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국회도서관 - 2023. 05. Vol. 510 」
데니스 홍교수
세계가 주목하는 로봇공학자로 ‘로봇공학계의 다빈치’로 불리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역사를 쓰고 있다.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이자, RoMeLa 로봇 메커니즘 연구소장이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남편, 한 아이의 아빠인 삶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긍정은 언제나 길을 찾는다’가 인생의 모토이며 긍정은 마술이 아니라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인터뷰 데니스 홍 교수
새로운 세상의 탄생에 기여하는 딴짓의 가치
로봇공학자의_딴짓 이야기
청신한 5월,
이토록 푸르고 해사한 하늘 아래서도 여기저기 딴짓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들이 쏟아진다.
아이에게 학생에게 부모에게 선생에게 직장인에게 한눈팔면 큰일난다고 호들갑이다.
잘 살고 싶으면 앞만 보고 가야 한다고 배워 온 우리에게
“딴짓은 행동하는 지식인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세이며 생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라는 사람이 있다.
딴짓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
『오늘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은 오늘 하지 않습니다』는 로봇계의 다빈치라 불리는
그가 내놓은 딴짓의 아름다운 결과물이다.
Ω 『오늘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은 오늘 하지 않습니다』는 잠언 같은 짧은 지혜의 글이 인상적입니다.
과학자의 책인데 말랑말랑해요.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됐나요?
하루 일과가 끝나면 가족들과 식사하고, 집 앞 해변을 산책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요.
매일은 아니지만 문득 파도처럼 생각이 밀려올 때가 있죠.
그렇게 바다를 걸으며 떠오른 인생의 진정한 가치와 철학에 대한 단상을 SNS에 올렸어요.
이 책은 그 10년의 기록입니다.
Ω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을 팔로우 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는, 해시태그 데니스홍 왈(#데니스홍_왈)의 모음집이네요.
‘왈’에 여러 뜻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의적 의미예요.
말씀 ‘왈(曰)’의 뜻, 데니스 홍이 지껄이는 ‘왈왈’, 영어로 ‘Wall’을 발음하면 ‘왈’이잖아요.
하하.
기댈 수 있는 벽, 울타리 같은 이야기라는 뜻으로 해시태그를 달기 시작했죠.
책이 나오고 중국인 친구에게 들었는데, 중국어 ‘왈’ 발음이 나는 단어가 ‘Play’, ‘논다’라는 뜻이 있다고 해요.
사실 이건 저에게는 딴짓이었는데, 딴짓에 잘 어울리는 단어잖아요? Play.
Ω 새로운 의미가 추가됐네요. SNS를 시작한 계기가 있었나요?
연구만으로도 바쁘실 텐데 말씀하신 대로 ‘딴짓’을 하셨어요.
시작할 즈음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어요.
구체적인 얘기를 하긴 좀 그렇지만 근무하던 학교를 옮기면서 인생의 위기를 경험했죠.
사람이 힘들 때 생각이 깊어지잖아요?
저는 뼛속까지 공돌이 이과생이라 문과랑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인데 위기가 오니까 인생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되고,
쓰는 글이 바뀌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딴짓이 위기 상황에서 많은 위로가 됐네요.
Ω 책 내용에도 딴짓에 대한 글이 있잖아요.
그중 딴짓은 ‘행동하는 지식인이 갖춰야 할 중요한 자세’라고 하신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머릿속에 정보가 많이 들어 있는 사람들을 지식인이라고 하는데, 그걸 머릿속에만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알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사회에 영향을 주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행동해야 진정한 지식인이라고 보거든요.
예를 들어 책도 좋고, 강연도 좋고, 무엇이든 행동에 옮겨서 중요한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거죠.
이런 게 딴짓인데,
누군가의 딴짓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내가 바뀌고,
또 바뀐 내가 세상을 바꾸고 이렇게 돌고 돌면서 긍정적인 선순환이 일어나는 거죠.
Ω 말씀하신 대로 교수님의 딴짓 안에 많은 이야기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는데요.
그중에서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실패는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출발이에요.
그렇게 생각하셔야 해요.
실패는 누구나 합니다. 안 하는 사람 없어요.
다만 실패했다고 포기하고 좌절하느냐, 배우고 다음 단계로 가느냐의 차이거든요.
사실 실패가 좋은 건 아니죠.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다만 실패했을 때, 그걸 대하는 태도가 인생을 바꾸는 거죠.
로봇을 연구 개발하면서도 실패가 엄청 많습니다.
로봇 제작에는 많은 돈이 듭니다.
비싼 로봇으로 실험하는데 부서지면 손해가 커서 다른 연구소들은 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다룬다고 해요.
저희는 그렇지 않습니다
Ω 교수님이 계신 로멜라 연구소
(RoMeLa, Robotics and Mechanisms Laboratory)는 로봇을 어떻게 다루나요?
더 빨리 가게 하고, 좀 더 무거운 걸 들게 하죠.
고장이 나야지만 배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 연구소에서는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사실 우리 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도 하지요.
비즈니스 쪽에서 많이 하는 얘기인데 낭떠러지 가장자리를 아슬아슬하게 지날 때 혁신이 이뤄진다고 해요.
떨어지는 게 무서워서 편안한 길로만 가면 혁신이 없죠.
우리 연구소에서는 실패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을 훌륭한 학생으로 보지 않아요.
실패하지 않았다는 건 도전하지 않았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서 긍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Ω 당장이라도 무엇이든 도전하고 싶어집니다. 실패라는 단어도 아주 사소해지네요.
물론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현명한 실패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죠.
