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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우-재미있는 선 이야기. 100/제 5 화 마음을 갖고 오라 (將心來)

by 탄천사랑 2022. 3. 15.

신지우 - 「재미있는 선 이야기. 100

 

 

혜가 : 저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부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십시오.
달마 : 그래, 그러면 마음을 가지고 오너라.  편안하게 해주마.
혜가 : 그 마음은 찾아도 찾을 수 없습니다.
달마 : 나는 네 마음을 이미 편안케 해주었다.


이것은 혜가와 달마의 유명한 문답으로 안심법문(安心法門=마음을 편안히 해주는 법문)이라고 한다.


2조 혜가가 면벽(面壁=참선) 중인 달마를 찾아가

간곡히 가르침을 요청했지만 달마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묵묵히 좌선만 하고 있었다.

때마침 내린 겨울의 폭설은 무릎 꿇고 앉아 있는 혜가의 허리까지 차올랐다.
혜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차고 있던 칼로 팔을 잘라 달마 대사에게 바쳤다.
흘러내린 피가 쌓인 눈을 적시고 공산(空山)에 일점(一點)을 남기고 있었다.
달마는 그의 결심이 강철 같음을 알고 제자로 맞아들여 법을 전하고 '혜가(慧可)'라는 이름을 주었다.
이상이 혜가와 달마의 만남이었다.


혜가는 후에 달마의 법을 이어 2조가 된다.
위의 대화도 그러한 종지를 보이는 중요한 화두가 되어 여러 가지 주석(註釋)이 붙게 된다.
가장 오래된 자료인

『이입사행론장권자(二入四行論長券子)』에는 이것이 혜가와 그의 제자간의 문답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달마의 대답이 단순한 돈지(頓智)나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궤변
또는 재치있는 카운슬링(counseling)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그러한 것들을 모두 포함하면서도 그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혜가가 달마에게서 구한 것은 단순히 마음을 진정시키는 방법이나 그 원리가 아니라,
현재의 자신의 마음을 단번에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달마는 확실히 혜가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그는 단순한 방편이나 일시적인 위안이 아니라,
가장 본래적이고 근원적인 상대의 마음 자체를 적나라하게 내보이게 했다.


마음은 편안하지도, 불편한 것도 아니다.
찾아도 찾을 수 없다는 말은 단지 마음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절망의 표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의 본질을 이해한다는 자기확신을 의미한다.


2조 혜가는 이미 40고개를 넘고 있었다.
내외의 서적을 모두 읽고 배워야 할 것은 모두 배웠다.
사색이나 실천도 그가 할 수 있는 한 모두 다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남아 있었다.
'저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가 바로 그것이다.


"번뇌를 끊지 않고 보리를 얻는다"라는 <유마경>의 말이나
"미혹한 마음 밖에 따로 깨달음은 없는 것,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마음을 파악할 수 없다"는
<금강경>의 삼세심 불가득의 가르침도 혜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삼세심 불가득 : 三世心 不可得 - 과거심, 현재심, 미래심 모두 찾을 수 없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것은 번뇌를 끊지 않고 보리를 얻는 도리나 방법이 아니라,
참으로 번뇌를 끊지 않고 보리를 얻는 것 바로 그것이다.


삼세심 불가득(三世心 不可得)의 도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혜가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의 자신이 안고 있는 불안을 없애는 것이었다.
달마는 그러한 혜가의 불안을 정통으로 제거한다.
'불편한 지금의 마음을 가져오라'는 달마의 말 한 마디로 혜가는 본래의 편안함을 회복한다.
본래의 편안함은 이제 과거와 미래와 현재와 관계가 없으며,
잃어버림도 없고 회복됨도 없는 자기 자신의 모습인 것이다. (p28)

 

 - 無門關 -

 

 

신지우 - 재미있는 선 이야기. 100
불교시대사 - 1994.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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