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문화 정보/독서정보(기고.대담.칼럼.

내 삶에 들어온 책 - 좋은 독자로 성장하기 위한 읽는 태도

by 탄천사랑 2024. 6. 26.

·「월간국회도서관 2024. 06 vol.521 」

 

 

 

책과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
나는 학교도서관 사서다. 어릴 때부터 사서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시골에서 막 올라온 어느 날 우연히 도서관에 

가게 되면서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느끼게 된 때가 사서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 운명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날 이후 종종 찾아가 오랜 시간 책의 공간에 머무르게 되었고 그 시간만큼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책과 가까이하면서 도서관에 자연히 스며들었기에 사서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르겠다.

발간되는 책의 가짓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출판되는 책의 종류와 양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한 

지금의 우리는 책의 천국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책을 읽는 독자부터 책을 내는 평범한 독자까지 그들에게 책은 어떤 의미일까?

사서로 살아오면서 독서에 대한 질문을 수 없이 받아 왔다. 

“무슨 책을 좋아하나요? 어떤 책이 재미있어요? 인생 책 있나요? 나의 취향에 맞는 책 추천해 주세요.”라는 

물음은 도서관에서는 존재한다. 질문을 받고 그 질문의 해답을 함께 찾으며 공감해 주는 것은 사서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다 보면 직간접적으로나마 이용자의 삶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막연한 책임감이나 사명감에서 이용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엇보다 함께 호흡하는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질문을 따라갈 때마다 길이 보이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았다. 

이럴 때 이용자들과 긴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분들의 질문에 적절한 해답을 찾게 되고, 

나의 책태기(책과 권태기의 합성어)도 함께 극복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공감의 언어로 쓰여진 책을 통해 위로받다
"나의 인생 책들이 지니는 공통점은 공감의 언어가 불러 모은 삶의 결을 집대성한 내용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좋은 책들은 삶을 이어가게 하는 중요 한 도구이며 화두가 된다"

책 모임을 이끌어 가면서 책 처방전을 열 때도, MBTI별 개인 독서 취향에 맞는 책 추천을 받을 때도, 

또한 독서의 한계에 도달할 때에도 중심을 잡아 줄 책이 필요하다. 

책을 접할 때 나는 이해와 공감의 언어로 쓰여진 책인지 여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러다 보니 주로 에세이와 소설, 자기 계발서 등을 고르게 된다. 

책을 읽으며 감동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인생의 터닝포인트에 이르게 하는 책을 찾는 일은 

흡사 보물 찾기와도 같아서 지금 나 자신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물으며 읽을 책을 고른다. 

내 인생에서 감명 깊었던 책 가운데 하나는 관계와 존재의 철학을 일깨워 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시간’의 진짜 의미를 가르쳐 주었던 미하엘 엔데의 『모모』, 
“친구, 아무튼 지치면 안되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고 말 테니까.”라는 구절이 마음에 남았던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어차피 삶은 행복과 불행이 맞닿아있음의 연속이라고 한 양귀자의 『모순』, 

니나 때문에 힘이 되었던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오래된 미래가 아니라 현실 같은 느낌으로 실감 있게 읽었던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은 법정스님의 『무소유』, 『홀로 사는 즐거움』이다. 

이 책들은 내 인생을 순수했던 시절로 되돌리고, 생각의 깊이가 달라지도록 이끌었으며 가슴이 요동치도록 했다. 

나의 인생 책들이 지니는 공통점은 공감의 언어가 불러 모은 삶의 결을 집대성한 내용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좋은 책들은 삶을 이어가게 하는 중요한 도구이며 화두가 된다. 

같은 책이라도 읽는 시기에 따라 독서의 감동도 그 밀도가 다르다.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고 냉정했다가도 나이 들어 다시 읽다 보면 슬픔을 삭혀야 할 정도로 공감하게 되기도 한다. 

책을 읽어도 집중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한,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어내기보다 여러 권의 책들을 뒤섞어 읽곤 하는데 

이런 읽기 습관은 자연히 독서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지 못하고 책과 책 사이에서 겉도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럴 땐 독서가들의 독서 경험을 읽어보거나 집중력을 키우는 독서법을 따라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쇼펜하우어는 ‘독서는 자신의 머리가 아닌 남의 머리로 사고하는 것’이며 남의 머리를 빌려 사고하지만 

결국 나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매력적인 과정이라고 했다. 

독서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왕도가 없기 때문에 풀어가는 과정도 어렵다. 

끝까지 하고자 하는 마음, 독서가로 가고자 하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책 읽기의 변곡점이 되어준 『매일 읽겠습니다』
사람의 인연, 고양이의 묘연처럼 책연(冊緣)으로 만나는 관계도 있다. 

뜻밖의 순간에 책을 통해 만나서 

그 인연을 이어가는 것은 지성과 감성을 함께 나누는 깊이 있는 사이로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에게도 한 권의 책이 맺어준 책연이 있다. 

2021년 10월 어느 가을날 동네 책방지기와의 만남이었다. 

책방지기와의 대화에서 늘 품고 있던 독서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한 줄기 빛을 만날 수가 있었다.

