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 / 「하이브리드 세상읽기」
지금은 널리 알려진 구호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되 국지적으로 실천하라
(Think Globally, Act Locally)'도 잡종의 정신이다.
잡종 대중문화는 크로스오버처럼 장르를 뛰어넘는 새로운 실험을 계속하고 있으며,
팝페라(pop+opcra)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잡종이 아닌 음악과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고,
인터넷이 열어준 사이버 스페이스도 20세기 말에 만들어진 놀라운 잡종 공간이다.
통신 공간의 언어는 잡종 언어다.
나의 이런 글쓰기도 잡종이다.
잡종은 기존의 양분법적 사고를 뛰어넘어 스펙트럼으로 사고한다.
잡종은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섞을 수 있는 주체이다.
잡종적 사유는 창조적 사유의 근원이며,
'잡종적 지식인'은 복잡한 위험 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지식인이다.
잡종은 양분법과 편 가르기,
이에 근거한 차별과 대립,
타자에 대한 증오를 극복할 수 있는 실천적 힘이다.
잡종은 '힘 있는 자들이 그어 놓은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존재이며,
이런 잡종의 시선은 주변인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다.
- 작가의 머릿말에서 p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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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구나. 대학에 합격했다는 편지를 받고 무척 즐거웠어.
대학을 다니면서 도움이 될 얘기를 해달라는 네 편지를 받고 조금 망설였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애기부터 해볼까?
나는 네가 대학 4년 동안 익혀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이 시간 관리법이라고 생각해.
일단 네가 각 수업에서 요구하는 공부를 하는 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알아내고,
이를 위해서 수업 중간중간에 비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그러기 위해선 혼자 있는 시간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는 것을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친구들과 어울리고,
세상에 대해 얘기하고 고민하고 사랑을 하는 것 모두 소중한 경험인데,
이 모든 것을 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시간을 잘 통제하는 거야.
그렇지 못하면 하는 일없이 늘 빠쁘고,
그러다 막상 시간이 나면 아무것도 못하기 십상이니까.
대학 4년 동안 네게 주어진 시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 하나만으로 훗날 네 대학 생활은 보람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거야.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하고 이를 키우는 것을 네 대학 생활의 목표 중 하나로 잡는 것이 중요해
음악이나 미술에 대한 안목과 마찬가지로
호기심도 자꾸 의식적으로 키워야 더 날카로워지는 것이거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네가 나중에 사업을 하거나 전문 직종에 종사해도 무척 중요한 자산으로 남아있을 것이란다.
학문을 하건,
사업을 하건,
사회 운동에 종사하건,
전문 직종에서 일을 하건,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각각의 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보면
모두 남들이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이를 구현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니까.
멋진 대학 생활을 시작하길 바라면서. - p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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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두 가지를 엮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볼 것.
창조적인 사고나 발명은 과거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야.
뉴톤의 중력 이론도,
다원의 진화론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와트의 증기 기관도,
마르코니의 무선 전신도
기존에 존재하던 아이디어나 기술을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 했던 혁신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엮어서 만들어낸 업적이었지.
즉 창조란 남들이 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둘 이상의 상이한 요소를 연결시키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단다.
서로 다른 두 학문이 협동 연구, 간학문 연구, 서로 다른 두 문화의 만남,
경계 지역이 항상 창조적인 긴장의 환경을 제공함을 기억할 필요가 있어. - p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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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은
보통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다. - p48 -
홍성욱 / 하이브리드 세상읽기
안그라픽스 / 2003. 0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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