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

아버지는 잊어버린다

by 탄천사랑 2021. 1. 19.

·「데일 카네기 -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무삭제 완역본)

 

 

 

자녀를 비난하고 싶거나 꾸짖고 싶어 질 때마다 한 번씩 읽어보아라.
내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줄 것이다.

 

아버지는 잊어버린다 -  W. 리빙스턴 라니드

 

 

아들아, 들어보거라.
나는 네가 잠들어 있는 동안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너의 볼 아래에는 작고 오그라든 손이 있고 금빛 곱슬머리는 축축한 이마에 달라붙어 있구나.
나는 네 방에 혼자 몰래 들어왔단다.
불과 몇 분 전, 내가 서재에서 서류를 보고 있을 때 후회의 물결이 나를 휩쓸었단다.
너무 큰 죄를 지어 나는 지금 네 옆에 와 있단다.

아들아, 생각나는 것들이 몇 가지 있구나.
먼저, 내가 너한테 화를 냈었지.
나는 네가 얼굴에 물만 찍어 바른다고 학교에 가려고 옷을 입는 너를 꾸짖었다. 
신발이 더럽다고 꾸짖었다. 
그리고 네 물건을 바닥에 던져놓았을 때도 화를 냈었다. 
아침 식사 시간에도 나는 너의 잘못을 찾아냈지 . 
‘음식을 흘렸다. 
 음식을 한 입에 먹는구나. 

 식탁에서 팔을 괴고 먹는구나,  빵에 버터를 너무 많이 발랐다' 
그러고 네가 밖에 놀려고 나가고 나는 기차역으로 향할 때 너는 내게 돌아서서 손을 흔들며 이렇게 말했지 
“아빠! 잘 다녀오세요!”  그런데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내게 이렇게 말했구나. 
“어깨 펴고 다녀야지!”

그리고 나서 늦은 오후에도 이런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내가 길을 걸어서 올라올 때, 무릎을 꿇고 구슬치기 하는 너를 발견했지.
네 스타킹에는 구멍도 나 있었고 말이다. 
나는 너를 앞세워 집으로 데려가는 행동을 함으로써 네 친구들 앞에서 너에게 창피를 주었다. 
‘스타킹이 얼마나 비싼데.
 네가 돈을 벌어 사 신었으면 그렇게 함부로 하진 못했을 거다! 
 아빠 입장에서 이런 것 좀 생각해 봐라.’

기억나니?
그 일이 있고서 내가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네가 조금은 상처받은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서재에 들어왔던 거?
내가 서류 너머로 방해받은 것을 못 견뎌하는 눈치로 너를 봤을 때 네가 문 앞에서 망설였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게 뭐야?” 하고 톡 쏘아댔지.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재빠르게 달려와서는 내 목을 감싸고 나에게 뽀뽀를 했지.
그리고 네 작은 팔은 하나님이 네 마음속에 피어오르게 만드신 사랑,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아도 절대 시들지 않는 사랑으로 가득 차 날 감싸고 있더구나. 
그렇게 하고서 너는 콩콩 발소리를 내며 위층으로 올라갔지. 

그래, 아들아, 
네가 그렇게 나가자 마자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놓아 버렸고 너무 무섭고 고통스러운 두려움을 느꼈단다. 
나는 지금껏 무슨 일을 해 온 걸까? 
잘못이나 지적하고 꾸짖는 습관,  이것이 어린 아들을 위한 보상이란 말인가?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한 짓은 아니란다. 
이 아빠는 어린 너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던 거란다. 
내 나이의 어른에게 맞는 기준으로 너를 쟀던 거야.

너는 정말 너무나 착하고, 훌륭하고 진실한 아이란다. 
너의 조그만 가슴 속에는 넓은 대지에 밝아오는 새벽처럼 넓은 마음이 있단다. 
이건 오늘밤 내게 달려와서 뽀뽀해 준 너의 엄청난 행동이 보여준 사실이다. 
아들아, 오늘 더 중요한 일은 없단다. 
나는 이 어둠 속에서 네 옆에 와 무릎을 꿇고 있다.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구나!

이건 약한 속죄일뿐이다. 
내 생각에 네가 깨어 있을 때 이런 말을 한다면 너는 잘 이해하지 못할 거다. 
하지만 내일 이 아빠는 진짜 아빠가 될 거란다. 
너와 잘 지내고 네가 아플 때 같이 아프고 네가 웃을 때 같이 웃을 거란다. 
짜증 섞인 말이 나오려고 할 때는 혀를 깨물 거다. 
마치 의식을 치르듯 이 말을 되새길 것이다. 
‘아들은 소년에 불과하다. 아직 어린 소년 말이다.’ 

내가 너를 다 큰 남자로 생각했다니 정말 속상하구나, 
그런데 지금 이렇게 작은 침대에 웅크리고 잠든 너를 보고 있자니 
네가 아직까지 어린 아이에 불과한 걸 알겠구나. 
어제까지만 해도 엄마 품에 안겨 엄마 팔에서 곤히 잠들었는데,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랐구나 .
너무 많은 것을.


※ 이 글은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데일 카네기 -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무삭제 완역본)
역자 - 임상훈
현대지성 - 2019. 10.  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