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산문집 - 옷을 입었으나 갈 곳이 없다」
깡통 단풍
뛰었다.
웃음소리가 온몸을 기어 다니는 것 같이 간지러워서 계속 뛰었다.
햇빛에서는 너의 냄새가 났다.
작별 인사를 기도문처럼 입안에서 굴리다가 잠이 들었다.
그 계절 우리는 언덕에 나란히 앉아 좁은 동네를 내려다보았다.
빨갛고 노란 양철지붕은 사계절 내내 단풍이었다.
비탈길을 따라 작아지는 너의 등을 바라본다.
사람과 사람을 묶어놓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너인가 싶어 일어서려다가 다시 주저 않았다.
나를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두 눈앞에 가져다 놓으라던 네 말에 아무런 대답할 수 없었던 것처럼,
이제 어디에서 너를 찾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이 글은 < 옷을 입었으나 갈 곳이 없다 >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이제 산문집 - 옷을 입었으나 갈 곳이 없다
행복우물 - 2020. 0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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