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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

할아버지에게 배우는 책 읽기

by 탄천사랑 2021. 3. 5.

 「월간 가정과 건강 - 202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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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독서 경영

할아버지에게 배우는 책 읽기
글자를 깨우치게 되자 쓰고 읽게 하면서 독서를 강조한다. 책을 반복해서 읽게 하고 쓰는 것이 그 시대 가장 수월한 교육 방법이었고 사대부들에게는 학문적 성취에 앞서 내적인 수양이 강조되었었기 때문에 독서를 자신을 다스리는 방편으로 중시하였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안정감과 따뜻함을 준다
나이가 들면서 경험이나 연륜이 쌓이고 결정 지능이 높아지면서 젊은 부모 세대와는 다른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고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있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아이의 자질이나 기질을 파악하며 대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맞벌이 부부와 핵가족화 증가로 육아에 대한 부담이 출산 기피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를 촉진하는 원인으로 작용하여 노인 세대의 귀한 자원을 활용할 기회를 잃게 만들고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도 외조부모 밑에서 자랐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도 자선 사업가로 바쁜 어머니 대신 외할머니 손에서 컸다고 한다. 여성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마리 퀴리 부인 역시 할아버지가 손녀들을 키우며 노벨상의 명가로 자리 잡게 한 것을 볼 수 있다. 과거 대가족 사회에서는 가정에서 교육이 시작되었고 가족이 중요한 교육 공동체였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조부모가 손자 손녀를 교육하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 문화였다고 볼 수 있다. 할아버지에게 배우는 책 읽기글자를 깨우치게 되자 쓰고 읽게 하면서 독서를 강조한다. 책을 반복해서 읽게 하고 쓰는 것이 그 시대 가장 수월한 교육 방법이었고 사대부들에게는 학문적 성취에 앞서 내적인 수양이 강조되었었기 때문에 독서를 자신을 다스리는 방편으로 중시하였다.  

할아버지의 육아 일기
우리나라의 경우 할아버지가 손자의 양육 과정을 16년간 기록한 육아 일기가 있다. 엄마나 할머니, 아버지도 아니고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의 양육 과정을 기록하는 것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흔한 일은 아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육아 일기라 할 수 있는 『양아록』은 조선 중기 묵재 이문건(1494~1567)의 글로 손자를 양육한 경험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격대 교육의 생생한 기록이다.한 대를 건너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맡아 잠자리를 함께하며 교육하는 것을 격대 교육(隔代敎育)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양아록』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양아록』을 쓴 묵재 이문건은 52세에 조카 휘가 을사사화로 화를 당하면서 연좌(緣坐)되어 성주에 유배를 가게 되고 57세에 손자 수봉이 출생하면서 『묵재일기』를 쓰게 된다. 손주 수봉은 태어나면서부터 아버지가 몸이 좋지 않아 의지할 수 없었고 그런 아버지마저 7살 때 병으로 사망하게 되자 할아버지 이문건이 손자의 교육에 전념하여 수봉을 가르치는 일을 소명처럼 여기며 살아가게 된다. 

독서를 강조하며 쓴 일기
이문건은 말문이 트이기도 전 수봉이 그를 따라 책을 들고 머리를 끄덕이며 한참을 흥얼흥얼하고 책을 먼저 가져와 함께 읽자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인물로 성장할 것이라 해석하며 기뻐한다. 글자를 깨우치게 되자 쓰고 읽게 하면서 독서를 강조한다. 책을 반복해서 읽게 하고 쓰는 것이 그 시대 가장 수월한 교육 방법이었고 사대부들에게는 학문적 성취에 앞서 내적인 수양이 강조되었었기 때문에 독서를 자신을 다스리는 방편으로 중시하였다. 더욱이 가문의 명맥을 유지하고 일으키기 위해서는 손자가 독서를 통해 지적 교양과 예의범절을 갖춘 군자인이자 식견인으로 성장시키고자 하였다.1 
하지만 할아버지의 바람과 달리 청소년기에 이른 손자는 독서를 싫어하고 장난하고 놀기를 좋아하며 급기야 물가에 가서 고기 잡기를 즐긴다. 할아버지가 독습하라고 독려하지만 지키지 않아 할아버지를 애태운다.  
그의 일기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병인년 1566년 4월 초사일, 손자 숙길에게 독습(讀習)하라 독려하나 태만하여 별 결과가 없어서 황혼에 등잔불을 밝히고 깨우쳐 주었다. ...손자 역시 게으름이 심하여 날마다 익히는 것이 몇 장이다. 30번 읽으라 하면 따르지 않고 혹 15번이나 혹은 10번 남짓에서 그만둔다. 비록 숙독(熟讀)하라 독촉해도 끝내 말대로 하지 않으니 어찌 잘못된 것이 아니겠는가?  2 

정독(精讀)의 독서 방법 강조
숙독(熟讀)은 뜻을 생각하며 익숙할 때까지 반복해서 꼼꼼하게 읽는 방법이다. 그 시대에는 독서의 목적이 성현의 삶을 본받는 것이었고, 책은 성현의 말씀과 동등한 의미를 지녔기 때문에 반복해서 읽으며 자신의 상황과 연결하여 숙고하면서 내면적 성찰에 이르게 하고자 하였다. 이렇게 반복해서 읽으며 깊은 뜻을 이해하고 성현의 삶을 내면화하여 군자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숙독과 뜻을 새기며 집중해서 읽는 정독(精讀)의 독서 방법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책 읽기에 흥미를 갖지 못한 수봉은 독서를 게을리한다. 더욱이 할아버지가 지시한 독서의 방법은 인내심과 꿋꿋함이 필요한 숙독과 정신 집중을 필요로 하는 정독이기 때문에 놀기 좋아하는 수봉은 경전 읽기를 싫어해 회초리를 맞기도 한다. 청소년기 수봉에게 할아버지는 여질(慮質)의 방법으로 지도한다. 여질은 타고난 자질을 고려하여 가르치는 것으로 배우려 하는 수봉 수준이 그에 미치지 못함을 고려하여 배움의 시기와 흥미, 성향, 성품 등 자질에 맞게 가르치는 맞춤형 교육이다. 함께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며 손주의 언행을 살피며 서로 공감한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다함 없는 사랑 속에서 배움을 이어 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이다. 인격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 속에 있고 함께 보고 듣고 느끼며 따라가며 배우기 때문이다. 

1. 문혜경(2018), 이문건 『양아록』에 나타난 격대 교육의 교육적 의미, 제주대학교 교육학과 박사 학위 논문 참조
2. 문혜경(2018), 이문건 『양아록』에 나타난 격대 교육의 교육적 의미, 제주대학교 교육학과 박사 학위 논문 p. 153



글 - 최봉희 문학 치료학 박사, 독서교육연구소 알움 대표, 이메일

출처 - 월간 가정과 건강

[t-21.03.05.  20210302-16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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