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 일상의 여백」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 보니, 피터는 그 시골집에서 한가로이 행복하게 지낸 모양이었다.
매일 아침 식사를 하고는 근처의 숲 속으로 들어가 거기서 실컷 놀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역시 그것이 피터에게는 가장 행복한 생활이었구나 생각했다.
그런 생활이 몇 해 동안 계속된 모양이다.
그리고 어느 날, 피터는 결국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이따금 지금도, 조용히 숲 속으로 사라져 버린 야생의 수고양이 피터를 생각한다.
피터 생각을 하면, 내가 아직 젊고 가난하고,
두려운 것을 모르고, 대체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던 시절의 일이 떠오른다.
그 당시에 만난 수많은 사람들 역시 떠오른다.
그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중의 한 사람은 지금도 나의 아내이며,
'여보, 장롱 서랍을 빼냈으면 제발 제대로 끼워 넣어요' 하고 저쪽에서 외치고 있다. (p235)
무라카미 하루키 - 하루키 일상의 여백
'내가만난글 > 갈피글(시.좋은글.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르만 헤세-유리알 유희/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대하여 (0) | 2007.04.15 |
---|---|
스스로에 대해 진심으로 알게 되는 것은 (0) | 2007.04.09 |
야마다 에이미-120%COOOL/난 좋아하는 남녀 간에 주고받는 것은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보인다고 생각해요 (0) | 2007.03.31 |
다치바나 다카시-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정독할 필요는 없다 (0) | 2007.03.31 |
조세희-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사람들은 사랑이 없는 욕망만 (0) | 2007.03.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