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가트맨 -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부모가 자녀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면,
아이는 자신의 정서적 경험을 신뢰하고 자기 존중감을 키울 수 있다.
03-감정코치의 핵심 5단계 / 1-1
나는 딸 모리아에게 감정코칭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처음 발견했던 날을 잊지 못한다.
당시 세 살이었던 딸과 함께 친척 집을 방문했다가
미 대륙을 횡단하는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따분하고 피곤해서 짜증이 난 모리아는
내게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자 마음의 위안을 주는 '얼룩말'을 달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우리 부부가 하도 정신없이 짐을 싸다 보니 너덜너덜해진 얼룩말 인형을
여행 가방에 넣었고, 그 가방은 수하물 검사대를 통과해 짐칸에 실렸다.
"아가야, 미안해. 지금 당장 얼룩말을 가져올 수 없어.
비행기의 다른 칸에 있는 큰 가방 안에 있거든" 그러나 모리아는 계속 징징거렸다.
"이잉, 얼룩말 줘!"
"그래, 착하지. 하지만 얼룩말은 지금 여기 없어. 비행기 맨 밑에 짐칸에 있어요.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는 아빠가 가져올 수 없어요. 미안해."
"얼룩말! 얼룩말 줘!"
모리아는 때를 쓰더니 몸을 배배 꼬며 울기 시작했다.
나는 혈압이 오르기 시작했다.
"네가 얼룩말을 원하는 건 잘 알아. 하지만 여기엔 없어. 아빠도 어쩔 수가 없어.
자, 우리 '어니(미국 어린이 프로그램 캐릭터)' 책 보자"
나는 딸애가 좋아하는 그림책 한 권을 찾기 위해 가방을 뒤적거렸다.
"아니 싫어!" 모리아는 화가 나서 발버둥 치며 더 큰소리로 울었다.
"얼룩말 줘! 지금 당장!"
이때쯤 되자 주변의 승객들과 승무원들까지 '어떻게 좀 해봐요!'라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나는 화가 나서 빨개진 모리아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딸애는 얼마나 이 상황이 불만일까 상상했다. 그렇지만 나는 하나님이 아니지 않은가?
딸애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인형을 내가 주지 못하다니!
나도 속이 상했다.
그때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난 지금 얼룩말을 줄 수는 없지만, 얼룩말 다음으로 가장 좋은 것을 줄 수는 있어.
바로 아버지의 위로 말이야!' 나는 화를 가라앉히고 부드럽게 말했다.
"지금 얼룩말이 있었으면 좋겠지?"
"응!" 딸은 슬픈 듯이 말했다.
"아빠가 너를 위해 얼룩말을 가져다 주지 못해서 화났구나?"
"응!'
"지금 당장 얼룩말을 가져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그렇지?"
나는 반복해서 말했다.
모리아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다소 의아해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응! 지금 얼룩말이 보고 싶어"
"지금은 네가 피곤하니까 얼룩말을 껴안고 있으면 정말 기분이 좋아 질 거야.
아빠도 지금 네가 얼룩말을 껴안을 수 있게 이리로 데려올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
그보다도 비행기에서 얼른 내려서 네 인형들이랑 베개가 가득한 크고 부드러운 침대에서
우리가 편히 누울 수만 있으면 훨씬 더 좋겠다, 그렇지?"
"맞아!" 모리아도 동의했다.
"하지만 얼룩말은 비행기의 다른 곳에 있어서 지금 데려올 수 없어.
그것 때문에 우리 딸 많이 실망했구나"
"응!"
"그래서 정말 미안해"
이렇게 말하자 아이 얼굴에서 긴장이 사라지는 빚이 보였다.
모리아는 의자에 머리를 기댔다.
나직이 몇 번 투덜거렸지만 곧 잠잠해졌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
모리아는 겨우 세 살이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것은 가장 아끼는 얼룩말이었다.
얼룩말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내 변명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모리아의 관심을 돌리려는 내 노력도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딸애의 기분을 이해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딸애의 기분이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공감의 힘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 이 글은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에 실린 일부를 필사한 것임.
[t-21.10.10. 20201014-16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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