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

자, 워드 부인...

by 탄천사랑 2021. 9. 29.

메이브 하란 - 「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벌써 몇 주일째 수지는 아이들을 거의 매일밤 잠자리까지 보살펴 주어야 했다.
비록 그로 인한 초과 수당은 적지 않았지만,   그녀는 매일밤,  안돼요,  엄마라면 돌아와서 이 아이들이 잠자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누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얘기를 할 때가 된 것이다.

 

리즈는 자리에 앉아서 서류를 읽는 체하고 있었다.
제이미는 정말 불행을 느끼고 있을까?  그녀는 자기가 아이들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을 거야. 

만사는 나아지게 돼 있어.  이것은 일생 일대의 기회였고,   그녀는 그 일을 제대로 해야만 했다.
이제 곧 만사는 제대로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리즈는 기자들로 빼곡히 들어찬 방안을 들려보았다.  그들 모두가,  과연 메트로 TV가 평범한 오락물이라든가
싸구려 멜로드라마와는 전적으로 다른 것을 내놓을런지 알고 싶어했다.

 

... 리즈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그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포크로 술잔을 두드렸다.  그녀는 하루 종일 연설할

내용을 연습했지만,  그 일은 자신의 아이디어로 진행되는 텔래비전 일과는 전혀 딴판이었던 것이다.

 

... 그녀는 일주일쯤,   아니 한 달쯤 푹 자고 싶었다.  콘래드는 그녀의 팔을 잡고 자기 사무실 쪽으로 끌고 갔다.
축하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하고 싶은 단 한 가지 일은 어서 제이미와 데이지가 있는 집으로 달려가는 것뿐이었다.

 

저녁 여섯 시였다.  만일 지금 달려간다면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전에 만나 볼 수 있었다.
콘래드의 불만스런 얼굴을 무시한 체 그녀는 주자창으로 달려갔다.

 

... 마침내 그녀의 차가 집 앞에 멈추었을 때는 일곱 시 십 분이었다.
그녀는 아이들이 자기를 보고 환성을 지르는 광경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숨을 헐떡이며 이층으로 뛰어올라갔다.

환호성 대신 집안은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했다.  수지가 데이지의 유아용 그로스를 든 채 욕실에서 나왔다.

"리즈!"   수지는 당황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저녁 이렇게 일찍 오실 줄은 몰랐어요.
  기자회견은 어떻게 됐나요?"
"잘됐지,
  애들은 어디 있지?"   그러자 수지는 약간 죄지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죠?   잠들었는데.
  애들이 너무 피곤해해서 일찍 재웠어요."

....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서 리즈는 제이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제이미는 행복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녀 자신이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는 건 아닐까?
리즈는 조용히 방을 빠져나와 포도주를 한 잔 가득히 따라 마셨다.  술이 필요했다.

 

다행스럽게도 내일은 주말이었고,   그녀와 데이빗 모두 집에 있을 예정이었다.

리즈는 그들의 커다란 침대에 반쯤 잠을 깬 채 누워서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기지개를 켰다.   이제 그들 앞에는 온전히 하루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공원의 수영장, 모험놀이 동산, 인형극, 피자 등등, 아아, 신난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도대체 뭘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
그 나날들은 두 사람을 이렇게까지 뿌듯하게 채워 주지 못했을 것이다.  이윽고 기억이 났다.

 

사랑을 나누는 행위,   침대에 누워 신문을 읽으며 한가롭게 빈둥거리기,  저녁거리로 만들 파스타

(달걀을 넣은 가루반죽으로 만드는 이탈리아 요리) 재료와 페스토 소스를 사기 위해 식료품점에 다녀오기,
점심은 줄리네 집에서 먹고,   골동품을 사기위해 포르토벨로 거리를 어스렁거리기 등등.

 

아이가 없는 친구들에게 그 느낌을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재미있게도 이 모든 것이 이제는 한낱 어리석은 짓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정말 인생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존재었던 것이다!

 

마치 그것이 신호이기라도 하듯

아랫도리를 홀딱 벗은 채 잠옷 웃도리만 입고 그녀의 하이힐을 신은 제이미가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데이지 역시 머리에 휴지통을 쓰고 온통 낙서투성이가 된 잠옷을 입은 채 그 뒤를 따라 뛰어들었다.

