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미나 - 태양의 여행자」
이미지 다음에서
"마음 가는 곳을 향해 열정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인생이고 여행"
언젠가 칠레 남부를 여행할 때였다.
덜컹거리는 승합차 뒷자리에서 다리를 올리고 새우잠을 자는 자세로 누워 창밖에 흘려가는 풍경을 보고 있었다.
세상 어디를 가나 농촌의 모습은 비슷한가 보다 하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끝없이 펼쳐진 선명한 초록빛 벌판
사이로 무언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보라색 페인트를 칠한 벽에 노란색 지붕을 얹은 농가의 모습이었고
또 얼마가 지나자 이번에는 파란 벽 위에 빨간 지붕을 얹은 그림 같은 집이 나타났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면서 도대체 어느 누가 시골집은 이렇게 저렇게 생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내 머릿속에 심어놓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강요한 사람이 없었는데 왜 나는 그런 틀 안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일까.
보라색과 노란색을 정말 좋아해서,
빨간색과 파란색의 강렬한 조화를 너무나 사랑해서 그런 빛깔로 집을 칠해놓고 행복해했을
그 누군가를 생각하니 샘이 날 정도로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내 집을 갖게 되면 나도 좋아하는 색으로 문을 칠하고 지붕을 칠해야지'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지붕 색깔을 어떻게 칠해야 한다는 법칙이 없듯 인생에도 공식은 없다.
인생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길을 따라가며 하나의 커다란 퍼즐을 맞추듯 완성해가는 여행이다.
어떤 길을 선택해서 갈 것이냐 하는 것도 내게 달렸고,
그 길을 어떻게 가꾸느냐 하는 것도 전적으로 내게 달렸다.
언젠가부터 틈만 나면 가방을 챙겨 세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여행을 했더니만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여행 마니아가 되어 있었다.
처음엔 나도 그저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짐을 꾸렸던 건데---,
'여행'이야말로 내 삶의 깊이를 달라지게 하고 내 안의 세계를 성장시키는,
인생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여행은 이제 내게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끼는 것이 여행이라더니
여행을 하면 할수록 보고 싶은 것이 많아지고 가야만 하는 것이 늘어나
이제는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하며 글을 쓰겠다는 선언을 해버렸다.
누군가의 부러움을 사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힘겨운 도전이기도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길을 택한 이유,
그것은 바로 내 마음의 소리를 진정으로 따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노란색을 미치도록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들이 뭐라 하든 노란색으로 지붕을 칠하듯이
언제나 소망했던 여행과 글쓰기를 함께 하는 꿈을 향해 한 발을 내딛고 싶었기 때문이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해서는
내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향해 용감하게 발을 내디뎌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런 순간에는 반드시 자기 자신의 육감을 믿고 모든 것을 운명에 맡겨야 한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산악인들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다이빙 선수들도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강한 믿음과 신념을 따르는 것이 수천, 수만 번의 연습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가장 두려울지도 모르는 그 순간에 용기를 내는 자만이 진정으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저히 더는 힘을 낼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순간에도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으려 발버둥을 칠 때에만 인생은 앞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을 앞으로 전진시키는 최고의 원동력은 무엇보다 심장의 박동이다.
그리고 가슴을 뛰게 하는 데는 아무런 조건도,
이유도 필요 없다.
가슴이 뛴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가슴을 뛰게 하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뿐,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을 가장하는 것이 죄악이고
사랑하면서 최선을 다해 사랑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비겁하듯,
인생의 가장 소중한 선물이자 신의 축복인 열정을 가지고도
원하는 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일일 것이다.
그러니 마음을 설레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후회 없도록 아낌없이 주면서
온 마음과 열정을 다해 무조건 열렬히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왠지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이 있다면 일단 한 번쯤 도전해 보아야 하는 것 아닐까?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것이야말로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 꼭 필요한 지도이자 나침판일 테니까 말이다.
누군가 그랬다.
인생은 긴 여행과 같다고,
다음 행선지를 향해 많은 준비를 하지만 언제나 의외의 변수에 대비해야 하는 여행처럼,
예상 밖의 놀랍거나 기쁜 일들을 만끽할 줄 알아야 남다른 감동과 재미도 있게 마련이라고,
힘들고 괴로운 일조차 그 일부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어야 하며,
마무리를 해야 할 때는 추억과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면서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마치 사랑처럼,
마음이 가는 곳을 향해 열정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인생이고 여행이라고,
가슴을 뛰게 하는 사람을 만났고,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않고 매일 보고 싶어서 결혼을 했다.
마찬가지로 내 마음을 진정으로 설레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았고,
다른 일을 하다 남는 시간에 하지 않고 나의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 붓고 싶어 새로운 길을 택했다.
그리고 내 인생의 여행에서 또 다른 대륙을 찾아 나서는 기분으로 그 첫 여행을 떠났다.
올 여름,
왠지 나의 마음을 잡아끌던 그곳,
어쩐지 신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던 그곳,
도쿄를 향해서---,
가슴을 뛰게 하는 데는 아무런 조건도 이유도 필요 없다.
왠지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
※ 책 <태양의 여행자>에 실린 일부 단락을 발췌함.
손미나 - 태양의 여행자
삼성출판사 - 2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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