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노성만 윤봉현 노성대 - 「삶을 사랑하며 감사하며」
18세기 미국의 유명한 정치가이고 과학자였던 벤자민 프랭크린은 매우 겸손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평생을 겸손하게 살아간 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목사님을 만나러 방에 들어가다가 문지방에 이마를 찌었다고 합니다.
이를 지켜보던 목사님은
"아직 어리고 젊은데 장차 출세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숙이라.
그리하면 강한 타격을 받지 않으리라"고 말해 주었답니다.
머리를 숙이면 문지방에 부딪힐 일이 없듯이,
사람을 만나 겸손히 머리를 숙인다면 그 사람으로부터 강한 공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생각됩니다.
프랭크린은 목사님의 충고에 따라 평생을 겸손하게 살려고 노력하였다 합니다.
겸손이 그가 존경과 높임을 받는 까닭이었던 셈입니다.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가수 김수희의 <애모>에 나오는 가사의 일부입니다.
저는 곡과 가사가 마음에 들어 노래방엘 가거나 노래를 불러야 할 때면 종종 <애모>를 부르곤 합니다.
몇 해 전쯤 텔레비전을 보다가 우연히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애모>를 부르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열린 음악회인가 하는 곳이었는데 유행가를 부르시는 일 자체가 의외였지만 구수하고 싫지도 않았습니다.
청중들의 반응도 열광적이었습니다.
그 뒤 김수환 추기경님을 교수와 학생을 위한 강연에 모시게 되었는데,
저녁 식사 자리에서 추기경님의 <애모> 열창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노래의 가사 속에는 나의 여자, 나의 남자, 사랑, 그대 등
아무래도 추기경님의 위상과 걸맞지 않는 어휘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수녀님들은 '그대 앞에만 서면'의 '그대'는 누구인가라고 캐물었다고 합니다.
아마 신부가 되시기 전 사랑하던 여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추기경께서는 수녀님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노래 속에 나오는 그대는 나에게는 예수님이십니다.
나는 예수님 앞에 서면 항상 작아지는 느낌을 갖습니다.'
추기경께 '그대'는 사랑하는 여인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추기경의 말씀을 들으면서 문득 세례 요한의 고백이 떠올랐습니다.
많은 군중이 요한을 따르면서
'당신은 그리스도 입니까?'
'당신은 엘리야 입니까?'
'당신은 예언자 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요한은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요.
나는 엘리야가 아니오.
나는 소리요,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일 뿐이라'라고 말 하였습니다.
요한은,
'예수님께서는 켜지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라고 말 하었습니다.
요한은 추기경 말씀처럼 예수님에 비하면 한 없이 낮고 작은 인간일 뿐이라고 고백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자가 낳은 사람 가운데에 세례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었다'라고 말씀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의 겸손을 높이 사신 것입니다.
요한의 고백은 믿는 자들에게 신앙생활의 근본을 제시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요한의 고백은 그리고 추기경의 고백은 삶의 지침을 제시합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내목소리가 커지면 이웃의 목소리는 작아질 것입니다.
내 주장, 내 생각, 내 역할이 커지면 그만큼 이웃은 작아질 것입니다.
우리는 겸손을 덕목으로 겸손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에 있어서 나는 내세우고 이웃은 모른 체 하는 것이 아닌지 뒤돌아볼 일입니다. (p49)
※ 이 글은 <삶을 사랑하며 감사하며>의 일부를 필사한 것임.
노성만 , 윤봉현 노성대 - 삶을 사랑하며 감사하며
전남대학교출판부 - 2006.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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