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뭐라고 - 사노 요코 / 마음산책 2015. 07. 15.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꽃 한 송이의 생명조차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아는 것이라고는 나 자신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죽는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2005년 봄 +월 +일
눈을 떴더니 몸이 씹다 버리기 직전의 츄잉 껌처럼 이불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피로라는 말을 몰랐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쿨쿨 잠이 들었고, 도중에 누가 깨우면 짜증이 났다.
자는 동안 가족들이 나 몰래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게 틀림없다고 굳게 믿었다.
아침이 되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젊은 시절에는 하룻밤 자고 나면 피로가 풀렸다.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가 되자 무리하면 근육이 다음 날부터 저려왔다.
좀 더 나이 들고 보니 이틀이 지나서야 근육이 욱신거렸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한 친구는 술을 마신 이틀 후에 숙취가 생긴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노인이 아닌가.
늙으면 다들 이렇게 변하는 것일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노인이 굼뜬 건 늙어서 그렇거니 싶었는데 속사정이 이랬다니. 그리고 나는 익숙해 졌다.
오늘의 피로는 일주일 묵은 것이다.
※ 이 글은 <사는 게 뭐라고>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16.06.26. 20230630_18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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