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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부처를 만나러 가는 길

by 탄천사랑 2017. 3. 4.

매일경제 Citylife 제568호

 

오래된 사찰로 떠나는 여행

 

꽃부처를 만나러 가는 길

절에는 꼭 법당과 스님만 있는 게 아니다. 오래된 사찰은 그 자체로 자연이다. 거기에 꽃까지 만발한다면 더

이상의 위안이 없다. 곧 봄이다. 시간의 빠름을 생각해볼 때 봄꽃도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질 것이다. 언제,

어느 절을 찾아갈 건지, 스마트폰에 알림을 입력해놓자. 올해는 결코 지나치지 말고 아름답고 행복한 꽃부처

를 만나러 가길 소망해보며 말이다.   이영근(여행작가) 사진 픽사베이

 

선암사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필자가 본 최고의 꽃절은 선암사이다. 이곳은 4월부터 꽃부처 만발이다.

600살 넘은 백매, 홍매, 연산홍, 자산홍, 겹벚꽃, 산수유, 목련, 개나리 등으로 울긋불긋 꽃대궐이 된다. 사람

들의 혼을 쏙 빼가는 것도 모자라, 4월 초순에는 홍매화 축제까지 벌인다. ‘절에서 축제라니, 이래도 되는 건

가?’ 싶지만, 부처나 열반이라는 것이 별것 있을까. 무아지경에서 자신마저 버리고 해탈하면 그게 부처지. 봄

을 맞이한 선암사에서 입 벌리고 꽃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은 누구나 부처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개심사 

개심사는 왕벚꽃으로 유명하다. 사하촌에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걸어 개심사 입구에 서면 누구나 마

음이 열리는 느낌이다. 왕벚꽃 흐드러진 길을 걸을 때 바람이라도 불어주면 휘날리는 꽃잎에 혼비백산하고

야 만다. 그 와중에 꼭 챙겨야 할 보물급 꽃이 있다. 대웅전 앞에 있는 백동백이 그것이다. 붉은 동백은 많이

보았지만 백동백은 평생에 한 번 보기 어려운 꽃이다. 백동백나무, 또는 감태나무라고도 불리는 그 흰꽃의

만개한 모습을 보려면 4월엔 개심사로 향해야 한다. 절뿐만 아니라 절 아랫동네 해미읍성, 삼길포까지 이어

지는 벚꽃과 유채 향연은 2017년 봄을 더욱 아름답게 기억하게 해줄 것이다.

서산시 운산면 개심사로 321-86

기림사 

경주 기림사에 봄이 오면 절 지붕이 온통 하얗게 변한다. 토함산과 마주보고 있는 함월산에 자리하

고 있는 기림사는 오래 전 불국사를 말사로 삼았을 정도의 대사찰이었다. 이곳의 벚꽃은 나무의 수령, 규모

등을 볼 때 다른 벚꽃과는 클래스가 다르다. 수백 년 된 벚꽃나무들이 하늘을 덮고 있는데, 떨어진 꽃잎이 절

간 지붕을 새햐얗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기림사는 물맛 좋기로도 유명하다. 이 말은 곧, 차 맛이 좋

다는 이야기이다. 기림사 벚꽃을 만끽한 뒤에는 꼭 차실에 들려 인생의 향기를 음미하시길 바란다.

경주시 양북면 기림로 437-17

운문사 

경북 청도 운문사는 복사꽃의 고향이다. 복사꽃은 ‘복숭아꽃’의 다른 말이다. 운문사에는 복숭아나

무가 많이 있는데 초여름에 복숭아 과실을 피우려면 복사꽃이 피고 져야 가능하다. 운문사 복사꽃은 멀리서

봐야 제격이다. 짙은 분홍빛이 지천에 깔리고, 그 뒤로 힐끗힐끗 보이는 절 지붕을 보노라면, 그곳이 무릉도

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청도군 운문면 운문사길 264

 

봄꽃 여행지 주변의 사찰들도 꽃부처 여행 리스트에서 빠질 수 없는 곳들이다. 봄꽃을 여는 섬진강변의 화엄

사는 산수유, 매화, 벚꽃의 숲을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지점이다. 여수 영취산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진달래

능선길은 꽃부처가 있는 흥국사를 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서울 지역의 봄꽃 사찰로는 삼성동 봉은사를 들 수 있다. 봉은사는 홍매화와 산수유로 유명하지만 압권은 역

시 홍매화이다. 단정한 가람과 어우러진 매화의 모습을 마음에 담으려는 중생들로 봄 봉은사는 아침부터 저

녁까지 가득하다.  

 

출처 - 매일경제 Citylife 제5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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