 

"아빠는 어디 있지?"   리즈는 이불 속으로 머리를 파묻으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다다다다다다!"   그때 방문 밖에서 집안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가 났다.
제이미와 데이지는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데이빗이 아침 식사를 담은 쟁반과 신문을 든 채 방안으로 춤을 추며 들어섰다.

 

데이빗이 블라인드를 올리자 쏱아져 들어오는 햇살로 눈이 부섰다.
리즈는 메트로의 기자회견 결과를 알기 위해 <데일리 메일(Daily Mail)>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데이빗이 먼저 신문을 가로채서는 TV 관련 페이지를 잔뜩 구겨서 열린 창 밖으로 집어던졌다.
제이미와 데이지는 그것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들은 곧 남은 신문에 달려들어 금지된 장난을 할 수 있게 된 데 기쁨을 느끼며 아빠를 따라했다.

 

"데이빗!"  리즈가 항의하며 침대에서 뛰어일어났다.  데이빗이 그녀를 도로 침대 속으로 밀었다.

"오늘은 TV 페이지를 봐서는 안 돼.
  당신은 쉬어야 한다구.
  당신의 문제는,   텔레비전에 생사가 걸렀다고 여기는 거야."
"그렇진 않아요.
  안 그래요?"
"그래,
  그렇지 않지." 데이빗이 동의했다.
"인생은 텔래비전보다는 훨씬 더 중요한 거지요!"

 

데이빗은 베개를 집어들고는 그녀의 몸 위로 기어올라와 그녀가 살려달라고 빌 때까지 베개로 짓눌렀다.
문득 그녀의 잠옷 속으로 데이빗의 손 하나가 슬쩍 파고들더니 젖가슴을 더듬었다.
제이미와 데이지 앞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강렬한 욕망으로 온몸이 빳빳해지는 것을 느꼈다.

"데이빗!" 하고 그녀가 작게 나무랐다.
"애들 앞에선 안돼요!"
"옳은 말이야."   데이빗도 동의하고는 침대를 내려가 두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자, 아빠랑 가자."   그는 이이들을 데리고 방을 나가 계단을 내려갔다.
"아빠가 너희들이 볼 재미있는 비디오를 틀어 줄께."

 

뒤 돌아서 찡긋 윙크하는 데이빗을 보면서 리즈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들이 거실로 갔을 때 리즈의 귀에는, 속삭이기는 하지만 소리는 상당히 큰 데이빗의 목소리가 들렀다.

"자,
  여기 너희들이 좋아하는 스마티가 두 편이 있어.
  엄마한테는 절대로 말하면 안된다."   그런 다음 그는 계단을 뛰어올라왔다.

 

그리고는 돈 환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문을 닫고 잠갔다.
"자,  워드 부인.
 우리가 어디까지 했더라?"  그가 침대 위로 뛰어올랐다. 

그녀는 데이빗의 사각팬티 속으로 얼핏 잔뜩 성이 난 그의 남성을 보고는 킥킥거리느라 숨을 쉴 수도 없었다. 

이내 그의 손이 잠옷 속으로 들어왔다.  한 손은 그녀의 젖꼭지를 애무하면서 다른 한 손은 슬그머니 벌써

젖어들기 시작한 그녀의 두 다리 사이로 내려갔다.  그 뒤 잠깐 동안 그녀는 만사를 잊었다.

텔레비전,  유모,  그리고 두 사람이 열정적인 행위에 몰입하면서부터는 아이들까지도 잊어버렸다.

 

폭발적인 오르가즘을 향해 열심히 두 사람이 돌진하려고 할 때 갑자기 탕탕탕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제이미가 방문 밖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아빠,  아빠!  테이프가 끝났어요!"  그 순간 데이빗의 남성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그러들었다.

"어디, 말해봐."  데이빗은 그녀의 가슴 위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대체 누가 아이를 갖자고 햔 거야?"   (p57) 

 

 이 글은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메이브 하란 -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역자 - 한기찬

둥지 - 1992. 11. 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