논리와 지식이 중요하지 않다.
감정과 교감이 더 중요하다.
아울러 완벽함보다는 빈틈과 허점이 있는 게 낫다.
허술하면 경계를 늦추고, 미비하면 채워주려고 한다.
그래야 같이 있어도 부담 없는 사람, 함께 밥 먹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다." (p128)
"처음에는 하루 하나 쓰기도 버거웠다.
그러다 하루 세끼 밥 먹듯 세 개 정도는 쓰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열댓 개씩 쓰는 날도 종종 생겼다.
3년 가까이 1,700개를 썼다.
책을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자 책을 쓰고 싶어졌다.
그리고 책이 써졌다.
어떤 주제든 메모를 1,000개 정도 하면 책을 쓸 수 있다.
사람들이 글쓰기 요령을 자주 묻는데,
나는 일단 쓰고,
끝까지 쓰고,
자주 쓰고, 계속해서 쓰라고 말한다.
이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것이 바로 메모다." (p169)
거절할 때는 사과의 말부터 한다.
그리고 거절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이유가 합당하면 거절이 거절로 느껴지지 않는다.
거절하는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역량이 부족해서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곧이곧대로 말하는 것이 항상 좋은 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다. (p201)
강의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최대한 많이 얘기하는 편이다.
나는 강의의 본질을 동기부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기부여는 누군가의 경험을 들을 때,
그런 경험을 자신도 하고 싶을 때, 나아가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을 닮고 싶을 때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 (p269)
내 말과 글이 나인데, 말하고 쓰지 않으면 누가 나를 알겠는가.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겠는가.
그런 사람이 과연 세상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더는 투명인간처럼 살고 싶지 않다.
말 잘 듣고 남의 비위 맞추며 살기 싫다.
내 말과 글을 더 많은 사람이 듣고 읽기를 원한다.
그들 또한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
누구나 말하고 쓸 때 가장 자기답다. (p349)
침묵은 말의 바탕과도 같다.
뭐든지 그릴 수 있는 바탕이고 가능성이다.
말은 내뱉고 나면 되돌릴 여지가 없다.
돌이킬 수 없다.
도저히 침묵하기 어려운 말이 있으면 글로 쓰자.
글은 소리가 없다. (p377)
강원국 - 나는 말하듯이 쓴다
위즈덤하우스 - 2020. 0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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