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보 다 로까 (Cabo da Roca)
이두의
루이스 드 까몽이스 시비를 만나려고
불타는 햇살 뭉치 등줄기로 받아냈다.
'여기서 육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
섬은커녕 배 한 척 허락하지 않는 바다
그 물속을 뛰쳐나와 절벽을 차고 올라
파도가 들려주는 말, 시작이다 또 다른
한순간 꽃을 만나 소금기는 덜어내고
순수한 물줄기로만 오롯이 안겨든다고
바람도 이쯤이 되면 꽃잎처럼 벙근다고
까보 다 로까 (Cabo da Roca) - 서유럽, 포르투갈 땅끝 마을.
여기서 육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 - 루이스 드 까몽이스 (Luís de Camões) 시비에 새겨진 글.
시작노트
포르투갈은 바스쿠 다 가마 (Vasco da Gama)의 인도항로 개척으로 유럽의 주요 교역로를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옮기므로 한때 막대한 부를 축적, 화려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루이스 드 까몽이스 (Luís de Camões) 시인은 바스쿠 다 가마의 업적을 중심으로 역사의 자취를
노래한 장편 서사시 <우스 루지 아다스 (Os Lusiadas)>로 영웅적 국민 시인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의 시비가 있는 까보 다 로까 (Cabo da Roca) 한낮의 태양은 등줄기를 볶는 듯 뜨거웠고
바람은 금방이라도 이 육중한 몸을 들어다 바다에 던질 듯 거세게 불었다.
배한 척 섬 하나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를 뛰쳐나온 파도는 절벽에 머리를 박으며 하얗게 부서졌다.
또 다른 시작이다.
키 작고 바닥을 기며 자라는 식물의 물관부를 타고 올라 꽃으로 피어나는....,
육지가 끝난 이곳에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처럼 바다가 끝난 이곳에서.
이두의
2011년 <시조시학> 등단.
2017년 이영도 시조 문학상 신인상 수상.
우리 시대 현대시조선집 <그네 나비 2019년> 출간
※ 이 글은 <시조미학 2020년 봄호 VOL. 25>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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