부숴도 되고 망가져도 괜찮은 게 아니라 실패할 가능성을 최소화한 상태를 만들어야죠.
잘 이해해야 합니다.
무턱대고 준비 없이 낭떠러지에 서면 당연히 떨어지죠.
그게 아니라 충분한 안전망을 갖춘 후에도 나아가다가 떨어졌을 때 비로소 실패가 다음 단계의 출발이 되는 겁니다.
Ω 수많은 실패 위에 탄생한 로멜라 연구소의 최신 휴머노이드 로봇 ‘아르테미스’를 보면 진짜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신기하면서도 두려운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로봇과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고 두려운 감정을 느끼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심리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스스로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귀신을 무서워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는 형이상학적인 존재이기 때문이죠.
로봇도 마찬가지예요.
한가지 팁을 드리면 로봇은 도구예요.
사람이 못하는 일, 하기 싫어하는 일, 위험한 일을 대신해 주는 지능을 가진 기계죠.
로봇은 사용자에 따라 쓰임이 달라져요.
재난구조에 쓸 수도 있고, 가사 도우미로 쓸 수도 있죠.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거의 모든 면에서 사람을 도와주는 만능의 기계예요.
그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는 물론 사람에게 달려 있죠(웃음).
Ω 그러니까 로봇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인간이 좀 더 현명하게 쓸 수 있도록 신경 써야겠군요.
초창기 자동차 사고로 죽은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는데,
그렇다고 ‘자동차는 나쁜 기계이니 다 없애버리자’ 하지 않았잖아요.
인간에게 이롭고 편리한 기계이니 이를 보완할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었죠.
신호등을 세우고, 교통법규를 다듬고, 운전면허증을 만들었죠.
결국 로봇도 비슷하게 될 것입니다.
Ω 책 속에 있던 ‘로봇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라는 문장이 떠오릅니다.
맞아요. 로봇은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들어줘요.
로봇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토론하고, 연구하고,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나를 더 키워주죠.
개발할 때 인간에게 어떤 이로움과 행복을 줄지 계속 고민하게 돼요.
이런 과정이 저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주는 셈입니다.
앞으로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게 되면 저와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겠죠.
Ω 평소 요리를 즐기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로멜라 연구소가 탄생시킨 ‘아르테미스’와 딱 한 번 식사를 함께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요리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음,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라 생각을 좀 할게요.
아르테미스와 식사를 한다.
우선, 로봇은 밥을 먹을 수 없습니다.
Ω 아! 이렇게 이과적인 대답을 하실 건가요?
계속 들어보세요(웃음).
저는 과학자니까 일단 팩트를 먼저 확인하는 거예요.
그렇지만 함께 밥을 먹어야 한다면 로봇이 밥을 먹을 수 있게 만들어야겠죠.
유기물질을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그런 장치를 만드는 거예요.
그걸 만들었다면 아르테미스는 어떤 걸 먹고 싶을까 생각해봐야겠네요.
역시나 가장 효율적이고, 변형이 가능하며 부산물이 없는 건, 역시 휘발유겠네요
Ω 교수님 여전히 감성 한 스푼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직 안 끝났어요(웃음).
이제 과학자에서 벗어나 상상을 해볼게요.
만약 아르테미스에게 음식을 준다면 스테이크를 구워주고 싶어요.
왜냐면 동물인 사람이 소의 살을 먹고 에너지로 쓰는 거잖아요.
로봇이 그걸 안다면 스테이크를 먹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인간도 맛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진 않을까 하는 좀 으스스한 생각도 드네요.
만약에 아르테미스가 진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평양냉면을 함께 먹고 싶습니다.
Ω 5월, 가정의 달입니다.
언젠가는 각 가정에 반려로봇이 함께 할 날이 오겠죠.
교수님과 같은 미래의 로봇공학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로봇 연구는 대학교가 아닌 대학원 때 하는 겁니다. 굉장히 특화된 분야이기 때문이죠.
대학 때까지 기초를 잘 쌓아야 합니다.
로봇을 하기 위한 도구는 과학이고, 과학을 하는 언어는 수학이니까 과학과 수학 실력을 잘 쌓는 게 좋겠네요.
물론 창의력도 중요합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니까요.
또 하나 로봇은 굉장히 융합적입니다.
다양한 학문의 만남으로 탄생하죠.
각 분야의 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로봇 연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도 아주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왜 이것을 하려고 하는지 항상 기억해야 해요, Why!
Ω 최근 들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데니스홍_왈’에 기록하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바로 오늘입니다. 오늘이 제일 기억에 남고 즐거워요.
저는 항상 지금,
현재에 충실하고,
지금,
현재를 즐기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인터뷰에도 굉장히 아주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잖아요(웃음).
Ω 덕분에 에너지 넘치는 인터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월간 국회도서관>과의 만남에 해시태그를 붙여 주신다면 어떤 것일까요?
#ChatGPT_아님! ChatGPT가 다 만들어준다지만,
<월간 국회도서관>의 인터뷰는 생생한 이야기가 담긴다는 뜻으로,
#ChatGPT_아님.
데니스 홍교수
세계가 주목하는 로봇공학자로 ‘로봇공학계의 다빈치’로 불리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역사를 쓰고 있다.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이자, RoMeLa 로봇 메커니즘 연구소장이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남편, 한 아이의 아빠인 삶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긍정은 언제나 길을 찾는다’가 인생의 모토이며 긍정은 마술이 아니라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글 - 이재영
사진 - 최충식
출처 - 월간 국회도서관 - 2023. 05. Vol. 510,
'일상 정보 > 사람들(인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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