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5. 22. 맑음.
바닷가를 걸어도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요즘.
열기가 좀 사그라진 오후, 집 근처 공원을 찾았다.
칭얼대는 아이를 위해 나선 것이다.
아직 유모차 신세를 지고 있는 아이와 함께 하는 하루 일과 중 하나다.
엄마와 딸인듯 두 여인이 손을 꼭 잡고 앞서 걸아가고 있었다.
문득, 그 뒷모습이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조용해진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나서기 전엔 칭얼대던 아이가 입가에 미소를 띠운 모습으로 선 잠이 들어 있었다.
편안하고 행복한 미소였다.
그래 아이에게 이런 미소를 안겨 주는 엄마가 되자.
'오늘이 몇일이지?'
'왜? 뭔 약속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절에 가려고...., '
'절....? 절은 왜?'
'절에서 차가 오면 동네 아줌마들 하고 절에 가'
'절에..... 뭘 하는 데?'
'기도하지....,'
'뭔 기도?'
'너 잘 되고.... 니 아이들 건강하라고'
'....., '
잠시 멈춰셨다.
그리고 딸에 의지해 걷고 있는 두 모녀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 부모는 평생이 그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는 자신을 생각했다.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낼까?
도레미파솔라시도 중 이 아이는 어떤 음을 지니고 태어났을까?
꿈은 크기보다 다양할수록 좋다는데 그 결의 무늬를 어떻게 찾아줄까?
나이가 들어 이제는 나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 엄마가 생각났다.
그 엄마도 그랬을 것이다.
딸아이의 삶이 거칠어질까....,
혹 이 엄마의 열정과 끈기가 모자라 아이의 앞 길이 메말라지지는 않을까?
그러면서 자신의 시간은 점점 비워지고 있는 엄마.
앞선 모녀가 저멀리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보며 맘속으로 속삭인다.
'엄마 옆에 내가 있다는 거 잊지 마.
친구처럼, 딸같이 말 상대가 되어 줄 테니 내 손을 꼭 잡아.'
'이라야!
어제 일처럼 너의 처음을 다 기억하는 엄마이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 건 엄마 딸이지만,
지나간 엇갈림에 반성도 많았단다.
그러나 반성은 또 새로운 시작의 연결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엄마, 아빠의 시간을 만들어 나가자.
[t-25.05.22. 20250522_16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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