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익숙해진 레이캬비크의 주택가를 혼자 걸었다.
의자가 예쁜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기도 했다.
호스텔 옆에 있는 항구로 가서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육지로 올려진 큰 배를,
그 주변을 날아다니는 바닷새를 봤다.
혼자.
북극권에서 제일 맛있어서 빌 클린턴 대통령도 와서 먹었다는 미국식 핫도그를 혼자 먹었다.
매주 수요일 파이프오르간 연주회가 있는 레이캬비크 대성당에 가서 혼자 오르간 연주를 들었다.
내가 혼자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앤드류!"
하지만 말을 건 사람은 내가 앤드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얼굴을 붉히며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근처에 있는 앤드류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는 다시 책장으로 고개를 돌리며 생각했다.
지금 나는 앤드류가 되고 싶다고,
그래서 그들과 어울려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밥을 먹고,
바닷새를 보러 항구에도 같이 가고,
파이프오르간 연주도 같이 듣고 싶다고,
하지만 나는 혼자였다.
숙명처럼,
또다시 혼자서 차가운 바람이 부는 길로 나와 한참을 걸었다. (p337)
달 / 2010. 10.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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