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내가만난글/갈피글(시.좋은글.에세이.

제11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 품사品詞의 안쪽

by 탄천사랑 2020. 5. 17.

·「시조미학 2020. 봄호」



품사品詞의 안쪽

 
! 느낌표
동그라미 찍어놓고 길어진 한쪽 발로
둘이 하나인 척
지층을 딛고 서서
다정히 끊어 내는 일, 너 정말 괜찮다야

, 쉼표
행간에 쪼그려 앉아 치맛자락 움켜쥔 채
앞질러 걸어 온
긴 고요 하나 되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알고도 모르는 척

? 물음표
비울수록 채워지는 미늘을 걸어 두고
출렁이는 바닷물에
켜켜이 쌓인 생각
웃자란 시간의 잔뼈, 산이 되어 오는가



제11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수상소감
이 갈채의 순간을 
얼마큼 마음 깊이 끌어 올려다 어떻게 다 잡아야 할지 그저 떨리기만 합니다.

요즈음 세상을 달구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물결이 
이토록 거센지 모르고 아산병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들어간 입구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대열이 질펀한 종합병원의 정기를 밀어 올리고 있었으니까.
대사질환인 갑상선의 진료를 마치고 다음 진료와 5시간의 차 差가 있어서 사방을 들러보니,
거기에는 여백을 물 들이는 숨겨진 어둠이 쌓여 가고 있었다.
집에 다녀 올 수도 없고 계속 병원에 있자니 순환하는 병세에 아픔의 상처를 덧 댄 기분이 들었다.

오래도록 사방에 띠 두른 공포의 현장에서 시간을 곁눈질하며 난민처럼 떠돌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8층 라운지에 도착했는데 이 또한 직원들의 검문소를 통과 해야 했다.

한눈으로 들어 온 탁 트인 한강이 모든 세균들을 씻어 내려간 기분이다.

'이곳에서 나 자신에게 투자 한번 해보자' 처음으로 내가 날 깊이 사랑하고 싶어졌다.
이제 것 날 잊고 살아 온게 아닌가! 갑자기 날 대접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는 선뜻 이런 용기가 나지 않는데.....
가장 값비싼 가격의 음식을 시켜놓고, 흐려진 기억으로 몽글몽글 피어나는 생각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에 밀당 하던 맘들이 녹아 내린다.

'참 좋은 거구나, 나만의 여유를 갖는 다는 것, 내가 날 대접한다는 것.
 시가 있고 노래가 있고 풍경이 있는, 그리고 내가 있는 그 여유로움 속에 대접받는 그런 느낌' ...

새털같이 가벼워진 마음으로 병세마저 괜찮다는 판독을 받고 귀갓길을 재촉한다.
이때 다시 주머니 속 풀빵의 온기를 느끼는 경보음이 들려온다.
그러나 이제는 직진만 고집하던 한 때의 아집을 버리고 한 편의 시조라도 꽃으로 피워 
향기로 남는 시조시인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며 구름 위를 걷는다.


선고 위원님들, 심사위원님들께 마음 깊이 감사 드립니다.
한국 우리나라의 시조가 오래도록 빛나도록 애쓰라는 당부의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손예화 - 2012년 <시조시학> 등단. 
작품집 '꽃차를 마시며' '귀를 여는 시간들' 열린시학상, 가람시조 백일장 장원, 
약사문학대상, 전국가사시조 창작 우수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 이 글은 <시조미학 2020. 봄호>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20.05.17.  20220501-14472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