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송세월 - 김훈 산문 / 나남 - 2024. 06. 20.
새 날개치는 소리를 들으며.
새들의 생명은 파충류의 생명과 섞여 있다.
뱀이 진화해서 새가 되었다고 생물학 책에 나와 있다.
어떤 새의 종아리에는 지금도 비늘이 남아 있어서, 그 증거가 되고 있다.
얼마나 큰 소망과 그리움이 뱀을 날게 하는 것이며
새들을 대륙 간 비행으로 몰아내는 것인가를 나는 생물학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생물학 책에는 '그리움' 은 없고 '적응'만 나와 있다.
두 단어는 같은 뜻이 아닐까.
대륙을 건너다니는 새들은 모두 그 고단한 종족의 후예들이다.
난생 卵生 하는 것들은 인륜이 없고,
대륙 간을 날아서 다니지만 짐 보따리가 없다.
새들의 운명은 유전자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새들은 2억 년 전 쥐라기 시조새 화석에서 날아오른다.
새들은 진화의 수억만 년 시간과 공간을 건너와서 한강 하구에 내려앉는다.
한강 하구에서 새들은 뱀의 추억을 토해 내며 끼룩끼룩 운다.
[t-24.06.25. 20240624-1819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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