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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

찰스 디킨스-올리버 트위스트/행복을 찾은 올리버

by 탄천사랑 2021. 8. 3.

찰스 디킨스  - 「올리버 트위스트」

 

 

어느 날,  허름한 구빈원에서 한 아이가 막 태어났다.

그 아이의 이름은 올리버 트위스트인데,  태어날 때부터 몹시 허약했다.

그리고 산모와 아기 곁에는 그들을 도와 줄 만한 사람이 없었다.

침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술을 마셔서 시야가 흐릿한 늙은 간호사와 건성으로 일하는 의사, 

단 두 사람뿐이었다.

 

아기는 본능적으로 의지할 데가 없다는 걸 알아챘는지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내는 것처럼 보였다.   

아기는 힘들게 몇 차례 숨을 들이쉬더니

재채기를 했고 3분 15초 만에 드디어 세상을 향해 첫 울음을 터트렸다.

 

"으아앙!."

 

아기가 울자,  침대를 덮고 있던 누더기 같은 이불이 들썩거렸다.

어린 산모는 이불 속에서 손을 꺼내 아기를 가리키더니 작은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냈다.   

창백하기 이를 데 없는 얼굴과 검푸른 입술은 누기 봐도 안쓰러웠다.

 

"아기를 한 전 안아 보고 싶어요!

 죽기 전에........,"

 

의사는 난로 옆에서 손을 녹이다가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는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죽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일어날 생각을 해야지......,"

 

그러자 한쪽 구석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늙은 간호사도 한 마디 거들었다.

 

"저런, 

 그런 소리 말아요.  아이를 생각해야지."

 

어린 산모가 힘겨워하며 아이 쪽으로 겨우 손을 뻗자,  의사는 아이를 들어 그녀의 품에 안겨 주었다.

 

"으음....,"

 

산모는 아이의 이마에 정성스레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주위를 한 번 들러보더니 이내 몸을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 

의사와 간호사는 산모의 몸을 흔들어 보았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차갑게 굳어 가고 있었다.

 

"숨을 거두었군,  에휴!"  의사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이 여자는 어디서 왔소?  참 예쁘게 생겼군."

"지난 밤에 여기에 왔어요.  길에 쓰러져 있는 걸 데려 왔다나 봐요.

 신발이 저 꼴로 닳은 걸 보면 꽤 먼 길을 걸은 모양이예요. 쯧쯧...,"

 

늙은 간호사는 혀를 차면서 대답을 했다.  

그러자 의사는 죽은 여자의 왼손을 살펴보았다.

 

"반지가 없는 걸 보니 결혼도 안 했나 보네?   

 이제 아기는 고아군."    의사는 중얼거리면서 밖으로 나갔다.

"아가야,  옷 입어야지."

 

의사가 나가자 간호사는 술 한 모금 더 마신 뒤,  아기에게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기는 마치 구빈원에서 살아 가야 할 자신의 운명을 알기라도 한 듯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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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는 마차를 타고 오랜만에 고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마차에는 메일리 부인과 로즈, 베드원 부인, 로즈 번 의사가 함께 타고 있었고
또 다른 마차에는 브라운로우와 몽크스가 타고 있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은 힘들었던 옛 기억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장의사 쏘어베리 가게, 좁고 지저분한 골목길, 구빈원 건물이 창 밖으로 지나갔다.
그때마다 올리버는 낯익은 장소들을 가리키면서 로즈에게 그곳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마침내 일행은 그 곳에서 가장 좋은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그림위그가 먼저 도착해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밤 9시가 되자,  모두들 한 방에 모였다.
서로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몰라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을 때,
브라운로우가 몽크스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몽크스,   

 이 진술서에 적힌 내용을 여기서 다시 한번 밝혀 주게."
"네.   

 빨리 하지요.   저도 이 곳에 오래 있고 싶지 않다고요."


몽크스가 투덜거리자,  브라운로우는 올리버의 머리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이 아이가 바로 자네의 이복 동생이네.  이곳에서 태어났지."
"그 얘기는 진술서에 다 있는 얘기잖아요.  뭘 더 캐묻는 거예요?"
"다시 한 번 더 들어야겠네."  브라운로우가 다른 사람들을 둘려보며 말했다.
"네,  말씀 드리죠! 

