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유아 어린이/어린이 교육

내가 만일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

by 탄천사랑 2021. 12. 8.

 「 신영일 -  푸름이 엄마의 육아 메시지

 

 

내가 만일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
화분 속 흙을 작은 손가락으로 후비고 놀 때,
화분을 치우기보다는 깨끗하고 고운 모래를 베란다에 깔아 놓고 실컷 장난치게 하겠습니다.

 

아장아장 걸어다니며 싱크대 속 고추장을 콕콕 찍으며 주물럭댈 때,
빨리 밀가루 반죽을 해서 마음것 만져 보게 하겠습니다.

 

찬장 속 그릇이 궁금해서 꺼내 놓고 달그락거리며 좋아라 할 때,
얼른 찬장 문을 잠가 놓기보다는 깨지지 않는 여러 가지 샥깔과 모양의 그릇을 더 많이 채워 넣겠습니다.

 


만일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
밖으로 나가자고 조르기 전에 먼저 데리고 나가 들꽃과 채소,  강아지,

참새같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들을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느긋하게 기다리겠습니다.

 

달팽이, 사마귀, 개미들을 잡아와서 기른다고 할 떄,
지저분하다고 얼굴을 찌푸리기보다는 함께 즐거워하며 기르겠습니다.

색종이 접기나 이쑤시개로 만들기 놀이를 하면서 온 집안을 정신 없이 어지럽힐 때,
방 치우라고 잔소리하기보다는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여유를 주겠습니다.

 


만일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
봄이면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들을 보여주고 진달레,

아카시아의 그윽한 꽃향기를 맡게 해주겠습니다.

 

여름이면 매미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들려주고,
가을이면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에 귀 기울이게 하겠습니다.

 

겨울이면 할머니 집 아궁이에 타다닥거리며 타오르는
장작불의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겠습니다.

 

만일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
별처럼 수많은 호기심들을 하나씩 알아 갈 수 있도록 아이의 가슴속을 기쁨으로 가득 채우겠습니다.

 

 

엄마가 미리 정해 놓은 생각의 틀 속에 아이를 가두기보다는
고유한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아이의 형편을 우선하고,
아이의 눈빛과 손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바라는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배려하겠습니다.

 

교육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아이의 출발을 도와주는 조건 없는 사랑입니다.
조용하게 지켜보는 엄마의 미소는
어린 새싹을 비추는 한 줄기 햇살보다 더 따사롭습니다.

 


hongjoomom
8개월 지난 우리 아기,
볼 때마다 거실 화분 흙을 만져 대며 엎어 버려 화분을 높은 곳으로 올려 놓았습니다.
수건 좋아하는 우리 아기,
주방 수건 만지러 활짝 웃으며 기어오는데, 얼른 치워 버렸습니다.
TV 아래 장식장 열어 보려는데 잠금 장치 사서 잠가 버렸습니다.
내일은 흙도, 잔디도, 깨끗한 수건도, 위험하지 않는 모든 것들을 아기에게 오픈해 보렵니다.

 

책먹는 엄마.
우리 아이들은 밝고 명랑하며 이해력도 뛰어납니다.
'엄마가 아이들을 무작정 풀어 놓기만 하니 저렇게 산만하고 별스럽지.'
이웃들을 무시하고 살기엔 제가 참 여린가 봅니다.
자식을 키울 때는 귀를 많이 열어도,
입을 크게 벌려서도 안 된다는데...,
오늘은 우리 아이들 흙밭에서 뛰어놀 때 방해되지 않게끔 눈도 아주 작게 뜨렵니다. (p24)

 

 

 

※ 이 글은 <푸름이 엄마의 육아 메시지>에 실린 일부를 필사한 것임.

신영일  -  푸름이 엄마의 육아 메시지

푸른육아 - 2007. 08. 16.

[t-21.12.08.  20211208-155537-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