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 박비향(撲鼻香)」
과실수는 가지치기를 제때에 해주어야 튼실한 열매를 맺는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필요 없는 가지는 제때에 잘라내는 것이 농부가 할 일이다.
그래야 가을에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거들 수 있다.
나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은 과감히 '하지 말라'라고 지시했다.
부서 간에 중복되는 일 또한 가지치기의 대상이었다.
쓸데없는 일에 허비하는 시간과 인력을 절약해 창의적인 일에 투자한다면
농촌을 풍요롭게 하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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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나이 지긋한 노인 한 분이 하우스로 찾아왔다.
내가 공급한 키위 묘목이 다 고사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공급한 다른 농가들은 잘 재배하고 있으니
고사 원인에 다른 문제에서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
마침내 그분이 '사기꾼 아니냐'라고 몰아붙이자 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 드신 어른이니 참아야 한다'라고 되뇌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사기꾼'이라는 소리에 폭발하고 만 것이었다.
....
그분이 나를 찾아온 목적은 문제 해결 방법을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방문 목적을 말하기 전에 먼저 화가 난 속마음을 털어 놀았을 뿐인데,
나는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화를 화로 맞받아친 것이었다.
그 결과는 '정운찬은 버릇없는 놈'이라는 소문이 되어 돌아왔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다시는 그 누가 나에게 화를 내더라도 기다려야 한다고,
상대방이 내게 화를 낼 때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먼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순서라고, 그로부터 3년쯤 지났을까. 비슷한 상황이 또 벌어졌다.
노인은 30여 분 동안 쉬지 않고 소리쳤다.
스스로 분을 참지 못해 부르르 떨기도 했다.
한참이 지나자 노인이 제풀에 지쳤는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제야 나는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어르신께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면 이렇게 찾아오셨겠습니까.
제가 잘못한 점이 있으면 고치겠습니다. 도와드릴 게 있으면 돕겠습니다."
나는 내가 잘못한 것이 없노라고 변명하거나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노인의 분노를 받아주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자 나를 보는 사람들의 눈이 달라졌다.
"그 사람, 큰 인물이야.
내가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도 화 한 번 안 내고 다 받아주더라고....,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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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정신의 전문가인 명상가로 널리 알려진 데이비드 홉킨스박사의 「의식혁명」이라는 책이 있다.
30여 년간 인간 정신의 진화를 연구한 그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의식을 수준별로 지수화했고,
이 지수를 높여갈 때 삶의 질이 향상된다고 역설했다.
나는 이 「의식혁명」 책을 구입해 과장급 이상 간부직원들에게 선물했다.
굳어진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자각을 통해 의식 함양의 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서한까지 동봉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닙니다.
사건에 대해 응답하는 능력입니다.
우리가 어떤 의식을 갖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는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똑같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절망하고 주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 책을 쓴 데이비드 홉킨스 박사는 인간의 의식이야말로
우주를 변화시키는 무한한 잠재력이라고 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내 안에 있는 잠재력을 발견하고 활용해
보다 높은 수준의 삶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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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등극하자마자 고려의 몰락 원인을 연구했다.
여러 가지 원인 중의 하나로 문란한 성생활이 지적됐다.
이에 따라 태조는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삼고 결혼과 잉태에 관한 엄격한 규정을 만들어 시행했다.
삼금이행법(三禁二行法)이라 하여 국가가 '사람 농사'를 관리한 것이다.
결혼에서는 3 금법을 적용했다.
동성동본의 결혼을 금하고, 월삼성(越三姓)이라 하여 할머니와 어머니,
아내를 같은 성씨에서 들이지 못하게 하고, 백 리 이내에 사는 사람과의 결혼을 막았다.
결국, 근종 간 결합을 통한 열성 유전자의 출현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생명을 연구해 온 '온생명 평생연구원' 김인술 원장은 자식을 낳을 때 '태기'부터
온갖 심혈을 기울였던 조상들의 노력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한민족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잉태에서는 2 행법을 시행했다.
택일과 합궁 문화가 그것이다.
천문을 살펴서 음기와 양기가 조화를 이루는 날을 합궁 일로 택했다.
수양 기간을 감안하여 최소 20여 일 후로 날을 잡았다.
날이 정해지면 부부간의 동침을 금하고 절제하는 기간을 가졌다.
최상의 정자를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그 효과는 현대의학으로도 증명이 되고 있다.
욕망만 절제한 것이 아니었다.
살생을 금하고 타인과 다투지도 못하게 했다.
초상집 등 상서롭지 못한 곳의 출입 또한 삼가게 했다.
음식도 정갈하고 담백한 것만 먹고, 기운이 탁한 육류 등은 먹지 못하게 했다.
그런 다음 밤과 낮이 교차하는 새벽, 먼동이 틀 때를 기다려 합궁하게 했다.
대게는 보름날 전후의 달 밝은 인시(3~5시)로 정해 정숙한 마음으로 사람 농사를 시작하도록 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으로 흔히 유태인을 꼽는다.
....
유태인들이 그렇게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으로 다음의 4가지를 꼽는다.
1. 2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바이블을 교육받아 형성된 역사관과 민족적 자긍심,
2. 사람 씨앗을 소중히 하는 순결의식.
3. 주입식이 아닌 물음의 교육.
4. 식탁에서 가족들과 토론하는 가정교육 등이 그것이다.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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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에서 정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뼈를 깎는 아픔(寒徹骨)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응답은 사람마다 다르다.
분노와 슬픔, 좌절로 끝내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벼랑 끝에서 딛고 일어서 다시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다시 태어나는 사람은 그 자체로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의 향기가 된다.
박비향(撲鼻香)의 세계를 열어 보여준다.
.... 이것만은 잊지 말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
"실직자는 있어도 실업자는 없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에 열중하다 보면 길이 열리고 '직'이 열릴 것이다"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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