“책방지기 님은 책을 매일 읽나요?” 
“아니요.” 
“왜 매일 읽지 않게 되었나요?” 
“시간이 잘 나지 않아 집중할 수 없어요. 
 책 읽는 마음은 여유가 있을 때 생겨나거든요."
 
그러면서도 때마침 『매일 읽겠습니다』라는 책을 읽고 있는 책방지기를 보면서 그 책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책 애호가가 쓴 이 책에는 
 사람들이 책과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진심이 담겼어요.”

베스트셀러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쓴 황보름 작가의 첫 에세이로 

그녀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독서에 대한 단상들이 오롯이 스며든 책이다. 

책 제목에서부터 ‘매일 읽겠다’ 다짐을 하고 있어, 

내면의 단단한 마음이 내 마음 같다는 생각에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53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이 책은 작가의 독서 생활과 그가 읽은 책 소개로 이루어져 있다.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독서의 권태기가 올 때마다 서가에서 꺼내 다시 읽고 곱씹어 보게 만드는 책이다. 

‘흔들리지 않고 책을 읽기 위한 나의 다짐’이라는 대목을 통해 도둑맞은 독서력을 찾기 위한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고 

‘약간의 용기와 약간의 단단함을 나는 책에서 얻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해 본다. 
맛깔나게 읽고 쓰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간만큼 독서에 대한 관점이 또렷해진다. 

책을 읽으며 쓰는 재미도 붙여야 한다는 대목을 통해 책 읽기가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를 발견하기도 했다. 

황보름 작가는 타이머를 켜고 독서를 한다는데 이 부분은 매우 재미있고 독창적이어서 실천해보고 싶어 진다. 
작가는 ‘독서는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독서를 통해 삶이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역설한다. 

또한, 죽을 때까지 독자로 살고 싶다는 작가의 말을 통해 독서가 우리 삶에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를 되새기게 된다. 

한 구절 한 문장을 제대로 음미하고 밑줄을 긋거나 곱씹어 보는 등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 

“내 심정을 알아줄 것 같은 책, 
 평소의 내 관심사를 주제로 한 책, 
 바쁜 와중에도 가볍게 몇 장씩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면 된다."

작가가 권하는 책 고르는 방법이다. 이 글귀를 통해 내가 고르는 책의 취향이 뚜렷하게 나의 삶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책읽기가 의무가 되지 않고, 아침 출근 시간에 틈틈이 읽는 가벼운 루틴으로 바뀌었다. 

잠들기 전 30~40분을 이용하고, 여유가 생길 때마다 책 읽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 개개인마다 독서성향에 맞는 책을 추천해 주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무엇보다 어린이 세계에 서서히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독서모임에서는 생각의 부딪힘이 좋았다. 

“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 책이 가져다준 작은 파장을 깨닫고 

작가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마음까지 생겨났다. 

책에서 발췌한 문장과 생각들을 나 아닌 다른 이와 함께 나누는 좋은 독자가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좋은 독자는 책을 지팡이 삼는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인공지능(AI)과 챗 GPT가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인공지능시대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무기는 독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의 사고는 독서를 통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주어진 환경에서 수동적으로 살아가지 않고, 계속 질문하며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힘이 독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예로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리더들도 

끊임없이 기술과 인문, 독서의 융합을 강조하고 있다.

뇌과학자인 정재승 교수는 
“유튜브 시대에 독서하는 사람들은 다른 種(종)이 될 것이다. 
 인간은 책을 읽는 동안 인공지능(AI)이 따라오지 못하는 창조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전두엽의 발달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독서가 아직 유효하다고 하지만 읽지 않으면 소용없다.

지인이 SNS에 올린 추천 도서 가운데, 뉴스레터 ‘인스피아’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는 김지원 기자의 『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 사람들이 읽기를 싫어한다는 착각』에는 

누구나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가 읽는 것은 단지 시험에서 100점 맞고 
 더 좋은 직장을 얻고 날씨와 맛집 정보를 알고자 함이 아니다. 
 나의 고통을 이해하고 원하는 정보를 정확히 찾고, 
 즐거운 읽을거리를 찾고, 
 몰랐던 세계를 알고,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들과 연대하고 더 가치 있는 삶을 지향하는 등 
 더 나은 삶을 궁리하는 일이 모두 ‘읽기’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결국 읽기란 나를 벗어나 나의 바깥에 있는 세계를 들여다보고 받아들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길고양이 학대, 층간소음, 댓글조작, 사이버 폭력, 저출산, 부동산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밀도 있는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물’은 역시 독서다. 

책은 자신이라는 비좁은 세계를 뚫고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좋은 독자는 “책을 지팡이 삼는다”라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책을 지팡이 삼아 생각의 타래를 끝없이 엮어가는 자세를 유지하고, 

정의롭게 사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다. 

나와 우리의 문제에 깨어있는 사고로 질문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반드시 ‘믿을 수 있는 정보’, ‘쓸만한 정보’인 책을 읽어야 하고 

결국 절박하고 진정성 있는 책 읽기의 태도가 우리 삶과 이 세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매일 읽겠습니다 - 황보름 어떤책, 2021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사람들이 읽기를 싫어한다는 착각 -김지원 유유, 2024


글 - 강상도 경운초등학교 사서
출처 - 월간국회도서관 2024. 06 vol. 521

[t-24.06.26.  20240624-16051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