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 「아무튼, 메모」
그때의 노트들은 이제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메모들은 지금의 내 삶과 관련이 깊다.
나였던 그 사람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당시 노트에 쓴 것들이 무의식에라도 남아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어느 날 무심코 한 내 행동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믿는다.
이게 메모를 하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무심코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좋은 것이기 위해서.
혼자 있는 시간에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
그런 방식으로 살면서 세상에 찌들지 않고,
심하게 훼손되지 않고,
내 삶을 살기 위해서.- p36 -
나는 과거보다 미래를 생각하고 싶었다.
내 메모장의 여백이 현실보다 더 중요한 현실 같았다.
먼 훗날 나는 보르헤스가 이것을 아주 멋진 문장으로 표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단어를 읽지만 그 단어를 살아낸다." - p39 -
정혜윤 - 아무튼, 메모
위고 - 2020. 03. 15.
'내가만난글 > 갈피글(시.좋은글.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조-오늘도, 무사/내 일상은 하루하루 슬프게 튼튼해진다. (0) | 2021.01.09 |
---|---|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평생 적으면 어떻게 될까요. (0) | 2021.01.08 |
옷을 입었으나 갈 곳이 없다 - 깡통 단풍 (0) | 2021.01.06 |
프리모 레비-이것이 인간인가/미래에 대한 우리의 늘 모자란 인식도 그중 하나다. (0) | 2021.01.05 |
까보 다 로까 (Cabo da Roca) (0) | 2021.01.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