  아버지가 로마에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와 저는 로마로 갔어요.
  아버지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죠.
  그 때 아버지 책상에 브라운로우 아저씨한테 보내는 편지가 두 통 있었어요.
  하나는 유서, 또 한 통은 편지였지요."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었지?"
"아그네스 플레밍이라는 여자한테 보내는 편지였는데, 

  그녀에게 결혼식도 못 올린 채 아이를 낳게 해서 미안하다며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자신이 남겨 둔 로켓과 반지를 잘 가지고 있으라고도 했지요.
  그것이 태어날 아기를 떳떳하게 자라나게 해 줄 거라는 둥 하면서요.
  뭐 대충 그런 내용이었지요."
"유서 내용은?"  몽크스가 입을 다물자,  브라운로우가 대신 진술서를 읽었다.

"유서에는 자네와 자네 모친에게 각각 팔백 파운드를 남겨 준다고 적혀 있었어.
  그리고 나머지 재산은 아그네스 플레밍과 그 여인이 낳을 아이에게 준다고 되어 있지.
  단 그 아이가 성년이 되기 전에 불명예스러운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어."

몽크스가 흥분해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는 유서를 태워 버렸어요.
 그리고 아그네스의 아버지를 찾아 가 그녀의 행실을 나쁘게 얘기했죠.
 그러자 아그네스의 아버지는 혼전에 임신한 딸을 수치스러워하면서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 버렸죠.   

 그러던 중 아그네스는 집을 나가 버렸고,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찾다가 쓰러져 죽어 버렸어요.
 이 얘기들은 어머니로부터 들었어요.
 전 어머니를 사랑한 적 없는 아버지가 미웠어요.
 그래서 혹시 그 때 태어난 놈을 찾게 되면 절대로 가만 두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됐지요."


"자,  그럼 로켓과 반지는 어떻게 됐지?"
"그건 잘 알고 있잖아요!"

브라운로우는 범블과 범블 부인, 구빈원의 노파들을 불러 그 행방을 증언하게 했다.
그림위그가 그 사람들을 미리 데려다 놓았던 것이다.

"음,  이제 마지막 한 가지만 남았군.
  로즈 양!  이번엔 당신과 관련된 얘기입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브라운우드는 로즈 옆으로 다가가 그녀를 안심시킨 다음 몽크스에게 물었다.

"자네,  이 아가씨를 아는가?"
"네,  잘 알고 있죠."

그러자 로즈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브라운우드가 몽크스에게 다시 물었다.

"아그네스에게는 세 살베기 어린 동생이 있었네. 

 그 아이는 어떻게 됐지?"
"아그네스가 사라지고 아버지마저 죽자 어린 딸은 가난한 농부의 손에서 키워졌죠.
  하지만 아이는 심한 구박을 받아야 했어요.
  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자 미망인이 그 여자 아이를 데려다 키웠지요."   
"그 아이는 지금 어디 있나?"
"지금 아저씨 팔에 기대 있잖아요."
"아,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요. 

  오,  하느님!" 충격을 받은 로즈가 쓰러질 듯 비틀거리자 메일리 부인이 로즈를 감싸 안았다.
"사랑스런 로즈, 

 넌 더 힘든 일도 이겨 내며 지내 왔어.
 자,  여길 보렴.  네가 끔찍이도 아끼는 아이가 널 보고 있잖니"  그때 올리버가 로즈 품으로 달려들었다.

"로즈 누나!  이모라고 안 부를래요.
  난 누나라고 부르는 게 좋아요."

로즈와 올리버는 한참 동안 꼭 끌어안고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모든 일이 마무리되자, 

브라운우드는 올리버를 양자로 맞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올리버,  베드원 부인과 함께 이사를 했다.
새 집은 메일리 부인과 로즈가 사는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은 올리버의 소망이 이루어진 것이다.
올리버는 이제 더 이상 불행한 아이가 아니었다.
올리버는 너무나 행복했다.   - 끝 -  (p162)


찰스 디킨스 / 올리버 트위스트
역자 / 전민희  
그림 / 이상희
대교베텔스만 / 2007. 0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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