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선 -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얻는 일...,
순간에서 수만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정말 그런것 같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을 거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바로 기적이란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중에 나오는 말이다
코엑스의 사장을 역임했고 현재 USResorts의 대표이사인 정재관 사장도 그런 말을 내게 했었다.
'성을 공략하는 것은 하수,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 고수'라고 말이다.
그러나 마음을 사로잡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어느 호텔 사장이 이런 말을 했다.
"직원들이 고객들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보고 그들의 감정을 느껴보는 경험이 없다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서비스는 끝내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이렇게 상대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어떻게 하면 그들이 절대 예상하거나,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제공하여 감동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성의 민감도를 높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머리가 굳은 사람들이 감성을 일깨우려면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하다.
.... '선수'라는 말이 유행한다. 운동선수라는 뜻도 있지만,
이성을 유혹하는 기술이 뛰어난 사람, 한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이 둘의 한자는 다르다. 운동선수의 선수는 '가릴 선(選)'을 쓰고,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어떤 부문의 일에 익숙하여 아주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선수는 '착할 선(善)'자를 쓴다.
아무튼 선수(選手)는 '손을 잘 쓰는 것' 혹은 '선택된 손'을 의미한다.
선수의 자격 조건은 무엇보다 손 내미는 타이밍과 방법을 잘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의도가 왜곡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행여 헤픈 이미지로 보이지 않으려면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언제, 어떻게 손을 제대로 내미느냐'가 참으로 중요하다.
그저 얼굴을 아는 '사이'에서 소위 돈독한 '관계'로 발전하려면
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관계의 점도를 제대로 유지하며 정서적 유대감을 높여 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거기에 비슷한 관심사나 경험이 뒷받침되면 관계의 강화는 매우 빠르게 진척된다.
몇 번을 만나도 그 자리를 맴도는 관계가 있고, 단 한 번의 점심 식사에도 가속되는 관계가 있다.
그러니 출발 선상의 화학적인 인자의 차이와 물리적인 조건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재관 사장을 보면 자신의 노력만 있다면 한계를 벗어나 세상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는
'마음 도둑'이 되기도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와의 점심 약속에 5분 늦는다고 양해 문자를 보내면 바로 답이 온다.
'저도 지금 가는 중입니다.'
나는 그가 이미 그 자리에 도착했지만, 상대를 배려해 그렇게 답하는 것임을 안다.
'괜찮아요' 라든가 '천천히 오세요'라는 답은 많아도 이건 좀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
그런데 이 모두는 누구의 억측처럼 아예 타고난 것도 아니고 얕은 수의 여우 짓도 아니다.
타인과 살아가는 내 삶을 더욱 풍성히 하려는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관계와 사람이 소중하다는 전제가 없으면 결코 안 되는 것들이다.
부모가 떠났을 때 자식이
'부모를 멋있었다고 기억하고, 닮고 싶다고 생각하도록 살았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하는 그.
그보다 한참 후배인 나는 예순이 넘어서 그의 나이가 되었을 때, 조금이라도 그를 닮게 된다면 참 좋겠다.
나는 오늘도 미리 그를 닮아가며 어느 분의 문자에 답을 한다.
'저도 지금 가는 중입니다.' (P25)
※ 이 글은 <멀리가려면 함께가라>에 실린 일부를 필사한 것임.
이종선 -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갤리온 - 2009. 0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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