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유리 나기빈 - 「기막히게 아름다운 이야기 23가지」
그 여자는 귀엽고 가날프고 작았다.
그 여자는 어떤 가계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굳이 말하자면 아주 똑똑하다고 할수는 없었지만, 상냥하고 가무스름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 눈은 사람들을 볼 때 조금 슬픈 빛을 띠다가 이내 아래로 내리깔리곤 했다.
그 여자는 상냥하긴 하지만 평범하게 보였다.
이 평범함으로 인해 그토록 안정스럽게 보였다.
참된 시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이 평범함에는 미움이란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
그 여자의 소박한 방처럼 그 여자는 단순하게 느껴졌다.
그 여자는 그 방에서 누군가 그 여자에게 준 한 마리의 작은 암코양이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그 여자는 매일 아침 가게에 출근하기 전에 접시에 우유를 조금 담아놓았다.
그 작은 암코양이도 그의 상냥한 여주인처럼 슬프고 인정스러운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암코양이는 꿀풀꽃이 놓인 창가에서 햇볕을 쬐기도 하고 붓처럼 작은 발을 핥기도 하고 짧은 털을 빗기도 했다.
그러다가 잔뜩 도사리고 쥐를 잡기도 했다.
어느 날, 그 암코양이와 여주인은 잉태를 했다.
한쪽은 그 여자를 버린 점잖은 신사, 다른 한쪽은 어디론지 떠나버린 수코양이가 그 상대였다.
그러나 이런 차이점이 있었다.
불쌍한 그 여자는 병이 든 채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암코양이는 볼썽사납게 불룩한 하얀 배를 드러낸 채 양지쪽에서 하찮은 소일거리를 만들어 가지고 즐겼다.
암코양이는 그 여자보다 나중에 임신했다.
따라서 여러 가지 일이 무난히 처리되고 거의 동시에 해산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어느 날, 그 자그마한 여점원은 그 여자를 버린 점잖은 신사로 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신사는 그 여자에게 25프랑을 보내왔다.
그리고 여자에게 자신의 후한 인심에 대해 떠벌려놓았다.
그 여자는 풍로와 숯 조금, 그리고 1수짜리 성냥을 사가지고 와서 스스로 목슴을 끊었다.
그 여자가 하늘 나라에 갔을 때, 한 젊은 신부가 그 여자의 가는 길을 막으려 했다.
상냥하고 귀여운 이 작은 여자는 자기가 임신하였다는 생각에,
그리고 하느님이 자기를 벌주실 거라는 생각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하느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너를 위해 예쁜 방 하나를 마련해 놓았으니 그리로 가거라.
거기서 아기를 낳도록 해라.
하늘 나라에서는 모든 일이 잘되고, 너는 죽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좋으니 그들을 내게로 보내라."
하느님의 자애의 큰 병원에 마련되어 있는 방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그 여자는 놀라운 일을 목격했다.
하느님은 그 방안에 그 여자가 사랑하던 암코양이를 작은 상자에 넣어서 놓아주셨던 것이다.
그리고 창가에는 꿀풀꽃도 놓여 있었다.
그 여자는 자리에 누웠다.
그 여자는 금빛 머리칼의 예쁜 딸을,
그리고 암코양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네 마리의 검정 고양이를 낳았다. (p30)
- 프랑시스 잠 -
유리 나기빈 - 기막히게 아름다운 이야기 23가지(짧고 쉽게 읽히는 세계 명단편 콩트 모음)
역자 - 이인환
성심도서 - 1991. 1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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